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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해녀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 김하원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07.

1. ‘해녀의 부엌’은 지난해 3월 제주 구좌읍 종달리 부둣가에 방치됐던 오래된 어판장을 공연장 겸 식당으로 개조해, 제주 해녀의 삶 등을 주제로 한 연극공연과 식사를 제공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탄생했다. 예약 손님만을 받아 150여분 동안 ‘해녀 어멍’(어머니의 제주 방언)을 비롯한 해녀 이야기로 연극공연을 하고 해녀가 직접 잡은 해산물 요리 제공, 해녀와 손님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진행된다.


2. 특급호텔이나 전통문화 체험관에서 고가로 제공되던 극장식 레스토랑 또는 문화체험형 식사를 제주만의 콘텐츠인 해녀의 인생과 해산물 요리로 만들어낸 ‘해녀의 부엌’은 새로운 형태의 지역밀착형 문화관광 체험상품으로 주목받으며 이용자들과 지역사회, 관광업계의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 6월엔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제11회 관광벤처사업 공모전’의 960개 응모작중 대표 혁신벤처 사례로 뽑혔으며 에어비앤비는 ‘제주도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해녀의부엌’을 선정한 바 있다.


4. 3년 평균 예약율 96.8%, 누적 방문객 5만명, 모금 성공률 4000%. 2019년 문을 연 제주도 ‘해녀의 부엌’이 기록한 숫자도 놀랍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 놀라운 일이 가득하다. ‘해녀의 부엌’을 세운 김하원 대표는 제주도 해녀 집안에서 자라 배우를 꿈꾸며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연기 전공으로 졸업했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다 해녀들이 잡은 해산물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어머니를 도와 농수산식품 콘테스트에 도전했다.


5. 해산물 판로를 고민하던 어머니의 공장에서 제조한 수산 가공식품으로 장관상을 받은 김 대표는 자신감을 얻었고, 자신이 가진 연기 재능으로 해녀들이 잡은 해산물의 가치를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해녀들이 많이 채취하는 뿔소라는 가격 때문에 일본 수출에만 의지하던 상황이었다. 연기가 가진 힘을 믿었던 김 대표는 제주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맛집 투어에 문화예술의 요소를 넣었다.



6. 처음 ‘해녀의 부엌’은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관광객들로 시작했지만, 곧 눈물 나는 해녀의 인생이야기와 함께 싱싱한 수산물을 즐길 수 있어 감동과 맛을 다 잡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진 사례가 이어졌다. 물질도 하고 요리도 하며 관람객 앞에서 직접 연기도 하는 12명의 해녀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이는 제주 구좌읍 종달리 최고령인 91세 권영희씨다.


7. “사실 어머니가 암 투병을 했었다. 내가 미국 유학을 고민하던 때는 완치 된 상황이었고. 그 때 어머니가 제주산 톳으로 조청 만드는 걸 시작했다. 암 환자들은 많은 약을 복용하다보니 칼슘 섭취가 쉽지 않는데, 대체할 식품을 고민하다 톳 조청을 만드신 것이다. 암 투병중인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다 입소문이 나 누가 사업으로 해보라며 제안을 하셨다.”


8. “어머니 사업계획서를 도와드리며 제주 톳 가격에 대한 현실을 알게 되었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제주도의 자연산 톳 90프로가 일본으로 수출 되는데(일본은 톳 시장만 2천억 규모다.) 일본 내에서는 오히려 양식 취급을 받았다.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게 속상했다. 뿔소라 역시 제주 해녀들의 채취로 1년에 2천톤 정도가 얻어지는데 그 중 80프로가 일본으로 수출된다. 그런데 엔저현상 등으로 가격이 점점 하락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제주도에서 최저가 보장을 해줄 정도가 되었고. 톳 때문에 억울한 마음이 또 다시 올라왔다.”



9. “브로드웨이 배우 지망생들이 운영하는 미국의 한 레스토랑 이야기를 들었다. 레스토랑이 무대가 되고 서빙을 하며 공연을 한다고. 그간 공연은 보는 행위, 식사는 먹는 행위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사례가 자극이 됐다. 어판장을 활용, 공연과 다이닝을 동시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10. "'해녀의 부엌' 공연의 힘은 무엇보다 일상에서 뿌리 내린 삶을 무대 위로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해녀 이야기'는 89세 해녀의 삶 그 자체예요. 처음에는 연기를 한다는 사실에 해녀 이모들이 부끄러워하시기도 하셨는데, 본인 삶을 자연스레 녹이고 관객분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치유를 받는다고 하셨어요. 89세 할머니는 엄청 우셨어요. '내 인생을 부끄러운 것만으로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죠. 이 공간에는 거짓이 없어요."


11. 해녀의부엌은 지역 일자리 창출과 어촌계의 전통을 잇는 가치를 보여주며, 관광벤처 최우수기업, 로컬크리에이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예술경영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등 각종 수상으로 그 성과를 증명하고 있다. 또 최근 미디어콘텐츠 개발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조천리에 2호점을 오픈했으며, 제주 뿔소라를 세계로 알리기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꾸준히 개척해 나가는 중이다.



12. “아직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해녀의 부엌’이 우리 팀, 해녀, 어촌계 모두에게 내 브랜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중에 제주 출신 김하원 없이도 잘 돌아가면 좋겠다. “작년에는 다행히 흑자였다. 매출 2억 2천만원 정도. 초반에는 좌석도 적고 공연 횟수도 적어 지금처럼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올해는 10억 매출을 목표로 달리는 중이다.”


13. ‘해녀의 부엌’에는 해녀 7명, 청년 7명이 일하고 있으며 연극 공연에는 모두 9명이 출연한다. 김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해녀의 삶을 주제로 한 4편의 ‘해녀 이야기’외에 2021년 초엔 영상을 활용한 ‘부엌이야기’ 콘텐츠를 추가해 2개의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녀의 부엌에서 일하는 해녀들은 50살부터 89살까지 다양하다. 김 대표는 “전에 45명 받던 예약을 현재는 방역을 강화해 30명까지만 받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4. “어딜 가든 나는 용의 머리가 되겠다고 대답하곤 했다. 제주도로 내려온 것 역시 제주도에 시장성이 있어서 선택한 것이다. 환경이 나를 만들어주는 게 아닌 내가 환경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런 마음으로 창업을 한다면 좀 더 큰 그림을 만들거라 믿는다.”





* 내용 출처

https://bit.ly/3e99pW1 (서울신문, 2022.09)

https://bit.ly/3V1zjeU (제주의소리, 2022.10)

https://bit.ly/3dwheVH (서울경제, 2020.04)

https://bit.ly/3qZOWWB (뉴시스, 2020.11)

https://bit.ly/3dE2kwv (경주신문, 2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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