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terview with 이혜미, '꿀빠는시간' 대표
Q. 회사 이름이 너무 재미있어요. 시속삼십킬로미터, 무슨 의미인가요?
슬로우 라이프가 계속해서 천천히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저희는 일시 정지의 삶을 의미해요. 우리 제품을 봤을 때만큼은 자기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가 있었어요.
Q. 제품 개발과 콘셉트 개발, 둘 중 어느 쪽이 먼저였나요?
창업하기 전 화장품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에 다녔어요. 그때 화장품을 생산하는 프로세스를 알게 되었죠. 그런데 너무 하드 워킹을 해서 번아웃이 심하게 왔었어요. 그런데 때마침 어머니가 귀농을 해서 양봉을 시작하셨어요. 그런데 당시 20대였던 저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사시는 거에요. 그래서 저 열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게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나처럼 번아웃이 온 사람들에게 잠깐 쉬어가자는 메시지를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게 꿀이라면 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연결되었어요.
Q. 이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사실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어요. 일단 조합분들 중에 30년 넘게 양봉을 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 분들이 꿀은 절대 젊은 사람들이 먹는게 아니라고 하셨죠. 두 번째로 스틱형을 만들려고 하니 그런 제품을 생산할 공장을 찾지 못했어요. 꿀이 점도가 높다 보니 포장할 때 불량이 많이 나왔어요. 게다가 꿀은 온도를 높이면 영양 성분이 다 파괴도요. 그렇게 적정 온도를 지키면서 만들이가 너무 어려웠어요. 마지막으로 네이밍도 처음엔 반대가 엄청 많았어요. 원래 좋은 의미로 쓰인 말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하나씩 단계별로 문제를 풀어가기로 했어요.
Q. 어떻게 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셨을까요?
일단 젊은 사람들이 정말 안 먹을까가 너무 궁금했어요. 그래서 2018년도에 개꿀잼 세트라고 해서 강아지 캐릭터가 들어있는 컵이랑, 꿈, 잼 등으로 선물 세트를 만들었어요. 마침 그 해가 개띠해였거든요. 그런데 15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거에요.
Q.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군요.
그렇게 첫 번째 문제를 해결했어요. 두 번째로 네이밍은 정말 한 달 이상을 고민했어요. 사실 이 네이밍이 저 자신부터 설득이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제품을 먹는 장면을 생각해보니 붙는 단어가 꿀 빠는 시간 밖에 없는 거에요. 그래서 너무 직관적인 네이밍이니 그대로 가자, 그 대신 톤을 조금 귀엽게 가자라고 절충을 했던 거죠. 그래서 캐릭터도 톤앤매너로 네이밍을 중화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Q. 원론적인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대표님께서는 브랜드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 혹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처음부터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저 스스로 브랜드란 뭘까, 나는 왜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어요. 그리고 브랜드란 존재 이유라는 결론을 얻었죠. 브랜드란 나 스스로가 존재하는 이유를 남이든, 나에게든 계속 설득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번에 찾지는 못하잖아요. 심지어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할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이 질문을 놓치지 않고 가는 사람만이 정답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브랜드에 대한 이런 고민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제는 정말 많은 카피 제품이 나왔어요. 예전에는 꿀과 휴식이라는 워딩을 같이 쓰는 곳이 저희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모든 꿀 스틱 제품들이 다 휴식을 이야기해요. 사실 꿀이란 건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벌이 가져다주는 자연 식품일 뿐이에요. 그래서 전국의 꿀 맛이 거의 비슷하죠. 게다가 스틱 형태로 만드는 것도 처음엔 어려웠지만 이제는 그런 제품을 만들어주는 공장들이 너무 많죠. 그래서 브랜드, 즉 저희 제품이 존재하는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존재 이유란 꼭 브랜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차별화가 아닐까요?
그렇죠. 내가 만든 이 제품을 사람들이 사야만 하는 이유를 제공해야 하는 거죠. 만일 제가 자본력이 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장에서는 브랜드 이상의 어떤 사업적인 스킬이나 마케팅이 필요해요. 문제는 그 기본이 되는 토대가 얼마나 단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그 기본 토대가 얼마나 단단하냐에 따라 높이 쌓을 수가 있는 거죠. 저는 그 토대가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Q. 투자를 받을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물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저희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좋을 거에요. 그런데 그에 대한 저의 대답은 노No에요. 아직 제가 그 정도의 그릇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당장 투자를 받아도 그 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방법도 모르겠구요. 투자를 받은 후에도 이 브랜드의 메시지를 지키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도 내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투자를 받는 것에 대한 선택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Q. 만일 투자를 받았다면 제때 쉬어가는 삶이 힘들어졌을 수도 있겠네요.
