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델(Adele)

브랜더's 다이어리 #33.

비욘세의 'Hello'를 듣다가

유튜브 추천리스트에 뜬 아델의 'Hello'를 들었다.

이름만 알고 있었지 처음 들어본 노래다.

감동이 일었다.


이래저래 찾아 듣다가 공연실황까지 보게 되었다.

'Someone like you'라는 곡이다.

더 큰 감동이 찾아왔다.

왜인지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유를 알았다.

그녀는 노래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 대해,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을 뿐.


언젠가 'K팝스타'에서 박진영이

고대 국문학과를 다니는 참가자에게

이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두 개의 글이 있어요.

하나는 문법도 맞춤법도 엉망인데

그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이 느껴져요.

또 다른 글은 어법도 논리 전개도 완벽한데

그 사람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느껴지지 않아요.

어떤 글이 더 좋은 글일까요?"


참가자는 전자가 더 좋다고 했다.

그리고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어 라운드를 통과했다.

아델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 장면이 생각났던 건

결국 글이건 노래건 본질은 같다는 것,

즉 글과 노래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진정어린 마음을 전달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케 되어서다.


가로수길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한 분을 만났다.

브루클린 스타일의 바비큐 전문점을 하는 분이다.

강연이 인연이 되어 만났지만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저 만나서 얘기나 들어보자 했다.


이후 두어 번 만나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라델피아의 작은 델리에서 각양각색의 손님들에게

저마다의 입맛에 맞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던 경험,

브루클린의 차고를 개조한 가게에서

여행자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담소하며 어울리던 저녁,

그때의 그 경험을 이 땅에서

다시 한 번 재현하고 싶어하는 소박한 바램을.


앨버트홀에서 아델은 맨발로 노래를 한다.

그러다 관객들에게 자신을 위해 노래해달라며 마이크를 넘긴다.

관객들이 떼창을 한다.

이제 더 이상 노래는 노래가 아니게 된다.

아델과 관객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내가 너같은 사람을 만나도 신경쓰지 말라고,

나도 너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고.

결국 노래 끝에 아델은 울음을 터뜨린다.

아주 짧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며.


글도, 노래도

심지어는 브랜드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맺기'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

어떤 글은 명작이 되고,

어떤 노래는 명곡이 되며,

어떤 상표는 브랜드가 된다.


결국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맞딱뜨린다.

너는 오늘 누구의 마음에 와닿았는가 하고.


...아주 오랫동안 곱씹고 곱씹을 질문이다.


*관련 동영상 'Someone like you live' at Royal Albert Hall, Adele

https://goo.gl/bVn9Ek

매거진의 이전글AR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