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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브랜드로 살고 있습니까?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TED 강연 중 가장 많이 본 동영상은 어떤 것일까? 바로 '콰이어트'의 저자 수전 케인의 영상이다. 무려 1800만 명 이상이 이 강연을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내 기억으로 그 어떤 강연가보다도 수줍고 목소리도 작았다는 거다. 그러면서도 수없이 많은 달변가의 화려한 무대보다도 울림이 컸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이 강연에서 수전 케인은 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낸다. 유대인이자 랍비였던 그녀의 할아버지는 생전 신자들의 눈을 제대로 보는 일이 없을 정도로 수줍은 분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그가 세상을 떠나자 마을 골목길을 가득 가득 메울 정도로 조문객이 많았다. 외향적인 리더들이 넘쳐나는 나라에서 이런 그녀의 고백이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나는 최근 세 분의 전문가와 함께 '브랜드워커'라는 회사에 조인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브랜드워커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까? 유명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돈이 많거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까? 물론 다 아니다. 이런 것들이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니다.


나는 '스몰 스텝'이란 책에서 나다운 삶에 대해 줄기차게 이야기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다운 삶이란 타인과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따라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말한다. 수전 케인의 할아버지는 '그다운' 삶을 살았다. 그것이 어떤 가치였는지는 자세히 알 길이 없으나 그를 찾은 조문객들은 그의 삶이 선한 영향력으로 가득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런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무엇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선명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가치의 사전적인 의미는 쓸모이자 욕구, 욕망이다. 즉 내 삶은 타인의 필요와 선한 욕망을 채워줄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치 있는 것이 된다. 브랜드가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타인의 needs와 wants를 채워주듯이 말이다.


'나답다'는 것은 골방에 틀어박혀 MBTI나 애니어그램 검사를 받는다고 발견되어지는 것이 아니다(이 검사들이 필요없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세상 사람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말이 더 가깝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세상 사람들의 손에 들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브랜드로 살아가는 '브랜드워커'란 두 개의 관문을 거쳐야만 그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즉 자신의 가치를 선명하게 발견해야 하고, 그 다음 그 가치를 세상과의 교류를 통해 쓰임을 확인받아야 한다. 성경은 이를 '달란트'라는 말로 표현한다. 중요한 것은 이 달란트가 30배, 60배, 100배의 수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데 있다. 하나님은 이 달란트를 땅에 묻어 보존하는걸 싫어하신다.


이는 비유일 뿐 종교적 메시지를 강요하는게 아니다. 나는 우리들 모두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코칭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모든 사람은 온전하다(완벽한 것이 아니라)'는 말은 이 때문에 힘을 얻는다. 그리고 이렇게 태어난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통해 세상에 기여할 때 비로소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살다 간 세상이 이전보다 조금은 더 나아지길 바란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누구이며,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인지를 발견하고 학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를 실현할 나만의 기질과 재능, 환경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보람있는 삶이 아닐까.


브랜드워커는 단순히 사람도 브랜드라는 명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가치를 따라 의미있는 삶을 살기 원하는 누군가의 바람을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 것이다. 세상에 좋은 브랜드가 많아진다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저마다의 고유한 장점이 인정받고 칭송받는 세상만큼 좋은 세상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니 올해가 가기 전에 나만의 가치를 찾는 법을 고민하고 또 실천해보자. 그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전할지도 생각해보자. 나는 오랜 고민을 통해 평안, 소통, 용기라는 가치를 찾았다. 내가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SNS를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나의 가치를 세상에 전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어제보다는 오늘, 조금은 더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부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의 브랜드로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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