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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소방관을 돕는 또 하나의 방법, 119레오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57.

1. 소방관들이 불길의 뜨거움보다 두려워하는 것은 유해 물질로 인한 암과 희귀병이다. 수명을 다한 방화복이 버려지듯, 병에 걸린 소방관들도 버려진다. 그리고 여기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29살 청년 사업가가 있다. 내구연한이 다한 폐방화복으로 재생 가방을 만들어, 암 투병 소방관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 119레오의 창업자 이승우. 그을리고 구멍 난 폐방화복을 가져다 씻고 분해해서 만든 가방에 MZ 소비자가 움직였다.


2. 마스크 모양을 본뜬 업사이클링 백팩, 슬링백, 메신저백… 소방호스로 만든 동전 지갑은 용기의 에너지를 전염시켰다. 7년 간 17톤의 방화복이 재생됐고, 기부금으로 암투병 중인 소방관 13명을 구했다. 별세한 분들을 따로 기억하기 위해 전시회와 토크쇼를 열었다. 방염 방화 기능을 갖춘 아라미드 소재의 119레오 가방은 지금 무신사, 29cm, 11번가, 카카오 선물하기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3. 지난 2016년 이승우 대표는 혈관육종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고 김범석 소방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됐다. 당시 김범석 소방관의 유족은 수년째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 중이었다. 외롭고도 슬픈 싸움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소방관들이 마땅히 인정받아야할 권리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채 암이라는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4. 이 대표는 이렇게 냉혹한 현실에 놓인 암 투병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된 폐방화복을 수거해 손으로 하나 하나 해체하고 가방, 팔찌 등으로 재탄생시켰다. 소방관들의 땀과 희생이 깃든 119레오의 제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기부금 전달을 위한 1년짜리 프로젝트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업계에서 주목하는 업사이클링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5. 119레오 제품 탄생의 여정은 소방서로부터 불용 심의가 완료된 방화복을 수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수거된 방화복은 세탁을 위해 지역 자활센터 세탁 작업장으로 모여서 세탁을 하게 된다. 화재 현장의 그을음과 생명을 구한 잔재들을 걷어내면 방화복에는 생명을 구한 기억이 담긴 일부 흔적을 남기고 깔끔하게 세탁이 완료된다. 세탁이 완료된 방화복은 지역 자활센터 임가공 작업장으로 이동된다.


6. 방화복에 붙은 주머니부터 리플렉터, 지퍼 및 기타 부속품과 박음질을 하나하나 분해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원단의 형태로 펼쳐 준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디자인에 맞게 자르고 이어 붙여 제품을 완성한다.



7. 방화복 등을 수거하러 직접 소방서를 방문하는데, 소방관님들께서 “소방관 외에도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 아무래도 안전에 취약한 사람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이런 조언을 하시는 듯 하다. 그런 영향 덕분인지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할 때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고민하게 됐다.


8. 특히나 소방 장비는 지역의 세금으로 마련되고 있으니 최대한 지역사회와 연계하면 좋겠다고 판단됐다. 그러던 차에 저소득 주민의 자활, 자립을 지원하는 지역 자활센터를 알게 됐는데, 대부분 세탁 작업장과 임가공 작업장을 갖고 있더라. 저희와 자원을 가공하는 부분을 함께 나눌 수 있겠다 생각됐고, 2019년부터 같이해오고 있다.


9. 119레오의 주 고객층은 소방관에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소방 호스 카드 지갑과 REO926 백팩이다.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던 소방 호스로 만든 카드 지갑은 질감이 독특하고 고리가 있어 어디든 가볍게 걸어서 사용할 수 있다. 폐방화복으로 만든 백팩은 견고하면서 수납공간이 넉넉하고, 소방 현장에서 실제 사용됐던 만큼 생명을 구한 흔적도 남아 있는 특별한 아이템이다. 제품은 온라인의 경우 자사 몰과 다양한 입점 채널에서 구입할 수 있다.



10.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대학에 진학할 때 건축학과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공간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 생활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건축뿐 아니라 선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러 방법이 있다는 사실도 체득하게 됐다. 그리고 119레오를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너무 후회가 될 것 같아 실행에 옮겼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나의 좌우명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다. 묵묵히 소임을 다해 세상의 작은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11. 방화복 다섯 벌을 빨고 분해하고 조립해야 가방 두 개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7년 동안 17톤의 폐방화복이 가방으로 재생됐고, 40톤의 이산화탄소배출이 절감됐다. 그렇게 밤낮으로 애써 번 영업 이익의 50%를 암 투병 소방관에게 기부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119레오의 생명 자본은 자연스럽게 암과 싸우는 소방관에게 흘러들어갔다.


12. 지역 소방본부는 폐방화복을 주고, 그는 땟물과 잿물을 털어 환골탈태한 재생 가방을 팔아 수익을 되돌려준다는 슬기로운 순환! 그뿐인가. 사이사이 지역자활센터에서 세탁과 임가공을 해결해 사회적 약자의 고용이 더해지고, 물류 등의 환경 비용을 줄이는 센스까지(지역 거점에서 분해된 폐방화복은 부피가 1/10로 줄어든다고).



13. 119레오는 용기를 담아내는 브랜드다. 이러한 용기를 대표하는 사람은 소방관이고 이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2018년부터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홍대 상상마당에서는 소방호스로 만든 태극기가 가장 메인 작업이었다. 3월 1일 삼일절에 오픈을 했던 만큼 대한민국을 지켜낸 용기있는 독립 운동가 분들을 기리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도 함께 전한 의미있는 전시였다.


14. (산전수전 겪어보니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던가요?) “효율과 진정성이다. 특히 진정성은 더 세련된 정련을 위해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고민을 나눠야 한다. 실제로 사업 초기에 방화복을 100% 업사이클링으로 진행했다가 싸늘한 시장 반응에 상처받았는데, 돌아보니 그때 제가 오만했더라. ‘설마 이런 진정성을 외면한다고?’오버하면서… 진실을 기반으로 더 예쁘게, 더 실용적으로, 시대 흐름에 핏을 맞춰 전달해야 했다.”


15. 제품을 받아보시고 소방관님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셨다는 제품 리뷰를 보면서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초기에는 현장의 흔적들을 제품에 잘 녹이지 못하다 보니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점차 디자인으로 잘 녹여내자 현장의 흔적을 멋과 감동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아졌다. 더 멋진 디자인과 제품을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6. 영업이익의 50%를 기부하고 있다. 내년도부터는 제품 구매 시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 포인트를 사용하거나 기부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기부를 선택할 때에는 1+1을 적용해 더 많은 금액이 기부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물론 이 과정 이후에도 영업이익의 50% 기부는 지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 공식 웹사이트

https://www.119reo.com/


* 내용 출처

- https://bit.ly/3EjDZa6 (조선비즈, 2022.09)

- https://bit.ly/3CALgkz (디자인정글, 2022.04)

- https://bit.ly/3M9BFV0 (스타트업투데이, 2021.09)

- https://bit.ly/3ElBd48 (여성동아, 2021.07)


* 기사 정리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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