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지만 일단 물질적인 니즈와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된 21세기 초반에 우리는 인류사에서 처음으로 문제가 희소하고 해결책이 과잉인 시대로 들어섰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해도 애초에 큰 문제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부를 창출할 수 없다.
2. 비즈니스는 항상 ‘문제의 발견’과 ‘문제의 해결’이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성립한다. 하지만 현재는 문제 자체가 희소해져 사회·경제적 병목현상은 문제의 해결 능력이 아닌 발견 능력에서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의 가치가 하락하는 동시에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의 가치는 상승한다. 이런 현상은 바람직한 사고와 행동양식이 기술과 사회구조라는 환경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 현대사회의 네 가지 특징인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간단히 뷰카VUCA라고 부른다. 원래는 미국 육군이 세계정세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였지만 이제는 우리를 둘러싼 상황을 묘사하는 말이라는 사실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현대사회의 ‘뷰카화’는 다양한 상황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여기에 과연 어떤 행동과 사고의 변화가 필요한지에 관해서는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4. 그런데 오늘날에는 미디어와 유통의 구조와 형태가 크게 변화하면서 소규모 개인 사업주가 각자의 관심과 의도, 그리고 추구하는 ‘의미’에 맞춰 세세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대량 생산한 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거대한 유통 구조를 통해 신속히 판매하던 옛날의 성공 패턴, 즉 ‘규모의 이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는 오늘날 미디어와 유통의 변화 추세와 어긋난다.
5. 2018년 10월 미국의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지원자 수가 4년 연속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버드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 같은 일류 대학을 포함해 MBA 지원자 수는 감소 추세에 있으며, MBA는 ‘학위로서의 가치를 잃었다Degree loses luster’ 는 것이다.
6. 우리가 사업을 하는 것은 부를 창출하거나 사회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중요한 것은 이런 목적이 달성되느냐 마느냐지, 방법론이 혁신적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마법이든 변신술이든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7. 세그웨이는 확실히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필자도 사용해본 적이 있는데, 분명 교통수단의 미래를 제시하는 기발한 발상이 충만했으며 사람을 흥분시키는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세그웨이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목적이 분명치 않은 제품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사용되었다고 해도 그 목적이 사회적 과제의 해결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결코 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세그웨이가 분명하게 증명해 보였다.
8. 예수의 제자들이 이토록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일이었다. ‘의미’를 부여받은 것만으로 그들의 능력과 행동은 비연속적으로 변화했다. 예수의 열두 제자는 리더가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서 얼마나 엄청난 에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9. “과거에 일본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 간에 불행한 일이 있었잖습니까. 그런 일을 두 번 다시 일으키지 않기 위해 여러 나라에 친구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젊었을 때부터 자주 외국에 나가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겠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갑이 얇은 젊은이들도 손쉽게 여러 나라에 갈 수 있게 하는, 그런 항공사가 필요하겠지요. 피치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겁니다.”
10. 무척 이해하기 쉬운 ‘의미’다. 이런 의미가 있기에 원가 절감이나 노선 증가 등 경영상의 과제를 직원들이 모두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여 창의력과 연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원가 절감이나 노선 증가라는 양적 목표를 ‘의미’가 단단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11. 마케팅은 ‘세상에 이런 물건을 내놓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하는 도구로서는 상당히 강력하다. 인간이 주체가 되어 ‘무엇을 세상에 내놓을까(WHAT)’를 결정하고, ‘어떤 방법으로 내놓을까(HOW)’에 관해서는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2. 오랫동안 '세상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거나 '이런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주체적인 의미를 고민하지 않았던 올드타입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나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더 나아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철학적인 물음에 관해 사고하는 뇌 기능이 위축되고 퇴화되어 있다.
13.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파치노에 있는 애플의 새로운 본사인 '애플 파크'에는 마루니목곡의 의자 '히로시마'가 수천 개 놓여 있다. 일본의 지방에 있는 가구 회사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에 의자를 대량 납품한 것이다. 마루니목곡은 '정말 만들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춘 뉴타입이 강한 적중력을 통해 결국 메이지 시장에까지 진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요주는 사레다.
14. 실망한 야마나카는 자사의 카탈로그를 넘겨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충겨을 받았다. 자신이 갖고 싶은 제품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때까지 그는 '왜 팔리지 않을까?'에만 몰두했을 뿐, '나는 어떤 제품을 갖고 싶은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당연히 '자신이 갖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물건'이라면 다른 사람도 갖고 싶어 할 리가 없었다.
