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사람들의 성향을 크게 나누면 아마도 '논리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무슨 말이든 딱 부러지는 근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길가에 놓인 돌 하나를 보고도 시상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의 사람이 경제, 경영, 마케팅 같은 책을 후자의 사람은 에세이를 쓰는데 조금은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에 인문학이나 자기계발서가 있지 않을지...
유니타스브랜드에서 에디터로 일할 때였다. 두 달에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독서 및 자료 수집이 필요했고, 정작 글을 쓸 때는 산 속(교회 수련원)에 들어가서 며칠 간 칩거를 해야 했다. 그때마다 내 글을 읽은 동료들의 평가가 뼈를 후쳐치곤 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점프가 심하다'는 표현이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 말이 논리적 비약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누구에게나 이런 정확한 피드백은 아픈 법이다. 씩씩대며 회의실을 나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 홀로 스무 권 가까운 글을 쓰면서 이것이 혹 단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떤 글은 정확한 사실보다 그 뒤에 숨은 인사이트가 중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2027년에는 6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했다. 반려견 관련 비즈니스의 투자를 받기 위해 찾은 이 자료는 매우 건조하다. 하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반려견 장례식장에서 엉엉 목놓아 울던 와이프의 딸의 이야기였다.
이 말이 팩트에 기반한 정확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글이 아님은 누구나 알 것이다. 하지만 논리적인 글에 감성이 더해지면 더욱 완벽한 글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마치 일할 때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회계사가 저녁마다 바에 들러 친구들과 인문학을 논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물론 와인 한 잔을 마시면서도 실물 경제를 논할 가능성이 매우 높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틈나는대로 통계청 자료를찾고 국어사전을 찾는다. 익숙한 하나의 단어를 써놓고도 혹시나 싶어 네이버 사전을 뒤진다. 신문 기사에 난 팩트에 관한 기사들은 크로스 체킹을 한다. 인용에 인용이 더해지면 부정확한 사실을 이야기기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니 논리적인 사람은 에세이를, 감성적인 사람은 논픽션이나 경제, 경영에 관한 책을 수시로 읽어보자. 최근에 읽은 한 기사는 제무제표를 가지고 그 감성적인 브랜드를 평가하고 있었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이런 식의 이종 교합이 차별화를 위한 지름길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