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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각' 성공 뒤의 숨은 이야기를 아시나요?

우리나라 정육 시장은 혼란스럽습니다. 수백억 대의 자산가도 많지만 특출난 '브랜드'도 없습니다. 그들만의 카르텔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 업에 뛰어들고 싶어도, 그래서 소나 돼지를 납품받고 싶어도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정육각'도 그랬습니다. 도축한지 4일 미만의 돼지고기를 팔겠다는 신선한 발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무도 고기를 주지 않았습니다. 많아봐야 몇 마리 수준의, 그것도 사후경직이 진행 중인 고기를 팔겠다는 발상에 업계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런 정육각이 성장을 거듭해 이제 대상의 '초록마을'을 900억 원에 인수하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카이스트 출신의, 유학을 앞둔 정육각의 대표는 어떻게 이런 놀라운 사업의 성장을 가능케 할 수 있었을까요? 어느 회사의 투자 관련 미팅에 참여했다가 그 숨은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날 만난 투자자가 정육각에 투자한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투자자는 정육각의 아이디어 단계에 1억을 투자해 10억을 회수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돈만 투자한게 아니라 사람과 관계까지 투자를 했더군요. 아는 육가공 업체를 통해 돼지 한 두 마리도 납품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연결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육각은 기존 업계 사람들의 견제에도 사업을 지속하고, 결국 지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투자자는 말했습니다. 자신은 회를 절대 활어로 먹지 않는다고, 숙성의 맛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돼지고기도 물론 숙성이 맛있습니다. 하지만 정육각은 앞서 말한대로 도축한지 며칠 안된 '초신선'의 컨셉을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진짜 맛은 혀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다, 뇌로 느끼는 것이다라고. 즉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면 그 음식은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생각납니다. 우연히 만난 육가공 업체 관련자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십년 간 이 일을 해왔지만 냉동육과 냉장육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정육각은 이 부분을 공략했습니다. '신선'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초신선'의 컨셉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오늘 미팅을 통해 또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모든 성공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이유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신문 기사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흔히 '운'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창업자의 열정입니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유학을 앞둔 정육각의 대표는 왜 이 사업을 시작했을까요? 바로 창업자 자신이 돼지고기, 삼겹살을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입니다. 그래서 이 험난한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는 바로 이 부분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분들은 비즈니스 모델, 투자금 회수 만큼이나 사람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재무재표 만큼이나 투자 대상자의 기질, 심성, 끈기를 따집니다. 그것이 결국 사업을 지속해가는 진짜 힘이라는 사실을 여러 경험을 통해 경험하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브랜딩은 이론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처럼 투자자를 설득하는 일련의 과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Why'를 먼저 이야기해야 합니다. 왜 이 사업을 내가 해야하는지를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설명할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비즈니스의 실체는 What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사업을 끌고 갈지에 대한 How를 논해야 합니다. 그러니 브랜딩을 포장이나 상표 정도로 생각하지 마세요. 정육각의 창업자는 고기를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왜 도축한지 오래된 고기만을 먹어야 하는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법을 초신선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투자자가 이에 설득당해?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투자자의 눈으로 여러분의 비즈니스를 바라보세요. 사업 성공을 위한 간절함을 투자자들에게, 소비자들에게 보여주세요. 그 간절함이 결국 보이지 않던 길을 열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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