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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정진호라는 작가가 있다. 이분은 원래 프로그래머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림을 배운다.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 기획자들이 그림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그리기에 눈을 뜬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펜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은 '행복화실'이라는, 그림 그리기에 관한 가장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책도 썼다. 이 책은 일본과 대만으로 수출까지 되었다. 그는 지금 'J비주얼 스쿨'이라는 회사의 대표다. 대기업에서 불러도 가지 않는다. 애견 미호와 함께 매일 그림을 그린다. 그의 그림은 개성있다. 하지만 가장 큰 특징은 누구라도 그러한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그가 홍대나 서울대 미대를 나왔다면 이런 방법이 가능했을까?


내가 말하는 글쓰기는 쉬운 글쓰기다. 논문이나 소설을 쓰는데는 적합치 않을 것이다. 내가 대학에서 전문적인 문장을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라는 다소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해당 분야를 쉽게 쓸 수 있다는 점이 내게 장점이 되어주었다. 이론이나 권위에 기반한 글이 아니다보니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었다. 정진호씨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손주의 손을 잡고 함께 배울 수 있는 그림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중학생이라도 당장 따라 쓸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또 가르치고 싶다.


그렇다면 이런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우리는 단어와 문장마다 빼곡히 표시된 빨간 펜의 첨삭을 두려워한다. 그러면서도 동경한다. 그래야만 완벽한 문장, 책쓰기가 가능할거라 생각한다. 물론 글의 완성도를 생각한다면 거쳐야 할 과정이다. 하지만 그 일을 반드시 당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당신만이 알고 있는, 당신만이 경험한 '무엇'이 있다면 나머지는 편집자에게 맡기면 된다. 그들이 교정과 교열, 윤문을 통해 당신의 원석과 같은 거친 글을 다듬어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 순서를 무시한다. 이론과 방법을 먼저 배우려 한다. 하지만 프로 작가들도 편집자들의 손을 거치면 전혀 딴 글이 되곤 한다. 교정, 교열지를 보면 빨간펜이 난무한다. 하물며 글쓰기를 막 시작한 당신의 글은 말해 무엇할까.


먼저 내가 무엇을 쓸 수 있는지 고민하자.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글인지 고민하자. 그 내용이 나만 쓸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자. 핵심은 '차별화'다. 소재가 특별하든, 경험이 특별하든, 문체가 특별하든, 서술 방식이 특별하든 당신이 쓴 글은 남달라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매일 같이 하는 고민이다. 남들도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면 팔리지 않는다. 더 싸게 더 좋게 만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직 당신만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면 가격이 비싸도 팔리게 마련이다. 당신의 글은 팔리는 글이라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글들을 사람들이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팔리는 글은 세 가지를 갖추고 있다. 재미와 정보와 감동이다. 사람들은 무엇보다 재미있는 글을 원한다. 내가 모르는 정보를 원한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글을 원한다. 그러나 이 세가지는 '독특함'이라는 전제가 있을 때 힘을 발휘한다.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유머에 웃을 사람은 없다. 당신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당신의 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하물며 감동적인 이야기야 말해 뭣하겠는가. 나는 누구나 아는 '습관'에 '브랜딩'을 접목해서 '남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게 바로 '스몰 스텝'이란 책이다. 습관을 통해서 나다워지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무명의 작가임에도 팔리는 책을 쓸 수 있었다. 나는 글의 첨삭을 먼저 고민하지 않았다. 나만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했다.


그렇다고 '차별화'가 세상에 없는 무엇을 말하는 건 아니다. TV에서 어느 배우가 아주 쉽고 재미있게 요리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다고 그 요리가 특별한 요리는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잘 만드는 셰프들이 1만 명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원래 배우였다. 배우가 만드는 요리라서 특별해 보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차별화의 정석이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믹싱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정진호 작가는 그림 그리는 프로그래머였다. 주부가 주식에 관한 책을 쓴다면 아주 쉽게 다가올 것이다. 물리학자가 영화 이야기를 한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당신이 가진 이력과 지식들의 교집합에 주목하라. 거기서 당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의 소재와 주제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읽을거리, 볼거리가 넘치는 세상에서 조그만한 주목이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우리가 할 일은 꾸준히 쓰는 것이다. 그리고 기다리는 일이다. 나는 스몰 스텝을 7년 이상 실천해오고 있다. 정진호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20년 가까이 운영해오고 있다. 또 다른 차별화의 방법은 다름아닌 꾸준함이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브랜드는 사랑받는다. 차별화된다. 300년 된 연필을 만드는 '파버 카스텔'이 사랑받는 이유다. 그러니 긴 호흡을 가지고 나만 쓸 수 있는 글들을 고민해보자.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꾸준히 뭔가를 하지 않는다. 자기계발에 관련한 리뷰를 2년 동안 꾸준히 쓰니 파워 블로거가 될 수 있었다. 하나의 주제로 브런치를 2년 쓰니 어느새 작가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자. 그리고 당장 나만 쓸 수 있는 글쓰기를 먼저 고민하자. 이것이 작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할 글쓰기의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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