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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1.


때로는 즉흥적으로 일을 벌리곤 한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너무 실무에 매달리다 이론을 놓치고 있는 듯 해서 이런 저런 신간과 오래된 책들을 다시 읽었다. 새로운 내용들은 그 나름대로, 이미 읽은 내용들은 그들대로 의미 있었다. 홀로 일해온지 5년 차,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읽으니 또 다른 발견의 즐거움이 있었다. 이렇게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좋은 걸 혼자만 알긴 아깝지 않은가. 줌으로 브랜드 수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스몰 스텝 단톡방과 페북, 브런치를 통해 홍보를 했다. 이틀만에 94분이 신청해주었다. 지원 동기를 읽으면서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브랜드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 많을줄 누가 알았겠는가.


2.


지난 몇 달 동안 101개의 스몰 브랜드를 찾았다. 관련된 다양한 온라인 소스를 비롯해 책을 포함한 온갖 정보들을 뒤져가며 어렵게 찾아낸 목록들이었다. 이렇게 찾아낸 브랜드 뉴스를 조합해 일종의 리스티클을 만들었다. 앞으로 쓰게 될 기사들의 소스가 될 정보들이었다. 그런데 이걸 나만 보면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페북과 브런치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나의 관점으로 추려낸 정보들을 그럴싸하게 배치하니 또 하나의 좋은 자료가 되어 주었다. 무엇보다 스몰 브랜드를 통한 일종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가치 소비에 진심인줄 몰랐다. 로컬 브랜드의 부상이 놀라웠다. 생각지도 못한 고객들의 페인 포인트에 집착한 브랜드들은 적지 않은 인사이트를 주었다. 알라딘과 출판사로부터 연재와 출간 의뢰가 왔다. 그냥 나 좋자고 한 일들이 이렇게 스노우볼처럼 굴러 굴러 커지고 있다. 이건 정말 너무 재밌고 신나는 일 아닌가.


3.


페친인 치과 원장님의 소개로 모바일 닥터를 알게 됐다. 리더십의 변경으로 인한 IR자료와 보도자료 작업을 도왔다. 그렇게 알게 된 인연으로 연말 와인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무려 5시간을 떠들고 왔는데 처음 모임같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게다가 거기엔 내 책의 독자도, 유니타스브랜드의 독자도 계셨다. 플랜비디자인의 최익성 대표님을 비롯해 평소라면 만나지 못할 각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함께 만났다. 혼자 놀기 좋아하는 내가 이렇게 와인 모임을 좋아할 줄 몰랐다. 얘기만 오고 간 수준이지만 회사 브랜드북의 의뢰도 받았다. 의례적이지 않아 좋았다.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조찬 모임과 같은 분위기와는 아주 달랐다. 유니타스브랜드 전집을 갖고 계시다는 YBM의 이사님은 같은 동네에 살고 계셨다. 아마도 조만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다 모바일 닥터의 김의철 대표님 때문, 아니 덕분이다.


4.


언제나 두 세 달 앞을 내다보기 힘든 1인 기업의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두 분의 멋진 공동대표님과 함께 '브랜드워커'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관련 책은 이미 출간 계약을 하고 원고를 집필 중이다. 새해엔 또 어떤 일들이, 사람들이, 기회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혼자지만 뭐라도 시도하고 일을 벌리니 기회가 생긴다. 어제는 23년 된 컨설팅 회사의 리더로부터 만나자는 제안을 받았다. 브런치를 보고 연락한 거라 했다. 그렇다. 작은 회사일수록 '발신'이 중요하다.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신호를 보내야 한다. 물론 실력과 경험은 기본이다. 그러나 발신도 그만큼 중요하다. 나는 그 발신에 성공하고 있고 그래서 내년이 더 기대된다. 일의 범위도 규모도 커질 것이라 확신한다. 더 많은 기회들과 만나고 싶다. 그러나 내 발 밑의 작은 일들에 소홀히 하지 않으리라. 100개의 스몰 브랜드 프로젝트는 이미 1000개를 목표로 다시 달리는 중이다. 연말의 설렘이 가슴 벅찬 기대로 치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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