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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불구이 향으로 차별화하다, 몽탄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58.

1. 공부하는 시간보다 가게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길다보니 공부에 흥미를 못 붙였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군복무를 마친 후 인터넷쇼핑몰 사업을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다시 어머니 가게로 들어가서 어머니를 계속 도와주다가 2015년 서울 중림동에 돼지고깃집 '두툼'을 열면서 독립했다. 이후 2018년 '몽탄'을 열고 몽탄을 월 매출 6억~6억5000만원 내는 유명 '맛집'으로 키운 조준모 몽탄 대표(40) 이야기다. 조 대표는 두툼, 몽탄을 단독 경영하고 있으며, '초원' '달래해장' '하니칼국수' '뚝도농원' '수티' 등 여러 외식 업체를 공동 경영하고 있다.


2.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간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빚더미에 올랐다. 주부였던 어머니가 생업을 위해 삼겹살집을 냈고, 중학생 때부터 어머니 가게에서 불판 닦기 등 각종 일을 도와드리다가 고등학생 때 자연스럽게 삼겹살집을 차리는 꿈을 갖게 됐다.


3. 모친의 식당에서 경영실무의 기초를 탄탄히 다진 조 대표는 35세 때인 2015년 비로소 독립했다.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창업 결심을 했을 때 통장에는 2000만원 밖에 없었다. 마침 결혼식을 올린 직후여서 들어온 축의금도 창업자금으로 썼다. 모친에게 적립해둔 자신의 임금 5000만원, 여기에 장모님 후원금(?)까지 긁어모아 1억 원 조금 넘는 돈을 만들었다. 첫 창업이어서 하고 싶은 건 많았다. 좀 더 넓은 규모, 최신 시설과 설비, 멋진 인테리어 등. 하지만 돈은 턱없이 부족했다. 욕심을 덜어내야 했다. 


4. 가게 자리는 매우 신중하게 알아봤다. 자금이 부족한 만큼 발로 뛰었다. 1년 만에 점포를 결정했다. 충정로에 30평 규모로 <두툼>이라는 고깃집을 차렸다. 첫날부터 대기 손님이 생길 정도로 잘 됐다. 일본 티브이와 잡지들이 소개해 일본인 관광객들도 붐비는 고깃집이 됐다. 월 매출 4500만원이 목표였는데 최고 1억2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5. 돈육시장은 그동안 두툼한 숙성육이 대세였다. 차츰 시간이 가면서 식상한 아이템이 됐다. 두툼한 숙성육의 대안 아이템을 찾아내야 했다. 맛은 기본이고 시각 후각 등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킬 아이템을 구상했다. 향기(후각)에 콘셉트의 무게중심을 두기로 하고 무안 몽탄의 짚불구이 삼겹살을 벤치마킹 했다. 


6. "1년 넘게 월세만 400만원씩 냈던 것 같아요. 어떤 콘셉트로 해야 할지 고민됐거든요. 가게명인 몽탄 이름을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서 따왔는데, 이 지역에는 송어를 짚불에 구워먹는 문화가 있어요. 몽탄을 내기 전 당시 두꺼운 숙성육이 유행했는데 새롭고 신선한 콘셉트의 고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연구하려고 여러 지역 등을 돌아다니다가 몽탄면에서 짚불구이를 알게 됐고, 짚불에 구워먹는 소고기를 개발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7. 그가 선택한 것은 '향'이었다. 전라남도 무안군 몽탄면에서 유래한 짚불구이 삼겹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매장도 짚불 연기가 피어오르는 주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도록 배치했다. 짚불구이라는 조리법을 선택한 것도 오감으로 맛을 느끼고자 하는 고객들 선호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대표 메뉴인 '우대갈비'도 소의 6~8번 갈빗대인 꽃갈비를 뼈째 살린 점이 고객들 눈요깃거리가 되고 있다.


8. 구이 메뉴는 우대갈비와 짚불 삼겹살 두가지로 단촐한 편인데 의외로 우대갈비의 인기가 훨씬 좋다. 우대갈비는 짭쪼롬한 양념이 된 갈비살인데, 부드럽고 씹는 맛이 있다. LA 갈비에 훈연한 맛이 입혀진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기대한 짚불 삼겹살은 후기가 갈리는 편이다. 무난하게 먹기 좋은 편이지만 '몽탄'의 의미를 알고 기대감을 높인 방문객은 '글쎄..'하는 표정을 짓는다. 솔직하게 말하면 식감이 훈제 오리구이 같다 지인의 평가도 있었다. 그 말을 듣고보니 원효대사의 해골물 마냥 마트 시식코너의 오리구이 (맛 없다는 것이 아니다.)맛이 물씬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기대를 조금 낮추는 편이 좋다.



9. 조연 배우들의 역할이 좋다. 냉이 된장, 양파김치, 얼린 무생채 등 고기와 곁들여 먹는 사이드 반찬 덕에 고기를 먹는 재미가 있다. 식사를 하다보면 몽탄의 매력은 고기 그 자체의 맛 보다는 가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서비스, 그리고 사이드 메뉴의 조화로움, 재미있는 컨셉 덕에 만족도가 높아진다. 그러니까 사실은 진짜 고기 맛이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살면서 한 번쯤 은 가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고깃집이다.


10. 조 대표의 경영 스타일을 한 마디로 압축해 표현하면 대교약졸(大巧若拙)이다. 진짜 대단한 재주나 능력은 오히려 서툴러 보인다는 뜻. 제 자랑을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치고 변변한 사람 없다. 재능이 비범한 사람은 자기 재주를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서툰 사람처럼 보인다. 조 대표가 <몽탄>을 기획하면서 스스로 다짐한 원칙이 있었다. ‘겉멋 부리지 말고 기교 부리지 말자’는 것. 거짓말 하지 않는 가게는 언젠가 손님이 알아준다고 굳게 믿었다. 허세나 과장하려는 욕심을 자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정신이 <두툼>을 성공시켰고, <몽탄>의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에 그대로 적용됐다. 지금 구상 중인 사업도 그런 자세로 밀어붙일 생각이다. 


11. 저는 낯가림이 심한 편입니다. 유명세를 타거나 사업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고요. 다만 남들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습니다. 남들이 해봤던 콘셉트를 흉내 내지 않고 나만의 독창적인 콘셉트의 식당을 실험해보고 싶은 거지요. 주변에서 리스크가 크다며 말리지만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도전하는 게 또 인생 아닐까요?”





* 공식 웹사이트

https://bit.ly/3CJ3n7W


* 내용 출처

- https://bit.ly/3rCK7D5 (매일경제, 2022.07)

- https://bit.ly/3yptWge (조선일보, 2022.06)

- https://bit.ly/3RJCYLF (조선일보, 2022.06)

- https://bit.ly/3R6P6pD (매일경제, 2020.09)

- https://bit.ly/3fLAEXb (뉴스프리존, 20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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