15. '도움이 되는' 상품 시장에서는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나는 반면에 '의미가 있는' 상품 시장에서는 다양성이 발생한다. 흔한 사례가 편의점 선반이다. 편의점 선반은 매우 엄격히 관리되기 때문에 상품을 납품해 선반에 진열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위나 스테이플러 같은 문구류는 한 종류밖에 진열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고객은 불평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상품 관리를 엄격히 하는 편의점에 200종류 이상 진열된 상품이 있다. 바로 담배다. 왜일까? 담배는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표가 지닌 고유한 스토리나 의미는 다른 상표로 대체되지 않는다. 말보로를 피우는 사람에게 발보로라는 상표는 대체 불가능하며, 세븐스타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세븐스타라는 상표가 대체 불가능하다. 사람마다 느끼는 스토리나 의미가 다양하기 때문에 상표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16. 전형적인 예가 검색 엔진이다. 검색 엔진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의미는 없는' 시장을 대표하는 서비스다. 사람들이 검색 엔진에 바라는 것은 오직 정확한 검색 결과이기 때문에 거기에 의미가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 게다가 검색 엔진이 제공하는 상품이 정보이기에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에도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17. 이들 자동차는 구매자에게 쾌적한 이동이라는 기능적 가치와 더불어 BMW나 벤츠를 탄다는 감성적 가치도 함께 제공한다. 구매자는 이런 감성적 가치, 즉 '의미'에 수백만 엔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18. 의미는 모방할 수 없다. 이것이 '의미'를 형성하는 뉴타입이 큰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하는 세 번째 이유다.
19. 그렇다면 모방하기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의미'다. 각 제품이나 브랜드가 갖고 있는 고유한 '의미'는 결코 따라할 수 없다. 애플의 제품이나 기능은 얼마든지 모방할 수 있지만, 애플이라는 고유의 브랜드가 주는 감성 가치로서의 의미는 결코 모방할 수 없다. 의미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랫동안 시장에서 방대한 정보를 축적해야 하는데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고유의 의미는 1970년대 말부터 애플과 그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꾸준히 축적해온 정보에 의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극단적을 말하면, 애플이라는 회사는 이미 하나의 '문학'이 되었다. 문학 작품을 모방할 수는 없으므로 의미를 경쟁력의 중심에 둔 기업은 모방이라는 공격에 꿈쩍도 하지 않는 매우 견실한 사업을 창출할 수 있다.
20. 우리가 비즈니스에서 마주하는 중요한 논점은 '목적이 무엇인가WHAT', '그것은 왜 중요한가WHY', '어떻게 그것을 이룰 것인가HOW'의 세 가지다. 특히 조직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세 가지 논점에 관해 나름의 원칙을 명확히 세우고 반드시 조직에 적용해야 한다.
21. 물건이 넘쳐나고 의미가 부족한 시대에 우리는 왜 계속 일을 하는가? 이런 시대에 '일을 통해 행복해지는 사람'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일의 본래 '의미'를 어떻게 회복시킬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22. 그런데 현재 글로벌 기업에서는 "그건 어디에 도움이 되는가?' 라는 경영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디어에는 자원이 배분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혁신은 대개 '이건 왠지 대단할 것 같다'는 직감에 이끌려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23. 아문센은 원래 좋아하던 탐험을 진심으로 즐기면서 미션을 수행하고 무사히 생환해 탐험가로서 명성을얻은 반면, 스콧은 전혀 관심이 없었던 탐험 과제를 상관의 명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아들이고 고문과도 같은 고생을 거듭하다가 결국 부하 대원 전원과 함께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탐험대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았던 스콧은 '안타깝게도 더는 쓸 수 없다'는 글을 마지막 일기로 남겼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24. 그렇다면 오늘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자발적인 동기에 딱 맞는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한 번 생각해보자. 아마도 굉장히 많은 사람이 스코과 같은 입장에 놓여 있지 않을까. 상사의 명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떠맡은 일을, 아무런 의욕 없이 실행하는 올드타입은 자발적인 의욕에 넘쳐서 자유자래 높은 이동성을 발휘하는 뉴타입에게 밀리고 허둥댈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 얽매여 일하다가는 언젠가 그도 스콧과 같은 사회적 결말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
25. 인간은 의미를 먹고 사는 생물이지만 쓰레기를 만들어 파는 데서는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의미가 없는 일을 하는 인간은 반드시 무너진다. 일본을 미롯한 선진국들에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그 때문이다.
26. 어느 날 갑자기 말에 탄 나팔수가 마을에 나타나 "여러분,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라고 알리며 다닌다면 얼마나 근사하겠는가. 하지만 햔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사고를 바꾸고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불현듯, 낡은 노트를 펼쳤을 때처럼 그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 하고 말한다. 게다가 종종 "옛날 사람들은 어리섞어어"하고 덧붙인다.
- 에른스트 곰브리치, '곰브리치 세계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