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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브랜드가 되고 싶어할까?

퍼스널 브랜딩이 인기다. 천 명의 팬을 모아 팬덤 마케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이런 사람들을 타겟으로 한 단톡방이 수없이 만들어졌다 사라지고 있다. 유튜브와 같은 SNS의 등장과 활황은 이런 가능성에 불을 부었다. 먹방 하나만 제대로 해도 몇 백만의 팬을 모은다. J-Fla라는 무명 가수는 커버송으로 기존 가수들을 압살하는 팬덤을 만들어냈다. 수는 작지만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쯤해서 한 가지 궁금해진다. 도대체 브랜드가 무엇이길래, 이들은 저마다 '브랜드'가 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정의는 매우 간단 명료하다. 브랜드란 제품, 서비스 혹은 사람에게 가치가 더해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가치란 뭘까? 가치란 사전적인 의미로 쓸모와 인간의 욕구를 의미한다. 그런데 가성비로 대표되는 쓸모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 있다. 예를 들어 명품백이나 명품 시계가 그렇다. 필요를 생각하면 5천 원짜리 시계로도 충분한 것이 요즘의 기술력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심지어 수 억하는 시계를 사기도 한다. 이것은 인간이 쓸모 이상의 어떤 욕구를 제품과 서비스에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브랜딩이란 한 마디로 인간의 욕구를 발견하고 채워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아는 명품들은 사람들의 숨은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채우는 과정에 특화된 브랜드들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사람이 인간의 어떤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그리고 그 기준으로 그 브랜드의 가치를 평가하면 된다. 신사임당은, 자청은, 쯔양은 무언가 모를 사람들의 욕구를 채우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가 된 것이다. 부자고 되고 싶은, 다이어트는 하지만 먹고 싶은 욕구를, 나의 평범하고 비루한 삶을 특별하게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채우기 때문에 브랜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이 이런 브랜드가 되기 위한 답을 이들은 제공하고 있을까? 과연 자청의 책을, 신사임당의 책을 읽으면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성공한 브랜드가 가장 하기 쉬운 실수가 바로 '자가 복제'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인들이 성공한 사람들의 공식을 답습하려 한다. 열심히 강연을 듣고, 리추얼을 따라하고, 성공의 공식을 받아 적는다. 그런데 과연 이게 보통의 사람이 브랜드가 될 수 있는 답이 될 수 있을까? 이미 성공한 브랜드도 자가복제를 하면 실패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Copy & Paste'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듯 하다. 어불성설이다. 신사임당이, 자청이, 쯔양이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그들만의 길을 걸어갔기 때문이다. 그들의 성공 방식은 결코 뒤따르는 우리의 성공의 길이 될 수 없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우리는 왜 브랜드가 되고 싶어하는 것일까? 인간의 욕망은 복잡한 듯 하지만 단순하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의 공식은 일면 뻔한 듯 보인다. 그리고 그 정점에 돈이 있다. 부자의 삶이 있다. 그래서 지금의 출판가에 돈과 부라는 키워드가 넘쳐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행복은 돈이나 부자와 같은 지엽적인데 있지 않다. 인간이 가장 행복해지는 방법은 '가치있는 삶'을 살아갈 때다. 바꿔 말하면 타인의 욕망을 채움으로서 나의 욕구가 채워지는 과정이다. 내가 만든 제품,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 내가 쓴 책, 내가 한 강연으로 사람들을 돕는 것만큼 가치있는 삶도 없다. 그리고 이 방법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달라야 한다. 내가 가진 장점, 기질, 역량 그리고 내가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브랜드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나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다. 내가 가진 역량, 경험, 노하우로 상대방의 필요를 채울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해갈 수 있다. 그래서 브랜드가 되려면 나를 먼저 알고, 그런 나를 필요로 하는 세상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자기 성찰, 호기심, 열정, 설득력과 같은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남의 성공을 좇아가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하다못해 맛집을 하나 찾으려 해도 녹색창에서 '남의 맛집'을 좇아 리스트를 만든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건 당신의 맛집이 아니다. 하물며 브랜드가 되려는 사람이 남의 성공 방정식을 외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건 그저 카피본의 삶일 뿐이다.


정말 브랜드가 되고 싶은가. 나를 먼저 연구하자. 내가 지치지 않고 흥미를 느끼는 분야, 나만이 가진 역량, 나만이 가진 기회, 내가 아는 사람들, 내게 주어진 환경 등에 눈을 뜨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 그리고 나서 세상이 무얼 필요로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자. 그러려면 호기심과 공부, 끊임없는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미 성공한 많은 브랜드 창업자들의 공통점이 이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이런 준비에 운이 더해진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한 브랜드일수록 겸손하다. 자신의 성공이 결코 자신만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10쇄를 찍은 '스몰 스텝'의 성공은 자기발견과 리추얼, 나다움이라는 트렌드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서의 독창성과 평범함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그런 나를 발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여러가지 방법론과 툴, 노하우들이 있다. 다행이 이것은 따라해도 된다. 도구가 같다고 같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니 따라하면 무조건 브랜드가 된다는 말들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1,000명의 팬덤을 모으면 월 천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지 말자. 그 천 명이 당신의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군중일 뿐이다. 제발 브랜드가 뭔지부터 알고 브랜드를 갈망하자. 가짜가 너무 많다. 헛소리들이 너무 많다. 옥석을 가리는 지혜가 정말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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