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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당신 책의 서문을 쓰는 법

'스몰 스텝'의 서문은 맨 마지막에 썼다. 처음엔 작은 눈송이 하나가 굴러 굴러 커다란 눈덩이가 되는 비유로 글을 시작했다. 그런데 눈송이보다 눈덩이가 좋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다 일필휘지로 지금의 서문을 썼다. 아주 작은 일들을 반복했더니 내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였다. 그제서야 알았다. 나는 비유나 논리적인 글엔 약한 사람이구나. 하지만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쓸 때는 힘이 있구나. 그래서 그후로는 경험한 것만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야만 힘이 실리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장에서 좋아하는 책들을 찾아 서문을 다시 읽어보았다. 아마도 작가라면 누구나 서문을 본문 이상으로 고민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몇 가지 큰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는데 경험, 논리, 비유가 그것이다. 물론 세분화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얘기하는 이 세가지의 구분은 그저 아이데이션 차원으로 읽어주어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구분의 목적이 '따라하기'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바라기는 글을 쓰는 각 사람이 저마다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결국 가장 좋은 글이란 그 사람만 쓸 수 있는 '자기다운' 글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논리다. 오랫동안 유니타스브랜드와 함께 했던 홍성태 교수님은 강연과 글쓰기에 모두 능한 몇 안되는 분이다. 그의 강의는 경쾌하고 유쾌하다. 글도 마찬가지다. 이분의 저서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를 꺼내 다시 꺼내 읽어 보았다. 역시나 재밌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명쾌한 비유에 있다. 성공한 브랜드들을 나열하며 알기 쉽게 논리로 풀어낸다.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비록 오래된 사례들이지만 언제 들어도 가슴 뛰는 논리들이 숨어 있다. 맥도날드는 버거를 팔지 않았다, 쇼비즈니스를 했다. 이처럼 브랜딩을 쉽고 선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오랜 연구와 경험이 만들어낸 논리 때문이다.


그런데 비슷하지만 또 다른 브랜딩 책이 있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최장순 대표의 책이다. 사실 이분의 책은 읽기 쉽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한다. 스타일리시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간지가 난다. 그가 쓴 책의 서문은 비유가 많이 등장한다. '본질의 발견'에서는 동굴의 비유가, '의미의 발견'에서는 성당 건물을 짓는 세 명의 사람이 등장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이 방법을 많이 쓴다. 자신이 아는 것을 쉽게 말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예수였다. 성경, 특히 신약에 나오는 예수는 비유의 화신이다. 초등학생도 알아들을만큼 쉽게 이야기한다. 언제나 진리는 쉽고 단순한 법이다.


마지막으로 많이 쓰이는 방법은 '경험'이다. 요즘 사랑받는 브랜드 '오롤리데이'의 박신후 대표의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의 아주 사적인 경험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비유나 논리를 갖추지 않아 이렇게 서문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이건 독자들을 위한 배려다. 낯선 독자들을 위한 인사다. (아직까진) 책을 많이 쓰지 않은 사람들의 지혜이자 노하우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저자가 아니라면 나는 이 방법, '경험'으로 서문을 시작하길 권하고 싶다. 나도 같은 이유로 내가 경험한 사실들을 담담히 책의 시작을 써내려갔다. 독자들은 대부분 나를 모를 것이기에, 그런 그들의 눈길을 끌기엔 생생하고 공감가는 '경험'만한게 없다.


당신이 그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라면 쉽게 쓰기를 고민할 것이다. 비유나 논리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독자의 선택은 이미 저자의 이름과 책의 제목에서 정해졌을 것이다. 핵심은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이다. 하지만 첫 책을 쓰는 당신은 달라야 한다. 어떻게 하면 당신의 이야기를 듣게 할 수 있을까, 읽게 할 수 있을까, 서문의 모든 노력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니 혹할만한 경험을 쓰라. 나는 세바시 강연을 할 때 내 인생의 가장 아팠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려 글로 썼다. 아주 작지만 누구라도 혹할 만한 경험이었다. 당신에 서문에 써야 할 글은 바로 그런 '경험'이라야 한다.


서문은 미끼다. 어떻게든 독자가 물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당신의 무엇에 매력을 느낄까? 당신의 학력? 당신의 스펙? 당신의 인맥? 당신의 지식? 아니다. 세상엔 잘난 사람이 널리고 널렸다. 내가 모르는 당신을 다른 사람이 알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니 재미를 느끼거나, 공감할 만하거나, 모르면 안될만한 지식을 알게 되었던 그 순간을 이야기하라. 만일 누군가 1년에 343일을 카레만 먹는다면 혹하지 않겠는가? 양말을 좋아해서 500켤레의 양말을 가지고 있다면 흥미가 생기지 않겠는가? 1000일 동안 매일 글을 썼다면 읽고 싶지 않겠는가?


당신의 글이 재미없다면, 읽히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만의 독특한 경험이, 스토리가 없기 때문 일 것이다. 그건 한 마디로 당신의 '당신다움'이 없다는 말과도 같다.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라면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당신이 쓴 글을 읽어야 하는가. 당신의 글이 팔리지 않는다면,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이유는 한 가지다. 당신만이 경험한 그 하나의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을 잘쓰기 위해 글쓰기 교실을 가지 말자. 누구나 혹할 만한 '경험'을 만들어보자. 당신이 써야 할 책의 서문은 이렇게 쓰여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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