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페는 조금 특이하다. 일단 일회용품을 일정 사용하지 않는다. 휴지를 달라고 하면 손수건을 준다. 빨대 대신 스푼을 내온다. 텀블러를 지참하면 무려 2000원을 할인해 준다. 주방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닐랩 대신 실리콘랩을 쓴다. 유산지 대신 무스틀을 깨끗이 씻어 재사용한다. 설거지할 때는 액체 대신 고체 세제를 쓴다. 액체 세제를 쓰면 이를 담는 플라스틱 용기를 함께 써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효율적이지도 않다. 고체세제는 훨씬 더 오래 쓸 수 있다.
이 카페의 이름은 '얼스어스', 주인은 커피와 친환경에 관심 많은 회사원이었다.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방황했다. 그리고 퇴사를 선택했다. 스무 살에 딴 바리스타 자격증, 숱한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 홈카페 컨텐츠를 만들던 경험이 자산이 됐다. 2017년 11월, 카페 주인 길현희씨는 기어이 창업을 했다. 가게는 집에서도 가깝고 친구들과 자주 찾던 연남동에 자리잡았다. 양옥집 창고로 쓰던 공간은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규칙 한 가지를 더했다. 그건 '일회용품'은 쓰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다.
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가게에서 파는 케익의 포장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손님들이 일회용기를 들고와 담아가겠다고 했다. 걔중에는 종이 상자나 컵라면 용기를 들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주인의 결심은 단호했다. 2018년에는 플라스틱 컵 이용에 규제가 따랐다. 이런 카페가 많지 않아 많은 언론들이 얼스어스를 찾았다. 같은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꾸준히 업데이트했다. 피드에는 일회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그러나 예쁜 다회 용기나 잔에 담긴 음료와 음식 사진을 올렸다. 팔로워가 꾸준히 늘었다. 어느 새 '포장을 하지 않는 카페'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얼스어스의 로고는 예쁘고 감성적이다. 자연스럽게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를 찾는 손님이 생겼다. 하지만 카페 주인은 망설였다. 텀블러를 팔려면 포장을 해야 한다. 굿즈 판매 자체가 환경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오해받을 여지도 있었다. 고심 끝에 텀블러 대신 달력을 만들었다. 포장지는 최소화하고 스프링도 쓰지 않았다. 코팅되지 않은 종이로 만든 이 달력의 수익은 WWF(세계자연기금)와 그린피스에 나눠서 기부했다. 카페 주인의 고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보다 못한 지인들이 지인들이 케이크를 포장해갈 얼스어스만의 용기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주인은 이 조차도 고민 중이다.
카페는 커피만 잘 내리면 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맛으로 승부하는 카페도 있다. 하지만 얼스어스는 다르다. 이들은 커피를 매개로 '환경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종의 캠페인이자 무브먼트인 셈이다. 물론 이를 내세우진 않는다. 스스로도 그렇게까지 생각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카페는 지난 6년 간 수많은 생활 속 환경 운동가들을 만들어냈다. 이 카페는 그 흔한 구호 하나 외치지 않았다. 그저 카페를 운영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울림은 그 어느 환경단체에 못지 않다. 생각과 가치를 판다면 이 카페를 방문해 보자. 말과 글보다 실천이 앞서는 곳. 이 카페는 커피를 파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오는 주말엔 연남동이나 서촌을 방문해야겠다. 지구를, 그리고 나를 생각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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