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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주말 아침의 독백

최근에 3권의 브랜드북 작업을 작업했습니다. 분야도 다양합니다. 마케팅 테크 기업의 검색 솔루션, AI교육 스타트업, 행안부가 지원하는 청년마을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단행본 작업도 다양하게 진행 중입니다. 10년 차 이상의 마케터 이야기, 개인의 브랜딩을 다룬 브랜드 워커, 100개의 스몰 브랜드 프로젝트까지 공저와 편집, 저서 등의 작업으로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때로는 한 달 안에 1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한 권의 책을 완성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스케줄도 경험했습니다. 이건 본업인 컨설팅을 제외한 일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요즘처럼 행복할 때가 없다 싶습니다. 이런 작업들을 통해서 너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기 때문입니다. 검색을 배우고, AI 교육을 배우고, 우리나라에 27곳의 청년 마을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들입니다. 이런 일들을 돈을 받아가며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요. 물론 부담은 있습니다. 일정도 맞춰야 하고 콸러티도 지켜야 합니다. 주말 내내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워커홀릭은 아닙니다. 평일 낮에 게임 방송을 보며 낮잠을 잘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쉼은 이상하게 '일'에서 오더라구요.


일상과 일의 구분이 모호해졌습니다. 분명 지방에 출장을 가서 일을 하고 있는데 휴가를 나온 기분입니다. 공주의 이름 모를 카페에서 내가 일을 하고 있는지 쉬고 있는 건지 묘한 기분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나인 투 식스의 삶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물론 제 삶이 좋다, 옳다, 전부다 하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각자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게 중요하단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최근에 '리멤버'란 앱에서 30대 후반의 연봉을 묻는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놀랍게도 절반 이상이 1억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고 답하더군요. 저는 연봉 4000을 못 넘기고 직장을 나왔는데 말이죠. 그런데 저는 정말 그 사람들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제 삶에 만족하고 있으니까요.



오해는 마세요. 저는 아직 전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려받은 재산 따위 애초에 없었습니다. 크게 돈을 모으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재수생 두 아이 교육비만 대는데도 만만치 않은 돈이 들더라구요. 그럼에도 제 나이 50에 아이들 뒷바라지가 가능하다는데서 행복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로 일할 수 있다는게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매일 만나니까요. 그렇습니다. 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때는 자신의 쓸모, 그 이상의 가치를 느낄 때 입니다. 내가 가진 역량, 경험, 지식을 가지고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큰 삶의 보람이 또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 말이 트렌드처럼 가볍게 이해되고 소비될까 두렵습니다. 단순히 유명해지고, 인기를 얻고,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브랜드라고 부르는 것은 곤란합니다. 가장 자기다운 삶을 살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세상에 전달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이름에 걸맞는 브랜드로 살게 됩니다. 돈과 명예와 평판은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에요. 즉 브랜드란 가장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세월이 선사하는 주름과 같은 것입니다. 브랜드, 그 자체가 목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은 결코 권하고 싶지 않아요. 때로는 그 목적이 그 사람을 집어삼킬 때도 많으니까요. 30대에 연봉 1억을 버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걸 얻기 위해 무언가를, 누군가를 희생하진 않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주말 아침이 밝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할 일이 많고 만날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문득 행복하단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젯밤은 꿈 많은 청년들을 만나 똑같은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혹이라도 꼰대처럼 비칠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2시간 반 이야기하다가 불을 뿜는 저를 보았습니다. 불금이란 말이 어울리는 저녁이었습니다. 제 말을 들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청년들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들의 저의 불쏘시개가 되어 주었어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불같은 꿈을 꾸게 해주었으니까요. 나는 우리 모두가 나답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종국에는 하나의 브랜드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조차도 오늘의 만족스런 하루가 만들어낼 흔적일 뿐입니다. 오늘 하루의 일에서, 사람에서 가치를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토요일입니다. 부디 여러분도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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