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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개던 아줌마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물론이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브랜드'가 뭔가 하는 것이다. 단순히 유명해지면 브랜드라 말할 수 있을까? 틀린 말은 아니다. 유재석이나 백종원, 나영석 PD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지도와 영향력을 지닌 사람은 브랜드다. 이들은 마치 현대나 삼성, 애플이나 LG와 같은 일종의 메가 브랜드인 셈이다. 하지만 세상엔 작은 브랜드도 많다. 해당 분야의 사람들만 아는 유명한 브랜드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골목마다 즐비한 맛집들도 브랜드다. 심지어 간판도 없이 유명세를 타는 빵집이나 카페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대단한 스펙이나 유명세 없이도 우리는 모두가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핵심은 차별화이다. 나를 브랜딩한다는 것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내가 가진 핵심 가치와 세상의 필요가 만나는 접점을 찾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속한 아주 작은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일종의 마이크로 브랜딩인 셈이다. 오은영씨는 이미 상담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백종원씨 역시 TV를 통해 유명해지기 전에도 이미 외식업 분야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람이었다. 소위 그 분야에서는 이미 브랜딩에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방송은 농구의 왼손처럼 거들 뿐이었다. 위의 두 사람이 부담스럽다면 '크몽'이나 '숨고' 같은 사이트들을 찾아다녀보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주 작은 분야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주 작은 비용이지만 꾸준히 이들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유튜버 중에는 빨래를 개며 수다를 떠는 것으로 유명해진 '권감각'이라는 채널이 있다. 그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주부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카메라를 켜고 수다를 토해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되었다. 그녀가 하는 얘기는 일상의 얘기이다. 남편 욕을 하고 주식 투자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입담이 보통이 아니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소통'이라는 키워드다. 권감각은 평범한 주부였지만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수다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유튜브라는 채널은 거들 뿐이었다. 이렇게 한 사람의 핵심 가치와 세상의 필요가 만나는 접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주식 전문가의 딱딱한 정보보다는, 주식으로 인해 절망에 빠진 한 주부의 수다가 누구에게 더 큰 위로를 줄지는 자명한 일 아닌가.


요즘 들어 투잡, N잡, 부캐 등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핵심 자산’을 잘 정리하지 못한다면 N잡은 오히려 브랜드가 되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대기업 프로젝트를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 역시 그저 수입이 많은 프리랜서, 그냥 혼자 일하는 인디워커일 뿐이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랜드가 된 사람이 가진 핵심적인 경쟁력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이 가진 자산, 즉 자신만의 가치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만의 마니아, 즉 팬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신뢰하고 그의 삶의 방식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김미경 강사 또한 지방 소도시의 피아노 강사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는 자신에게 '강사'로서의 역량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건 자신의 강연에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면서 김미경이란 사람을 좋아하는 '팬덤'이 생겨났다. 마치 불씨 위에 장작을 올리면 따오르는 불길처럼 이 팬덤은 성장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팬덤은 카페나 블로그, 유튜브와 같은 채널을 통해 자가 증식한다. 생각과 삶의 방식이 비슷한 사람들은 통하기 마련이다. 이 팬덤들을 채널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로 브랜딩이 일어난다. 권감각과 김미경 강사는 자신이 선호하는 채널(유튜브, 강연)을 활용할 줄 알았다. 이것이 평범한 사람이 브랜드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브랜드란 한 마디로 개인과 회사가 자신의 고객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의미한다. 특정 개인이나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생성이 되고, 이를 소비자가 인식할 때 그 개인과 회사가 비로소 브랜딩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 개인이 다수의 사람들과 필요와 기호, 성향에 따라 관계를 맺는 과정이 퍼스널 브랜딩이다. 하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란 발신자가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인식과 경험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세상에 외치는 것, 그리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 바로 이러한 간극을 줄이거나 없애는 과정을 우리는 '브랜딩'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바로 자신의 ‘업’을 통해 타인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업에 성공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유명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큰 돈을 벌지 못한다 해도, 대단한 스펙을 가지지 못했다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그 존재를 인정 받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브랜드'일지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자신만의 ‘가치’있는 ‘브랜드 자산’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이다. 그것은 한 장의 그림일 수도, 수다일 수도, 강연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안에 담긴 가치의 유무이다. 당신이 하는 일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가? 이 질문에 선명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만이 비로소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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