사실 저는 무척이나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일에서 성취감도 많이 느끼고요. 그래서 휴식의 조각, 틈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잠깐 화장실 가서 손 씻는 순간, 밥 먹는 시간, 하루 중 이렇게 잠깐의 휴식의 틈을 주는 것만으로도 쉬어갔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전까지 슬로우 라이프라면 무조건 쉬는 삶, 시골로 내려가거나, 하다못해 요가라도 해야되는 삶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휴식에도 종류가 많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널브러져 있는 것보다 오히려 액티비티한 활동이 더 큰 휴식이 되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휴식의 모양도 무척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휴식이라는 키워드를 앞으로도 더 다양하게 풀어가고 싶어요.
Q. 요즘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등을 활용해서 한 번에 뜨는 브랜드도 적지 않은데요.
당연히 브랜드 역시 다양한 모양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그 브랜드의 매장에 들른 사람들이 모두 동일한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거죠. 만약 그렇다면 정말 브랜딩을 잘한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인플루언서 등을 활용해서 핫해진 브랜드들은 그럴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지 않을까요?
Q. 대표님은 그런 방식의 마케팅에 대한 유혹을 느낀 적이 없었나요?
물론 저도 그런 마케팅을 안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저는 그게 순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마케팅을 한 후에 브랜드를 만드는게 아니라 브랜드를 만든 후에 이를 알리는 수단으로 그런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거죠. 저 역시 광고도 돌리고, 체험단도 해보고,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어요. 일단 검색을 할 때 우리 제품이 사람들 눈에 띄어야 그 다음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품의 생산 과정에 고민했던 부분들을 모두 블로그에 올렸어요. 그런 과정들이 있었기에 와디즈를 통해서 펀딩을 할 때도 더 큰 호응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 블로그 글을 읽도 다시 와디즈에서 펀딩하신 분도 꽤 많았거든요.
Q. 책에서 배운 브랜드 지식이 현장에서 공허해지는 경험을 한 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그런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가치 판단이라는 말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돈을 빨리 그리고 많이 벌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다면, 그게 정말 인생에서 너무도 중요하다면 그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다만 저보고 그런 삶을 살고 싶냐고 말하면 저는 아니다라고 말할 것 같아요. 제게는 돈보다 중요한게 있거든요. 그건 제 브랜드를 통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거에요.
Q.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Why를 정하라고 말하곤 해요.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그 브랜드는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수많은 의사 결정의 순간을 만날 때마다 흔들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런 Why가 없으신 분들은 돈은 벌고 싶은데 좀 더 멋지게 벌고 싶은 분들이에요. 이런 분들이 ‘브랜드를 만든다’라고 말하면 안될 것 같아요.
Q.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만든 후에 브랜드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와디즈나 텀블벅 같은 채널을 활용하면 제품을 만들지 않고도 브랜드를 먼저 알릴 수 있어요. 즉 그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소비자들에게 먼저 설득할 수 있는 거죠. 그도 아니면 스마트 스토어에 올려서 시제품을 판다든지, 그도 아니면 블로그에 올려서 팔아볼 수도 있는 거죠. 특히나 식품은 유통 기한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테스트 베드를 중간에 넣어야 해요. 저 역시 텀블벅에 펀딩을 했을 때는 시제품으로 시작했었어요.
Q. 굉장히 스마트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업자 등록을 하는 시점도 중요해요. 무조건 사업자 등록은 3분기에 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어요. 상반기에 지원 사업 같은 정보들이 올라오니까요. 저는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지원 사업이 정말 많더라고요. 제작년만 해도 제가 지원 사업으로 7천만 원을 받았어거든요. 그래서 시제품도 만들고 수원에 요거트 가게를 열 수도 있었어요.
Q. 요거트 가게를 시작한 이유는 어떤 Why 때문인가요?
우리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세로토닌은 원래 장에서 나온다고 해요. 특히 저희가 만드는 그릭 요거트는 꿀과 정말 잘 어울리는 식품이거든요. 그래서 유산균에 대해서 먼저 공부를 한 후에 요거트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Q. 혹시 대표님이 좋아하시는 스몰 브랜드가 있을까요?
제가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많이 참고했던 브랜드가 ‘프릳츠’에요. 심지어 사업자를 내고 첫 킥오프 미팅을 프릳츠에서 했을 정도였죠.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브랜드의 Why가 너무 동의되었기 때문이에요. 프릳츠는 커피가 아니라 그들만의 브랜드가 주는 경험을 판다고 생각해요. 코리아 빈티지라는 유행의 시초가 된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꿀도 마찬가지에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제품이지만 우리만의 경험을 주는게 가장 중요하죠.
Q. 꿀빠는시간이 줄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이란 어떤 것일까요?
저희 제품을 받아보는 순간부터가 경험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물류센터를 쓰지 않아요. 어머니가 손수 다 포장을 해서 보내세요. 사실 이런게 스몰 브랜드의 장점이기도 한데, 이렇게 직접 포장을 할 때마다 리플렛을 보는 것까지도 동선을 고려해서 배치를 해요.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천연 제품인 만큼 종이 포장재만을 써요. 그리고 제품을 열었을 때 마치 선물을 받는 듯한 느낌이 주려고 했어요. 포장 한 쪽엔 자신만의 시간을 그려넣을 수 있게 했어요. 그 시간만큼은 자신의 시간으로 쓰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