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에 감사하다. 무엇보다 로컬의 가치를 이해하고 예산을 집행해주는 것이 너무도 감사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갈길이 멀다. 일단 로컬은 있는데 브랜드가 없다. 지역의 자원은 있으나 차별화가 안되어 있다. 지역의 자원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연구가 없다. 지역의 필요와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문제를 모르니 답이 평범해진다.
브랜딩은 한 마디로 사람들의 니즈와 원츠를 이해하고 이 문제가 욕구를 해결해가는 일련의 과정이자 솔루션이다. 그런데 지역의 문제와 자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모든 사업 계획이 평범해진다. 지역에 산에 있다고, 숲이 있다고, 달이 있다고, 바다가 있다고, 해녀가 있다고 그곳을 떠난 사람들이 돌아갈까? 보고 즐기고 마실 거리가 넘치는 사람들이 굳이 도시를 버리고 지역으로 갈까?
사람들의 욕망과 욕구는 일종의 거대한 흐름을 따른다. 그게 유행이든 트렌드이든 대세이든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그 욕구는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사람들은 남이 걸으면 걷고, 남이 달리면 같이 달린다. 유행처럼 허무한 것도 또 어디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맨 앞서 달린 사람이 왜 달리기 시작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고 달리는 것과 모르고 달리는 것은 그 시작과 끝이 얼마나 다르던가.
로컬이 유행이다. 그런데 나는 이 로컬이 모래성처럼 쌓아질까봐 두렵다. 대한민국 지자체에 무슨 무슨 리단길이 4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왜 경리단 길이 만들어졌고, 왜 사람들이 모였고, 왜 예전같지 않은지를 연구하지 않은채 무조건 따라하고 본다. 이름이 비슷한 건 문제가 아니다. 그 이유가 없다는게 허망하다. 그래서야 매력이 있을리 있나. 지속 가능할 리가 있나.
요즘 사람들이 왜 결혼을 안할까? 왜 아이를 안 낳을까? 그것도 모르고 몇 백 몇 천을 쥐어준다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까? 나라면 아이 낳아 돈 받고 다시 도시로 갈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사는 지역이 매력적이면 돈을 주고서라도 그곳을 찾을 것이다. 그 매력이 바로 차별화고 브랜딩이다. 그 지역에 매력적인 자연 자원이 있는지, 인적 자원이 있는지, 그 자원이 지속가능한지, 차별화된 것인지, 한 마디로 사람들의 필요와 욕망에 합한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만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말려도 그 지역을 돈을 주고서라도 찾을 것이다.
어떤 지역은 은퇴자들이 땅값을 올려가며 찾는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결국 사람이었다. 외지인을 터부시하지 않는다. 같이 누리고 놀고 살만한 꺼리가 있다. 대단한 천연자원도 랜드마크도 관광지도 없는데 그렇다. 수백억을 들여 달랑 건물 하나, 관광지 하나 만들어두고 로컬 브랜딩이란다. 그 혈세를 투자했는데도 사람은 커녕 개미 한 마리 없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산은 이름도 모르는 산인데 사람이 찾는다. 생전 처음 듣는 산악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란다. 깔딱 고개가 수도 없이 많은 험한 산길인데 그게 오히려 매력이란다. 건물도 시장도 관광지도 없는데 사람들이 찾는다. 그 산의 흙이 트래킹 하기에 딱 좋아서란다. 다른 곳의 산은 지역과 지역을 가르는 장벽 역할을 하는데 이곳의 산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고 한다. 유레카. 이렇게 이름 모른 산 하나도 매력이 있으면 브랜드가 된다. 그런데 그런 로컬 브랜드 참 찾기 어렵다.
지역 소멸이 가속화될수록 로컬 브랜딩은 흥할 것이다. 어느 정부도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그저 바라만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수록 로컬 브랜딩은 흥할 것이다. 그들은 이전 어느 세대보다 다양상과 개성, 취향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컬 브랜딩은 길 닦고 건물 짓고 행사를 해서 사람을 모으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건 매력적이지도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그저 피땀 흘려 갖다 바친 혈세를 가장 빠르게 낭비하는 길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로컬 브랜드가 매력적인 단어가 되는 것이다.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곳에 가면 멋지고 새롭고 유니크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곳이 아니면 절대 맛보지도 경험하지도 못할 그 무엇이어야 한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라면 줄을 서고 돈을 내고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가야할 '이유'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지역의 자원과 사람들의 욕망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차별화된 경험, 그것이 없다면 이 단어도 한낱 유행으로 그치고 말 공산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