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책을 읽는다. 좋은 문장을 길어올리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누가 재촉하는 것도 아닌데 매일 에세이를, 자기계발서를, 경제경영서를 뒤진다. 그러다 재미있는 시리즈 하나를 발견했다. 그게 바로 '아무튼' 시리즈다. '아무튼'으로 시작되는 책들이 정말 많았다. 아무튼 피아노, 아무튼 양말, 아무튼 스웨터, 아무튼 떡볶이, 아무튼 계속, 아무튼 피트니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저 아무튼 시리즈에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 하고.
내 생각에 이건 시대적 정서다.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다. 아무튼, 그러니까 사정이 어떠하든 좋아하고 지속하고 타인에 말할 수 있는 자신의 개성, 취향 뭐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튼 그거 하나만큼은 내가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에 관한 시리즈다. 나라면 이런 걸 쓰겠지. 아무튼 스몰 스텝, 아무튼 브랜드, 아무튼 글쓰기... 그러고보니 이 작업이야말로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자신만의 키워드를 뽑아내는 과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의 시리즈가 아무튼 당분간 계속되겠지?
반가운 일이다. 라떼 시절에는 아무튼 대통령, 아무튼 과학자, 아무튼 서울대학, 아무튼 대기업... 뭐 이런 것들만 썼을 테니까. 쓰진 않았어도 꿈꾸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양말에도 열광하고, 떡볶이에도 열광하고, 달리기와 문구에도 열광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을 쓰고 읽는 시대가 되었다. 술, 노래. 비건까지 나왔으니 이 시대의 다양성에 관한 프리즘은 한계가 없겠다 싶다. 그러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의 '아무튼' 다음에 올 단어를 생각해보자. 이 제목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은 합격이다. 그게 무엇을 위한 합격인지는 나도 말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