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원 쏘니, 손흥민

새벽 1시 반에 거짓말처럼 일어났다. 하지만 선발 명단에 손흥민은 없었다. 전반 내내 상대팀 레스터시티를 응원했다. 후반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흥민이 교체 출전했다. 그리고 마수 걸이 첫 골을 넣었다. 7경기 만이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두 골, 세 골, 헤트트릭을 기록했다. 공의 궤적은 아름다웠다. 한 번은 오른발로, 한 번은 왼 발로, 마지막은 상대팀의 수비 라인을 간발의 차로 뚫으며 골이 되었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아름다운 밤'이라고. 오늘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새벽'이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축구에 죽고 산다. 아주 오랫동안 이 현상을 신기하게 바라봤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런다. 일단은 국뽕 때문이다.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적인 리그에서 뛴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흐뭇하다. 어린 시절의 내게 차범근이라는 사람은 신화 속, 전설 속 인물이었다. 대단한 건 알았지만 실체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와 동시간대에 감동과 감격을 공유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재미 때문이다. 뭐든지 아는 만큼 재밌는 법이다. 축구는 단순하지만 놀랍도록 전략적이다. 선수 뿐 아니라 감독과 전술에 따라 경기 결과가 매번 달라진다. 그 정점에 바로 프리미어 리그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 더 '감동'이 더해진다. 손흥민은 주급으로 3억을 받는다. 몸값만 1000억을 호가한다. 이런 친구를 내가 '걱정'한다는게 말이 안되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우리는 끊임없이 걱정한다. 7경기 동안 골을 못 넣는다고 얼마나 노심초사했던가. 손흥민을 향한 기대와 비난의 글들이, 영상들이 봇물처럼 쏟아졌었다. 그의 마음 고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왜 그의 마음 고생을 나도 하는지 모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 새벽은 괜히 코끝이 찡했다. 이심전심,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리라. 우리도 골을 못 넣어 전전긍긍 살아간다. 손흥민에 나를 겹치는 일종의 투사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의 골에서 희망과 위로를 얻는다. 사람은 참 희한한 존재다.


인간이 여타의 동물들과 다르게 행동할 때가 있다. 그게 바로 전장에서 전우를 대하는 태도다. 전우가 쓰러지면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 쪽으로 달려간다. 적에게는 이만한 타겟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본능처럼 위험에 뛰어든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또 하나의 전쟁이다. 총과 칼을 쓰지 않는다 뿐이지 상대방 골대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한다. 우리는 거기서 인생을 본다. 축구가, 손흥민이 사랑받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축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그 안에서 뛰는 나의 편에게 우리는 몸과 마음을 바쳐 목을 놓아 응원한다. 90분의 드라마는 그래서 감동이 있다. 잠깐이라도 내 삶에 감동을 안긴 '나이스 원 쏘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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