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를 무척이나 좋아해주던 한 사람이 있었다. 어떤 사건이 있었고 한 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다른 모임에서 그를 만났다. 그리고 그 한 시간의 모임 동안 그가 내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핑계를 대어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느낌에 쿵쿵대는 가슴을 안고 문을 나서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분명 나는 실수를 했다. 잘못이라면 잘못일지 모른다. 문제는 그게 그 사람을 향한게 아니었다는 것인데... 어쨌든 그 모습을 보고 내게서 마음이 돌아섰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1,2년을 그렇게 나를 칭찬하고 응원해주던 사람의 빈 자리가 생각보다 컸다. 가슴앓이를 했다. 아마도 회사를 운영하거나, 모임을 리드하거나, 누군가에게 사랑받아본 사람은 이 느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신이 아니다. 완벽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을 수도, 반대로 미움을 살 수도 있다. 그래서 내겐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이건 진리다. 심지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온 신도 그렇게 사람들에게 미움받고 배신까지 당했으니까.
때로는 '내가 만일' 그때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부질없는 가정이다. 그때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시간이 흐른 후에 더 큰 실수를 했을테니까.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하지만 오히려 뜨뜨미지근했던 사람들과는 더불어 잘 지내고 있다. 냄비같이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이 그만큼 또 빨리 식는다. 그 사람도 자신의 길을 가고 나도 내 길을 가는 것, 그게 어쩌면 인생일지도. 불현듯 그 기억이 떠올라 아무렇게나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