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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영국으로 유학 보내고 싶습니다

어제는 영국에서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한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첫 만남이지만 뜻밖에 여러가지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영국인들이 노숙자를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그리고 왜 이 나라가 여전히 선진국으로 불리는지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말에 의하면 영국의 편의점엔 꼭 한 명의 노숙자가 문 앞에 머무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냄새 난다, 장사에 방해가 된다며 쫓아낼텐데 영국은 그러지 않는다는군요. 오히려 오가는 사람들이 잔돈을 쥐여주고 안부를 묻기도 한답니다. 특정 편의점이 아니라 거의 모든 편의점에 한 명의 노숙자가 자리잡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어느 날 이 노숙자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노숙자의 행방이 묘연하자 평소 그와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이 그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몸이 아파 입원한 그 노숙자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 소식이 뉴스에까지 전해졌다고 합니다.


사실 요즘처럼 한국이란 나라의 위상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음식이나 물건을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하네요. 최근엔 한국 분식을 파는 '분식'이라는 가게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노숙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우리나라가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이제 먹고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음식, 여행,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안목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후진국입니다. 거리에 장애인이 없고, 회사에 외국인이 없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차별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영국은 어떨까요?


영국에선 취업시에 '성적 취향'을 묻는 질문이 꼭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프라이버시 침해로 난리가 났겠지만 영국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좀 다릅니다. 바로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게이와 레즈비언을 특정 비율 이상 고용해야 하는 법이 있다고도 하네요. 그래서 영국에는 전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들고, 이들로 인해 압도적인 문화적 다양성이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음 먹었습니다. 음악을 공부하는 아들을 유럽에 보내기로 말입니다. 아들이 군대를 다니는 동안 따로 적금을 부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영국이든 호주이든, 아들이 원하는 네덜란드건 한 번 보내보려 합니다. 예술에 가장 필요한 것이 영감이라면, 전세계의 다양한 뮤지션을 만남으로 인해 얻는 인사이트도 남다를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는 사회, 문화 곳곳에 '카르텔'이 숨어 있습니다.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는 현 정부가 왜 자신들에게는 조국에 들이댔던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검찰, 언론과 같이 기득권을 누리는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툭하면 터져나오는 스포츠, 문화계의 비리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폭력적인 끼리끼리의 문화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작 두어 시간 얘기를 나눴을 뿐인데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교수님이 독학으로 인공지능을 공부했다는데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에든버러 대학에서 객원 교수로 일하면서 비즈니스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분을 만난 제가 맨 처음으로 한 결심은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영어로 책 한 권을 써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국은 선진국입니다.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이 존중받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노숙인도 '루저'로 바라보기보다 그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겉모습이 아닌 생각의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과 같은 소비의 다양성이 결국 가치관의 다양성으로 연결될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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