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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길은 어디인가?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마침 와디즈 펀딩을 통해 내가 하는 일을 알게 된 즈음이었다. 그러더니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전화를 한다. 만나자고 한다. 원래도 베프였지만 이런 적극적인 모습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몇 번 통화를 하다보니 그 이유를 충분히 알겠다 싶다.


친구는 유학 학원에서 오래도록 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회장님의 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매일 골프 치러 다니는 회장님을 태워다 드리고 기다리는게 일이다. 그렇다고 친구 사정이 어려운건 아니다. 다른 친구의 증언에 의하면 집이 두 채나 있다고 하니, 아무리 부산이라고 해도 그 정도면 노후 준비는 충분할 듯 하다.


친구의 고민은 단순했다. 잘하는 일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 나이 50이 되어서 이런 고민을 하는 친구가 안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아무 생각없이 닥치는대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나는 이 친구와 20대를 함께 한 만큼 어느 정도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어떤 도움을 줄까 여러가지로 고민 중이다.


사람은 어느 정도 의식주가 해결되면 '의미'를 찾는 존재다. 무기력, 무의미, 무관심 만큼이나 노후에 힘든 일이 또 있을까? 내 친구는 사람과 운전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지금의 일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그 의미를 찾을 수 없어서일 것이다. 정치색마저 확연하게 다르니 지금의 일을 '견디고 있다'고 밖에는 달리 말할 길이 없다.


나도 노력 중이긴 하나 다른 삶이 있다고 믿는다. 나이 50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함께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그 시기로 함께 돌아가보려 한다. 딸의 진로를 고민하듯이 친구의 앞길도 함께 고민해보려 한다. 이 작업 역시 비슷한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과 위로가 되리라 확신한다. 내 친구의 집이 아닌, 내 친구의 갈 길은 어디인지 함께 찾아보고 싶다. 결국 인생에 있어 남는 건 친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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