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브랜드가 된다

성수동에서 근무할 때였다. 마침 사무실이 한창 핫한 외식 브랜드 관계자들이 일하던 곳이었다. 깔끔한 나물 메뉴가 메뉴인 브랜드였는데 문제는 이들이 남긴 '흔적'들이었다. 포대로 잔뜩 담아놓은 나물이 건물 한 켠에서 착실하게 썩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비위 좋은 내가 그걸 치우는데 평생 볼 벌레는 다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물론 그 가게에서 밥을 먹는 일은 다시 없었다. 지금도 가끔 그 식당을 만나면 움찔 움찔 놀라곤 한다.


최근엔 제주도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특정 브랜드에 관한 안 좋은 소문을 들었다. 그 가게에서 나오는 쓰레기 처리가 제대로 안되는 모양인데, 되려 보여주기 식의 청소 캠페인을 해서 기가 막히더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브랜드 관련 일을 하다보니 이런 경우를 자주 만난다. 온갖 미사여구로 인터뷰한 후에 돌아보면 내부 직원들이나 업계의 평판이 엉망인 경우를 적지 않게 만난다. 오죽하면 말 잘하는 인터뷰이를 보면 되려 의심이 가는 습관이 생겼을 정도다.


브랜드의 미션이나 가치네 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때가 많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엔 브랜드의 흥망을 결정하는게 바로 이런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깨끗한 나물 브랜드로 인식시켜놓고 정작 쓰레기 처리를 이따위로 한다면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가치관의 문제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언젠가 음식 재료를 맨발로 다듬는? 동영상이 문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브랜딩 운운하는건 얼마나 우습고 공허한 일인가.


좋은 브랜드를 만나다보면 결국 그 끝에 진정성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문학용어로서의 진정성은 한 개인의 정체성과 구분되지 않는, 개인의 고유한 욕망과 의식에 의거해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말한다. 원래 위생 따위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면 적어도 그는 진정성이 없다고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보이는 모습이 다르다면 그건 기만이고 위선이다. 그리고 그런 브랜드가 오래 갈리 없다.


써놓고 보니 바른 말만 한 것 같아서 괜히 마음이 불편하다. 이런 질문은 나 스스로에게도 해당되는 것이 분명하니까. 하지만 브랜딩을 뭔가 대단한 마케팅 활동 중 하나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걸고 그 약속대로 일하면 된다. 살아가면 된다. 그러려면 '생긴대로' 일하고 살아야 한다. 결국 좋은 브랜드는 충실한 자기 성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을 담아내는 제품이, 서비스가 결국엔 그렇게 브랜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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