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한 번은 브런치를 통해 이런 질문을 담은 글을 쓴 적이 있다. 물론 이런 질문에 이견이 있으신 분이 있다는 것도 안다. 사람을 제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는 브랜딩과 연결짓는 것이 불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미 '유니타스브랜드'에서 2권의 '휴먼 브랜딩' 특집을 작업한 나로써는 골목길도, 도시도, 심지어 국가도 브랜딩을 외치는 시대에 이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퍼스널 브랜딩'이란 주제로 브랜딩을 이미지 변신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없진 않지만, 그건 그들의 몫이다. 정작 내가 고민한 건 위의 질문에 앞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질문을 바꿔보았다.
"굳이 사람이 브랜드가 되어야만 할까?”
이곳 저곳에서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시대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브랜드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사람까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건 뭔가 앞을 자르고 설명이 부족한 제언처럼 느껴졌다. 열심히 먹고 살기도 바쁜데 브랜드까지 되어야 해? 나는 적어도 이런 푸념과 질문에 먼저 답하는 것이 순서이자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브랜드가 되어야 할까? 그런 이들에게 나는 바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 보기로 했다. 사람이 브랜드가 되면 어떤 유익이 있는지를 알려주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이 오래도록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더 많은 돈을 좀 더 쉽게 벌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명하지도, 대단치도 않은 나지만 나는 적어도 아주 작고 소박한 하나의 브랜드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스몰 스텝'이란 책을 썼고, 세바시에서 강연을 했고, '스몰 브랜드'란 주제로 사람들을 모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브사세'라는 이름으로 무료 브랜드 수업을 하고, 컨설팅을 하고, 교육을 하고, 때로 공공기관의 의뢰를 받아 사업 심사를 하기도 한다. 글을 쓰고, 책을 쓰고, 공저 프로젝트를 하고, 개인과 회사의 의뢰를 받아 브랜드북을 만든다. 무엇보다 수입이 늘었다. 지난 달 수입도 순익만 2000만원을 가뿐히 넘겼다. 편차는 있지만 3년 째 평균 월천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난감할 때는 적어도 내가 10억의 매출을 내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을 만날 때이다. 그 정도는 아니다. 그냥 두 아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원없이 도울 수 있는 정도다. 그래도 회사 다닐 때보다는... 비교할 수 없는 수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진짜 유익은 지금부터다. 적어도 나는 더이상 러시아워에 출근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약속은 오후 2시 이후로 잡는다. 새벽과 아침에는 글을 쓰고 일을 한다. 진땀 흘리며 출근하지 않는 지금의 삶일 나는 너무 만족스럽다. 불편한 동료와 얼굴 붉히며 일하지 않아서 좋다. 좋아하지도 않는 회식 자리에서 억지 웃음을 짓고 취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때로는 오후 늦게 낮잠을 자기도 하고, 프로젝트를 마친 날이면 혼자 조조 영화를 보기도 한다. 나만의 속도로 일하고, 또 쉬고, 나만의 보폭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금이 나는 정말로 행복하다.
그럼에도 외롭지 않은 건 세상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사업을 하다보면 온갖 다양한 군상들을 만난다.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정말로 많다. 스몰 스텝을 실천하며, 스몰 브랜드 모임을 만들며 아무런 조건없이 생각이 같다는 이유로 자진해서 도와주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만났는지 모른다. 사업을 통해서 만났지만 속 상한 일이 있을 때면 가장 먼저 털어놓을 수 있는 소중한 분들도 많이 만났다. 돈을 벌고 사업을 키워가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분들은 더 많다. 직장 생활을 하며 자리 하나를 두고 옥신각신했던 때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른다. 지나고 나면 별것도 아닌 직책 때문에 목숨 걸고 일했던 때가 부질없게 여겨질 때가 있다. 그런데 내가 브랜드가 되니 이런 것들이 가능해졌다. 사람들이 찾아고오고, 사업 기회가 주어지고, 그보다 더 끈끈한 공감으로 연대하는 사람들을 알게 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오해는 마시라. 나는 대단치 않은 사람이다. 월천을 벌다 보면 월에 몇 억 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돈을 떠나 주변 사람들에게 선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을 숱하게 만나게 된다. 자연스럽게 겸손해진다. 하지만 나 역시 아주 작지만 스스로를 브랜딩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기업에서 달마다 몇 백만원의 강사료를 주어가며 나를 부를 리 없다. 무엇보다 내 이름을 믿고 신뢰하며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내가 브랜딩의 정의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쓸모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있음으로 해서 세상이 더 좋아지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브랜드다. 나는 스몰 스텝과 스몰 브랜드란 주제로 사람과 기업을 도우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들의 작은 문제, 결핍, 불안을 해결해주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 그런 의미라면 나는 작지만 분명 브랜드다.
그러니 당신도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좋은 집, 높은 연봉만을 추구하는 삶을 넘어서야 한다. 당신의 일이 주변에, 회사에, 사회에, 나라에, 인류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엄청나고 크고 놀라운 일일 필요는 없다. 당신의 재능과 경험으로 누군가를 돕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가족과 동료와 이웃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결핍을 채워주며, 불안과 불만을 해소해주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가치있는 일이다. 당신이 이미 브랜드란 증거다. 당신을 브랜딩한다는 사실은 그러한 당신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이 쓸모 있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바로 브랜딩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담기 위해서만 가방을 사지 않는다. 때로는 자기 만족을 위해, 주변에 자랑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는 럭셔리 브랜드의 명품 백을 산다. 그것이 당신의 숨은 욕구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필요와 욕구를 채우는 삶을 살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브랜드로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나는 앞선 글에서 브랜드가 어떤 것인지를 확신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라면 사람도 분명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브랜드로 살아갈 수 있다. 유재석 같은 유명인이 아니어도,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의 명함이 없어도, 워렌 버핏과 같은 막대한 부를 소유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일하고 살아감으로 해서 주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 이 세상이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이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문득 '에어'라는 영화에 나오는 나이키의 다음과 같은 가치 선언이 떠오른다. 겨우 50을 살았지만 나는 이 말이 정말로 맞는 말이라고 확신한다. 다음의 이 문장이 당신을 조금 더 좋은 브랜드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옳은 일을 하면, 돈은 저절로 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