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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은 제 머리를 깎지 못하는가?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글을 쓰는데 어느 정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좋은 물건을 만든다고 그냥 팔리는 것이 아니듯 좋은 글을 알리는데도 일종의 요령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을 보자. 나는 글의 출처를 밝히는 일이 너무도 중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브랜드를 소개할 때면 반드시 링크로 출처를 추가하곤 했다. 그런데 이걸 페이스북이 싫어한다. 페이스북에서 다른 곳으로의 유출을 막고자 함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내 글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오늘 지인과 통화를 하다가 이 사실을 알았다. 앞으로는 댓글로 모든 글의 출처를 추가할 생각이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법이다. 늘 클라이언트들에게 소비자 관점에서 브랜딩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정작 나는 내가 쓴 글의 내용에만 집중했지 그 글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페이스북이 싫어하는 글을 쓰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내 생각과 글을 전달하려고 애를 써왔다. 어불성설이다. 마케팅의 기본은 소비자의 니즈와 원츠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 글을 읽는 사람들만 생각했지 그 글이 전달되는 과정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브런치에 쓰듯이 페이스북에,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써왔다. 이건 정말 순진한 글쓰기였다.


얼마 전 얼룩소 담당자에게서 페북 메시지가 왔다. 통화도 했다. 좋은 글을 많이 쓰고 있으니 얼룩소에서도 써달라는 이야기였다. 나도 흔쾌히 응했고 그날 새벽에 한 편의 글을 썼다. 그런데 맨 마지막에 추가한 링크가 문제가 됐다. 얼룩소의 알고리즘이 광고 글로 평가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실수를 그 오랫동안 페이스북에서 해온 셈이다. 페이스북이 싫어하는 글을 쓰면서 나름대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이만한 활동을 해온 것이 용할 정도다. 글을 읽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이 글이 도달하게 하는 것도 능력이다. 나는 그런 과정에 무지했다.


마케팅은, 브랜딩은 사람들의 마음에 가 닿는 기나긴 여정이다. 그 가운데는 폭풍우도 있고 암초도 있고 해적도 있다. 그냥 순진하게 좋은 물건만, 좋은 글만 쓰면 된다는 생각은 순진하다못해 유치한 생각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소비자들에게는, 독자들에게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 그 가운데서 선택받으려면 기어이 그들 앞에 다가가야 한다. 수많은 장애물을 뚫고 그들의 앞에 서야 비로소 '평가'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나의 페북 담벼락을 페이스북에게 선택받는 곳으로 만들어보겠다. 다양한 실험을 해보려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시대의 마케팅이고 브랜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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