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라는 책이 있었다.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그 이름 만큼은 선명하다. 최근엔 같은 이름의 TV 프로그램을 재밌게 본 일도 있다. 관심 있는 대상을 좇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관심의 대상이 된다.
내겐 '브랜드'가 그렇다. 처음엔 직업으로 시작한 일이 이제는 생업이 되고 결국 재미와 의미를 담는 그릇이 됐다. 크든 작든, 오래 되었든 새로 생겼든, 인간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브랜드의 탄생과 부흥, 소멸을 바라보는 일은 재미있다. 이만큼 호기심으로 가득찬 세계가 또 있을까?
하나의 흥미로운 브랜드를 파다보면 고구마 줄기처럼 새로운 브랜드들을 만나게 된다. 이것이 브랜드가 가진 매력이다. 카페 루루흐의 흔적을 찾다가 월간 디자인과 현대 다이브가 2020년 진행한 프로젝트를 보았다. 거기엔 무려 100개의 핫한 브랜드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내가 흥미로운 브랜드를 찾는 방법은 바로 이런 것이다.
브랜드는 요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마음이 가는 곳에 지갑을 열기 마련 아닌가. 가볼 만한 곳이라면, 먹을만한 것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가는 세상이다. 이렇게 나는 1000개의 브랜드를 찾아 대한민국의 욕망의 지도를 그려보려 한다. 주말 하루가 심심치 않은 건 이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김정호처럼 우리 나라 곳곳의 브랜드를 헤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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