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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에 즈음하여...

어제 밤엔 특별한 화상 미팅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브런치북 수상 작가들과 브런치 팀과의 만남이었죠. 무려 2시간이나 이어진 이 만남을 통해 글로만 보던 작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글을 쓰시는 분들이라 텐션이 높진 않더군요. :) 조용하고 차분하고... 뭐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어제 미처 말하지 못한 감흥을 몇 자 적어보기로 합니다.


브런치 작가를 시작한지 벌써 6년이 되었습니다. 워낙 초기에 신청을 했기 때문에 작가가 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초기에는 브런치의 모태?가 되었을 '미디엄'이란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트위터 창업자가 만든 글쓰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었죠. 하지만 워낙 한글화가 안되어 아쉬웠을 무렵 브런치가 등장했습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갈아탔습니다. 오직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름도 예쁜 '브런치'에 1,000여 개에 가까운 글을 꾸준히 써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평범한 글쓰기를 하던 어느 날, '스몰 스텝'이라는 아주 작은 실천을 주제로 쓴 글 하나가 난리가 났습니다. 무려 13만 명이 보고 간 이 글 때문에 핸드폰 알람이 쉴새 없이 울리던 그 날 밤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결국은 핸드폰을 꺼놓고 잤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출간을 하고, 세바시에 출연을 하고, 4년이 지난 지금 그 책은 9쇄를 찍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강연 의뢰는 덤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글쓰기가, 브런치가 제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습니다.



5회 은상을 수상한 이후로 9회에 다시 특별상을 탔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소원인 분들이 적지 않은 작금에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무려 6천 명이 응모했다고 하니, 최종 13명에 뽑힌 것이 얼마나 운이 좋은 것인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더구나 올해 수상한 글은 하루에 3개씩 일주일에 걸쳐 페이스북에 끄적이다시피 쓴 글이거든요. 수 개월, 혹은 수 년 동안 준비하셨을 분들에게는 죄송하고 미안한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 스무 개의 글을 쓰기 위해 지난 6년 간 830개의 글을 쓴 제 노력도 조금은 알아주시길 바래요. 물론 상을 타기 위해 쓴 글들은 아니지만요.


브런치는 평범한 한 사람이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도구입니다. 겉모습을 보면 마치 신문사를 통해 작가로 등단하는 신춘문예를 닮았지만 그 의미는 훨씬 더 크고 복잡하다고 생각되요.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나다움'을 온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니까요. 적어도 브런치 세상에서만큼은 기득권도, 선입견도 없이 각자의 남다른 삶을 평가?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브런치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자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아마도 더 많은 분들이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도전할 거에요. 또 다시 상을 받을 확률은 매우 낮지만 저도 '대상'의 꿈에 다시 한 번, 아니 꾸준히 도전하고자 합니다. 브런치를 통해 3권의 책을 냈고, 한 권의 책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말처럼 글과 책에는 배가 고픕니다. 내 삶을 기록하고, 그렇게 쓰여진 글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건 아마도 본능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돈이 안되는 줄 알면서도,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것 같아요.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끝을 향해 의미없이 하늘을 향해 탑을 쌓아가는 애벌레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중 몇몇 애벌레는 고독을 견디며 고치를 만들죠.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나비가 되어 날아오릅니다. 브런치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바로 최고를 향해 탑을 오르는 애벌레가 아닌,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통해 마침내 날아오르는 그 책의 주인공들을 닮았습니다. 상을 타는 것이 나비가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글을 통해 숙고하는 브런치 작가들 모두가 나비가 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 화려한 날갯짓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 더없이 자랑스럽고 행복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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