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가까이 브랜드 관련 일을 해오고 있었다. 글도 조금 쓸 줄 안다. 강연도 곧잘 한다는 얘기를 종종 듣고 있다(그 어렵다는 중학생 상대로도 했다). 이 세 가지를 교집합으로 엮어 보니 먹고 살 길이 나왔다. 나는 아모레퍼시픽, 키자니아, 엘지하우시스와 같은 규모가 큰 회사의 브랜드 관련 책이나 콘텐츠를 만들었다. 음식점 사장님, 학원 원장님, 온라인 마케팅 에이전시와 함께 여러 건의 단행본 작업도 했다. 브랜드 컨설팅 경험을 가진, 글과 강연이 가능한 사람을 시장에서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런 차별화된 '키워드'를 어떻게 찾았을까?
첫 번째, 하루 세 줄 일기를 썼다.
하루 세 줄의 일기는 들이는 노력 대비 효과가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습관(스몰 스텝)이다. 나는 무려 7년 이상 하루 세 줄의 일기를 써왔다. 그 중 첫 번째 줄은 그 전날(새벽에 쓸 경우) 가장 힘들었던 일을 기록한다. 욕도 하고 푸념도 하고 원망도 한다. 하지만 다음 줄은 바로 안면을 바꾸고 가장 행복한 기억을 기록한다. 어떨 때는 행복한 기억이 없어서 몸부림 칠 때도 있다. 하지만 열심히 찾아보면 하루에 기분 좋은 일 하나는 있게 마련이다. 물론 없을 때는 없다고 솔직히 쓰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줄엔 오늘을 살아갈 각오를 적는다. 이 기록이 축적되면 놀라운 발견을 가져다 준다. 즉 내가 무엇을 통해 힘을 얻거나 에너지를 빼앗기는지가 분명해진다
두 번째, 일이나 취미와 관련된 '주제'로 기록하고 수집하고 정리한다.
축적의 힘은 무섭다. 나는 매일 관심 있는 주제의 기사와 콘텐츠와 영상 등의 콘텐츠를 수집한다. 제가 수집하는 기사의 주제는 역시나 브랜드, 나답게 살아가는 사람, 글쓰기 등에 관한 내용들이다. 이건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고, 내게 영감과 에너지를 주는 키워드들 이기도 하다. 문제는 제가 이 단어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사랑한다는데 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거나 강연을 하거나 글을 쓸 때 가장 신이 난다.
하지만 이 키워들을 찾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 단어들을 찾는데 왕도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잘하는 것이 하나 쯤은 있지 않은가. 문제는 그것을 꾸준히 일관되게 반복해서 수집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점이다. 회사에 다닐 때에는 '자기계발'이라는 주제에 빠져 매주 월요일이면 칼퇴를 한 후 강남 교보에 가서 문을 닫을 때까지 책을 보았다. 그리고 '북헌팅'이라는 주제로 네이버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렸다. 그 결과 1년 만에 파워 블로거가 될 수 있었다.
여러분의 흥미를 끄는 주제나 키워드, 단어는 무엇인가? 그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꾸준히 수집해보라. 아무리 평범한 단어라 해도 반복과 축적 앞에 장사가 없다. 일관되게 그 단어에 집착?하면 그 단어가 뾰족해지는 날이 온다. 어느 평범한 디자이너는 '카레'에 빠져 1년 중 364일 중 하루 한 끼를 카레만 먹고 책을 썼다.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여러분 역시 반드시 자신만의 단어 하나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단어에 관련된 나름의 전문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경험하고 경험하고 또 경험해야 한다.
앞서 말한 방법도 좋지만 한계는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단어의 영역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때로는 뜬금없는, 용기가 필요한 도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스타트업에서 강연을 할 기회를 만난 적이 있었다. 회사 내에 그 일을 할 사람이 없어 억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도 익히 경험했겠지만 남 앞에서 특정 주제로 강연을 한다는 건 굉장히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면서, 마음 속으로 '이거 망했다'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첫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왠걸? 사람들이 좋아하고 열광하는게 아닌가.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작은 노력으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 가끔씩은 엉뚱한 도전, 무모한 용기를 내어 보라. 빨간색 옷을 입어보기도 하고 힙합이나 춤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여행을 하거나 평소 배우고 싶던 사람에게 만나달라는 메일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내 안에 숨쉬고 있는 뜻밖의 재능이나 가능성을 발견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백 퍼센트 확실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제가 '용기'라는 키워드를 중시 여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를 발견하기 위해 MBTI나 애니어그램 같은 심리 검사를 받는 것도 좋다. 나의 강점을 발견하기 위한 다양한 워크샵이나 교육을 받는 일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나다운' 삶의 주인은 결국 '나 자신'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나 조차도 제대로 모르고 남이 바라는 삶을 살다가 가는 일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똑같이 주어진 유한한 삶을 훨씬 더 역동적으로 살아간다. 게다가 나답다는 것은 나 홀로 명상한다고 해서 발견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끝없이 타인에게 나를 던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유한하다. 모든 것에 다 도전해볼 수 없다. 그러니 더더욱 나에게 '힘을 주는' 단어, 주제, 키워드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브랜드에서는 '아이덴티티(정체성)'이라고 부른다. 그것을 쉽게 표현하는 단어가 이른바 '컨셉'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아이덴티티는 평안, 소통, 용기라는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으며 그것을 한 마디로 표현한 단어가 바로 '스몰 스텝'이다. 매일 반복해서 실행하는 스몰 스텝은 내가 지향하는 평안하고, 소통하고, 용기를 내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실천 요강이다.
이것이 선명해지고 나서의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이런 좋은 소식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삶이 가장 '나다운 삶'임을 깨달은 후 나의 일상은 에너지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을 이겨낼 내성이 생겼다. 수십 년 된 우울증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좋은 것은 나누고 싶기 마련이다. 그러니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키워드'를 꼭 찾아보라. 그것이 여러분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