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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가 탔던 필라보트를 만듭니다, 라보드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97.

1. 이 대표와 박종훈·구민섭·박희원 대표는 2017년 목재 보트 제조 기업 '라보드'를 창업했다. 배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지만, 막상 기업을 창업해 운영해 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선박학교에서 배운 이론만으로 배를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청년 대표 네 명은 파트를 나눠 선박 엔진, 용접, 운용 등의 회사에서 일을 배웠다. 퇴근 후엔 모여 나무를 깎고 조립하며 회사를 운영해 나갔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구민섭·박희원 두 대표는 남극의 세종, 장보고 극지연구소에 선박 설비 관련 요원으로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다. 고된 2년의 시간 끝에, 지난해 첫 번째 목재 보트 33피트급 필라보트형 연안여객선 '세투스'를 진수할 수 있었다.


2. 라보드는 총 4명으로 만들어진 팀이다. 이들이 뭉친 스토리도 특이하다. 이들의 고향은 부산, 서울 등으로 다양하지만 배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은 컸다. 2014년 이들은 원주 올리버선박학교에서 만나 서로의 뜻을 공감했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배를 만들기에는 기술이 부족했고 서로 파트를 나눠서 일을 배우기로 했다. 기업, 연구원 등에 입사한 이들은 ‘나만의 배’에 대한 꿈을 품고 용접, 운영, 엔진, 운항 등을 배웠다. 4명이 뭉치면 배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이들은 2017년 다시 만나 라보드를 시작했다.


3. "목공을 취미로 즐기는 9년 차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어느 날 아내가 국내 청년들이 나무로 보트를 만들어 광화문에 전시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여주었어요. 광화문에서 실제로 배를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어린 시절을 경남 통영 욕지도와 부산 영도에서 보내서 낚싯배는 자주 보았는데, 광화문에 전시된 배는 영화 속에서 본 듯한 클래식 스타일의 멋진 보트였어요. 곧장 퇴사를 결심하고 2014년에 강원도 원주의 선박학교에 들어갔습니다.



4. "영도는 국내 최초로 엔진이 있는 배를 만든 지역이에요. 일제 강점기 시절, 영도 깡깡이마을에 생긴 다나카 조선소가 국내에서 최초로 엔진이 있는 배를 만든 곳입니다. 1970~80년대에는 한진해운이 자리해 조선업이 번창했고요. 지금은 인구 소멸 지역이지만 그 당시엔 영도 인구가 무려 30만 명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큰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거제도와 울산으로 옮겨 가고 작은 배에 대한 수요는 줄면서 영도는 쇠락했죠. 이런 역사적 배경에 이끌려 영도에 자리 잡았어요."


5. 역사적인 이유 외에도 이들이 우든 보트를 택한 또 다른 이유는 자신들이 그러했듯 누구나 자신만의 배 한 척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배를 만드는 방법은 FRP, 알루미늄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다만 FRP나 알루미늄을 재료로 할 경우 대량 생산은 가능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대표는 “나무로 보트를 만들 경우 각자의 상황에 맞는 크기, 디자인 등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6. 나무를 소재로 하는 우든보트(wooden boat)로 건조된 33ft급 우든 연안여객선 ‘CETUS’호는 강성이 높아 충격에 강하고, 보온성과 방음성 등에서 우수하다. 특히, 바다를 주제로 한 세계적인 명작 소설 ‘노인과 바다’를 남긴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탔던 필라보트를 모델로 하여 탑승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건조되었다. 또한, 가족과 연인들이 해상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뉴트로(새로움+복고) 감성의 개화기 의상을 입고 헤밍웨이가 즐겼던 음식인 숭어베이컨말이를 먹을 수 있는 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하여 2030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중소조선연구원 내 라보드 작업실. 나무 분진이 풀풀 날리는 이곳에서는 새 목재 보트 '월러스'가 제작되고 있다. 아직 턴오버(완성된 선체를 뒤집는 과정)를 하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프레임이 자리를 잡아 제법 배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왜 단가도 비싸고 사후 관리도 까다로운 목재를 소재로 보트를 만드냐는 질문에 대표 네 명은 입을 모아 "제작자 의도가 온전히 담긴 보트를 만들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목재를 하나하나 깎아 만드는 보트는 유려한 곡선 등 선박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좋다.



8. 이에 라보드는 세투스호를 단순한 유람선으로서의 운항하는 것이 아닌 가족과 연인들이 스토리를 결합해 해상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할 할 계획이다. 뉴트로(새로움+복고) 감성의 개화기 의상을 입고 헤밍웨이가 즐겼던 음식인 숭어베이컨말이를 먹을 수 있는 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프로포즈, 장례식은 물론 간단한 결혼식도 가능할 수 있는 공간대여사업으로서의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9. 내 손으로 나무를 깎고 다듬어 물에 뜰 수 있는 운송 수단을 만들어냈다는 쾌감. 엄청난 걸 창조한 기분이 들어요. 무엇보다 아름답잖아요.(웃음) 흔히 보이는 알루미늄이나 FRP 재질의 보트에선 느낄 수 없는 특유의 따뜻함이 매력적이에요. 내가 느끼는 이 매력을 다른 사람도 경험해 보면 알게 될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은 홍보를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우든보트에 관심이 많아지면 제작자도 늘어나고 다시 영도에 작은 조선소들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10. "처음 영도에 올 때부터 우든보트 빌리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과거 조선업이 흥했던 때처럼 영도의 바닷가에 우든보트 제작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크래프트 공방이 모이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북적이면 점점 그곳에 카페나 바, 식당도 생겨나겠죠. 영도에 살수록 정이 많이 들어서 앞으로도 이 도시와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 공식 웹사이트

http://gsd1.gabia.io/


* 내용 출처

https://bit.ly/3Ypn2CO (디퍼)

https://bit.ly/3W5LkjS (부산제일경제, 2020.08)

https://bit.ly/3HHECvR (매일경제, 2021.08)

https://bit.ly/3japOM8 (기계신문, 2020.08)

https://bit.ly/3WuIrZJ (부산일보, 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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