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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선생님을 다시 만나다

누군가 내 인생의 스승이 누구냐고 말하면 나는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다. 바로 구본형 선생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한 번도 만나지못했다. 어느 날 직장 후배가 그를 인터뷰하러 간다고 했을 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후배에게 내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했다. 아주 멀리서 존경하는 후배 하나가 당신 같은 삶을 살고 싶어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거짓말처럼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얼마 전 시골의 빈 집을 모티브로 한 사업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다가 우연히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를 찾아가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의 흔적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그토록 참여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을 텍스트로나마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오랫동안 꿈꾸던 사람이 바로 그가 꿈꾸던 삶이었음을 말이다.


그는 오랫동안 직장인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 가장 자기다운 삶을 찾아가기 위해 새벽 2시간을 깨워 책 한 권을 써냈다. 그 책이 바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란 책이다. 이 책은 어느 유전의 폭발 현장에 선 사람의 이야기로 서문을 시작한다. 뛰어내릴 것인가, 그대로 남아 죽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향해 익숙한 일상에서 뛰어내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몇 권의 책을 쓰며 그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았다. 그 삶을 전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바로 위에서 말한 그 프로그램이다.


나 역시 세 권의 책을 썼다. 스몰 스텝이란 자기 발견의 책을 썼다. 그 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치열한 자기 연구이자 익숙한 삶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한 마디로 구본형을 닮은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는 작가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코치도 있고, 사업가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런 전문가들을 모아 동일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 장소가 해남의 어느 빈 집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고유한 무늬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는다. 그리고 가장 행복하고 성공한 삶은 자신의 결대로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백세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가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처럼 그리 많지가 않다. 게다가 나이 마흔, 오십이면 또 한 번의 삶을 기획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세상을 우리는 살아간다. 구본형 선생은 놀랍게도 그런 삶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무려 30여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일종의 사도였고 선지자였다.


나는 천안의 어느 식당에서 여전히 그를 열렬히 추앙하는 식당 사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그가 책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했었다. 또 한 번은 어느 직장인을 통해 그가 일생 동안 수집한 책이 정갈하게 모아진 사무실을 만나기도 했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의 흔적들은 사람으로 책으로 여전히 살아남아 있었다. 아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심지어 한 번도 대면을 하지 못한 나 역시 그를 스승 운운하며 이런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가 꾸던 꿈이 책과 글, 사람을 통해 전이되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지금 아무 것도 가진게 없다. 그저 하나의 아이디어와 사람들이다. 불완전한 인간인 탓에 그 관계 마저도 떳떳치 않다. 하지만 나는 꿈을 꾼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온전한 삶을 찾아 행복해지고 또한 성공한 인생을 사는 꿈이다. 나는 운 좋게도 나이 50에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았다. 그 일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삶을 타인에게도 나눠주고 싶은 꿈을 꾸게 되었다. 바로 구본형 선생이 꾸던 그런 꿈이다.


해남의, 통영의, 남해의 어느 빈 집을 꾸며 두 번째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나다운 삶, 스몰 비즈니스의 노하우를 함께 연구하고 싶다. 다양한 전문가를 초빙해 그들의 노하우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리그 그렇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내가 그나마 잘하는 '글쓰기'로 기록하고 싶다. 이제 그 꿈의 첫 삽을 뜨기 위해 다음 주 일요일 저녁에 같은 생각을 가진 열 다섯 사람을 만난다. 한 여름의 밤의 꿈으로 끝날지, 조금씩 그 꿈의 꼴을 만들어갈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결과가 어찌 되었든 상관이 없다. 나는 당당한 꿈을 꾸었고, 될 일은 반드시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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