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린 친구가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던 친구입니다. 지금은 굴지의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3년 만에 암이 재발한 모양이네요. 11월 17일 수능일에 수술일자를 잡았다고 합니다. 마음이 약해서 자세하게 물어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우리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것을.
어제도 습관처럼 먹방을 보다가 '혜성 칼국수'란 곳을 알게 됐습니다. 쯔양이 방문해서 5그릇을 그냥 비우더군요. 멸치 육수와 닭칼국수 두 종류만 판매한다고 합니다. 특히 김치가 맛있어보였습니다. 풍자라는 유튜버가 히밥을 초대해서 60만 원 어치를 그 자리에서 비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없던 식욕도 생깁니다. 먹는 즐거움의 극치, 그것이 콘텐츠가 되어 소비하는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겠지요? 모두가 쯔양이나 히밥처럼 특별한 소화력과 신진대사를 갖고 있진 않을테니까요.
그런데 저처럼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맛있는 것 원대로 먹고 말년을 고생하면서 살지, 아니면 식단 조율과 운동으로 건강하게 살아갈지. 여기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드러납니다. 어느 한쪽이 옳다 그르다 말하는 것은 경솔한 것 같아요. 그 순간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삶의 한 방법이니까요. 다만 그 결과까지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이러한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더더욱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저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디톡스로 살을 빼고 있습니다. '건강'이라는 가치를 '먹는 즐거움'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몸의 신진대사가 부족한 이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변화와 기록을 통해 저와 같이 방황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인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가이드를 주고 싶습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 뿐이니까요. 운동보다, 디톡스보다, 다이어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선택의 이유, 즉 Why입니다.
얼마 전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독특한 체질을 가진 청소년 한 명이 나왔습니다. 일반인처럼 먹으면 평균 수명이 40세 밖에 되지 않는 특이 체질을 가졌다고 하네요. 한창 때의 몸으로 얼마나 먹고 싶은 것이 많았을까요. 하지만 그 옆에 있는 어머니는 울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조금이라도 더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어찌 모를 수 있을까요. 이렇듯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 선택의 이유가 선명하다면 뒤따라오는 결과를 받아들이기 더 쉬울 겁니다. 그 선택은 오롯이 자기 자신의 것이어야 합니다.
조만간 암 투병 중인 친구를 만납니다.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나지만 병의 진전에 대해 물어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저 아무 일 없는 듯이 웃고 떠드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정작 수술 날짜를 받아놓은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할지 너무 고민이 되네요. 암 환자들에게 재발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친구 앞에서 내 삶의 중요한 것들을 다시 한 번 짚어보게 됩니다.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일까요? 친구는 그저 그런 선택을 조금 더 요구받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한 번은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당신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그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