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동안 다른 회사, 다른 사람의 글을 꾸준히 써왔다. 그렇게 만든 책만 스무 권 정도다. 그러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글쓰는 솜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엄두도 못내는 분들이 혹 있지 않을까? 자신의 이름이 씌여진 책을 쓰고 싶은 분들을 도와드릴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시험 삼아 구글 폼으로 짧은 공지를 냈다. 함께 공저로 책을 쓸 분을 찾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30분 만에 7명의 참여자가 마감되어 추가 신청을 받아야 했다.
나는 기억한다. 내 이름이 적힌 첫 책이 주는 그 감동을 말이다. 그리고 첫 한 권의 책을 마감했을 때 세상의 모든 작가들을 존경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토록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며, 보람되고 벅찬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책을 내고 싶어하는 분들의 그 간절함, 그리고 부담과 어려움을 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쓰는 것이다. 지난 1년 간 두 분의 코치 겸 컨설턴트와 함께 공저로 책을 써왔다. 이제 원고를 마무리하며 책을 내줄 출판사까지 찾았다. 그리고 혼자 쓸 때와 공저로 쓸 때의 기쁨과 보람이 또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중 한 가지는 목표가 뚜렷해야만 책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하면, 은퇴하면 한 권의 책을 쓸거라 말한다. 낭만적인 이야기다.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가벼운 집안 청소도 어려운 법이다. 하물며 한 권의 책을 그렇게 낭만적인 마음가짐으로 쓸 수는 없다. 1년 안에 어떤 책을 쓸 것인지, 누구에게 팔 것인지, 그래서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선명할 때 책을 쓸 수 있다. 책은 글쓰기 학교를 다니며 공부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50페이지짜리 책의 한 페이지라도 완성해야, 그 감을 익혀야 한 권의 책을 비로소 쓸 수 있는 법이다.
쓰는 일도 어렵지만 팔리는 책은 더 어렵다. 세상에 나오는 책의 10권 중 8권은 1쇄를 넘기지 못하고 사장?된다. 2000부, 때로는 1000부를 팔지 못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가 책을 쓰는 이유는 그 자체가 목적이어선 안된다. 2쇄, 3쇄를 찍어 세상에 알려지고 읽혀질 때 비로소 의미있는 작업이 되는 법이다. 공저가 가진 힘은 거기에 있다. 저자이자 독자로서 글을 쓰는 내내 누구에게 읽힐 것인지, 누구에게 팔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홍보하고 심지어 마케팅도 할 수 있다. 책의 마케팅은 넓은 의미에서 독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의 평범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과정을 생생히 전달한다면 흥미롭지 않을까?
이번에 내가 공저로 도전할 책은 그야말로 평범한 한 사람들이 어떻게 힘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만들어가는지의 과정을 생생히 보여줄 작정이다. 마치 다큐처럼 1년 간의 고군분투를 낱낱이 기록해갈 생각이다. 이들의 그들이 어떻게 나아지는지, 저자들의 생각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그래서 우리의 삶이 어떻게 의미있는 성장을 경험하는지도 담아볼 예정이다. 그 가운데서 수준에 미달하는 글은 가감없이 쳐낼 예정이다.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의 저자는 중도 탈락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도 이 책에 담아낼 스토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불과 5년 전 나는 '스몰 스텝'이라는 한 권의 책을 써냈다. 그 책이 출간되리라고는, 팔릴 것이라고는, 심지어 10쇄를 찍게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출판사에 미안하고 독자에게 죄송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 한 권의 책이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 어떻게 쓰는지, 어떻게 팔리는 책을 만들지에 대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노하우는 이후에 작업하게 된 모든 글과 책의 거름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에서 보람을 뛰어넘는 기쁨과 희열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임을 알았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삶이 가장 '나다운' 삶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작은 도전이 공저로 참여하는 모든 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발견의 과정이다. 자아 실현의 여정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반추가 될 것이며,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출판사를 찾지 모샇면 독립 서적으로, 독립 서적이 안되면 전자책으로 발간할 것이다. (그 경우 참가비용은 실비를 제외하고 대부분 돌려드릴 생각이다) 글을 쓴다는 것, 책을 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 그 궁극적인 목표는 내 삶의 동력이어야 하고, 나다운 삶의 이정표라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야 한다.
p.s. 혹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5년 차 이상의 마케터가 계시다면 다음의 책쓰기 프로젝트에 함께해주세요~! (단 한 분만 더 모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