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코드의 조남호 대표는 자타공인 입시 전문가다. 그런 그가 한 강연에서 놀라운 고백을 하는 것을 들었다. 요즘 학생들 중 전력을 다해 공부하는 친구는 고작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의대를 준비하는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예전처럼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외의 학생들이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SKY를 나온다고 해서 진로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간 많은 젊은이들이 불과 1년을 견디지 못하고 직장을 나온다. 이른바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균열이 갔다는 의미다. 의대가 아니면 의미없는 대학 진학, 그렇다면 과연 이 학생들은 어디를 향해 달려야 할까?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결승점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일까?
일본 최고의 전략 컨설턴트로 불리는 야마구치 슈는 기존의 비즈니스 미션인 ‘물질적 빈곤’이 거의 해결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한 저성장은 문명화가 종료되면서 따라오는 필연적 결과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더이상 과거와 같은 경제의 가파른 상승세는 없을 거라는 말이다. 그러고보니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이유를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이상은 8,90년대와 같은 폭발적인 경제 성장은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해 기업의 성장은 더욱 둔화될 것이고, 그곳에 일하는 직장인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역시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성장과 부흥을 거듭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유튜버,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는 일종의 인플루언서 그룹이다. 굳이 애써 찾지 않으려 해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공하는 젊은 유튜버들을 만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들 무자본 비즈니스, 부동산, 주식, 코인 등의 경제 분야는 물론 먹방, IT, 여행, 일상 생활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구독자들을 불러 모으고 부를 창출한다. 그 경험을 다시 책으로, 영상으로, 강의로 재생산해 일하지 않고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이른바 패시브 인컴, 조기 은퇴 등의 모두가 꿈꾸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취업에 성공한 젊은 세대들이 가장 관심있어하는 분야는 업무보다 투잡, 사이드 프로젝트 등의 부가적인 부를 창출하는 영역이다. 일하지 않고도, 월 천, 월 억대의 수익을 올린다고 주장하는 동년배들을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이런 그들이 고작 몇 백의 월급을 받으며 10년, 20년의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을까?
분명 세상은 달라졌다. 그와 함께 근면 성실하게 일해서 이룬 성공담을 찾는 일은 모래 속 바늘 찾기만큼 힘들어졌다. 그러나 일부 유튜버들의 팬덤을 활용한 비즈니스 구조는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들은 말한다. 자신을 추종하는 1,000명을 사람을 모으라. 이렇게 만들어진 팬덤으로 비즈니스를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력 10년, 20년의 전문가도 자신만의 컨텐츠로 이를 소비할 사람들을 모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자신만의 차별화된 컨텐츠를 만들고, 사람을 모으고, 그들에게서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나는 앞서 소개한 조남호 대표의 강의를 들으며 이에 대한 답의 일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말한다. 목표를 상실한 95%의 청년들에게 ‘충만한’ 삶을 살라고 요구한다. 옷 하나를 입어도 그걸 만든 사람의 개성과 철학과 본질을 이해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떤 이유로 지금 입고 있는 옷을 골랐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그러면서 자신이의 옷 하나도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유행을 좇아 입는 학생들을 비판한다. 그가 말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자기답게 살라’는 것이다. 옷 하나, 음식 하나, 취미 하나를 고르더라도 자신만의 생각과 기준을 따라 선택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삶의 태도를 통해 일상에서 ‘충만함’을 경험하라고 말한다.
과연 이런 주장이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맛집 하나도 네이버와 인스타그램을 의존하며 선택하는가.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 월급이 주는 안정된 삶도 40대를 넘기면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단기 아르바이트와 같은 임원이 되어 피 말리는 삶을 살거나(이것도 아주 특출한 능력을 가진 사람의 특권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창업을 하거나, 적성과 전혀 무관한 또 다른 직업을 찾거나, 그도 아니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인정해주지 않는, 생계를 위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조남호 대표가 말하는 ‘충만한’ 삶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풍요로운 삶을 만들기 위한 자신만의 철학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런 고민은 아주 소수의 경제적 자유를 이룩한 사람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을 향한 이 시대의 질문은 아닐까?
“진짜 문제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니다. 경제 이외에 무엇을 성장시켜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빈곤한 사회 구상력이며, 또한 경제 성장을 멈춘 상태를 풍요롭게 살아갈 수 없다고 여기는 우리의 빈곤한 마음이다.” - 야마구치 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