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동 과일 가게를 위한 12단계 브랜딩 프로세스 제안

서울 오금동에는 맛있는 동네 과일 가게가 하나 있다. 이 가게의 사장님은 한때 목회를 하셨다고 한다. 착하고 선한 이미지의 인상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과일을 파는 장사꾼이다. 이 가게의 복음은 매출인 셈이다. 나는 이 가게를 스몰 브랜드 연대라는 모임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가게를 바라보며 내가 직접 운영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으로 단톡방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이 가게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이 무엇인지도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동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이 가게를 브랜딩한다면 나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을 아래의 12단계로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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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y -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가?


물론 목사님은 생계를 위해 이 일을 시작하셨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과일을 통해 전달하고 '행복'일지 모른다. 예수님을 통해 복음을 전하듯 목사님은 과일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 행복을 전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이런 why가 선명하다면 이 가게는 아마 동네 교회처럼 오래도록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선명한 why는 지속가능한 가게 운영을 위한 필수 요소다.


2. Strength - 이 일을 하기 위한 나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목사님의 강점은 과거의 이력과 선한 인상이 주는 '친밀함'이다. 또한 스스로 주장하는 까탈스러운 입맛이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목사라는 직업이 주는 신뢰, 따뜻한 인상과 말투,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일 맛에 관해서만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엄격함이 내가 이 가게와 대표님을 통해 발견한 핵심적인 강점이다.


3. Core Value - 내가 이 일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브랜딩은 결국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가치를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 과일 가게의 핵심 가치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과일의 맛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맛있는 과일을 원한다. 하지만 여기서에서 그치면 차별화가 요원해진다. 어떤 가게든 이런 가치를 추구할 테니까. 여기에 더해 목사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하고자 할까? 교회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진실한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어쩌면 가족의 행복, 사랑과 같은 가치가 아니었을까?


4. Pain Point - 시장이 필요로 하는 필요와 욕망, 해결을 원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떨까? 우리는 왜 동네 과일 가게를 찾는 것일까? 마트나 온라인 매장이 아닌, 퇴근길에 만날 수 있는 이 조그만 가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일의 신선도나 맛일 수도 있고, 주인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일 수도 있고, 과일을 사고 파는 과정의 친밀한 대화일 수도 있다. 가족을 위해 뭐라도 사가려는 아빠의 마음일 수도 있고,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엄마의 작은 투자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이 가게를 찾는 이유를 사람과 상황별로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 그것에 대한 이해가 결국 이 가게의 차별화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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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ustomer - 이런 필요와 욕망, 문제를 가진 고객은 누구인가?


스위트리를 찾는 고객은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가게를 가장 많이 찾을 특정 고객을 정의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모두를 위한 가게는 그 누구를 위한 가게도 아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게와 사장님을 믿고 과일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주부일까? 아빠일까? 아니면 방문객일까? 멀리 있는 큰 마트를 가기 귀찮아 하는 사람일까? 그저 사람이 그리운 할머니일까? 이 가게를 찾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욕구, 해결을 요하는 문제를 더 뾰족하게 정의내릴 수 있다.


6. Product & Service - 이 필요와 욕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제품, 혹은 서비스가 필요한가?


과일 가게에서 과일을 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일을 통해 얻는 것이 비단 맛 뿐만이 아님은 누구나 알 것이다. 과일을 사가는 아빠는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를 기대할 것이다. 이 동네에 사는 미래의 장인, 장모를 만나러 가는 예비 신랑이 기대하는 과일은 또 다를 것이다. 스위트리는 마트나 온라인 새벽 배송이 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동네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일을 감싸는 포장지 하나, 과일을 소개하는 문구 하나에도 이들의 필요와 욕구를 자극하는 디테일을 담아야 한다. 그 옛날 동네 수퍼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었다. 동네 소문의 진원이자 서로의 인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랑방과 같은 곳이었다. 단지 맛과 가격으로 승부한다면 이 가게를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7. Differentiation - 이 제품과 서비스가 가진 차별화 요소는 무엇인가?


스위트리에서 사는 과일은 무엇이 달라야 할까? 이 대답을 찾지 못한다면 이 가게를 결코 사랑받을 수도, 오래갈 수도 없을 것이다. 새벽마다 공들여 맛있는 과일을 찾으려는 노력이 그것일 수도 있다. 그림을 사랑하는 사장님의 예술적인 감성이 차별점이 될 수도 있다. 동네 아이들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친근함과 편안함이 그것일 수도 있다. 프릳츠는 80년대 감성을 이미지와 카피, 인테리어로 표현해서 여타의 카페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스위트리도 자신이 가진 차별화 요소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8. Naming - 이런 차별화 요소를 담은 네이밍은 어떤 것인가?


스위트리는 네이밍으로는 너무 평범하다. 달콤한 과일에 대한 기대는 너무 일반적이다. 나라면 이 과일 가게의 차별화를 담아낸 더 나은 네이밍에 대한 고민을 더 해볼 것 같다. 네이밍은 단순히 기발하고 멋진, 새로운 이름을 만들려고 해선 안된다. 우리 과일 가게가 가진 명확한 핵심 가치와 차별화 요소를 정의한 후에 그것을 표현하려고 해야 한다.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은 그 이름만으로도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눈에 보이듯 그려진다. 이들이 식당을 싲가한 이유와 스토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9. Concept - 이런 차별화 요소를 함축한 컨셉은 무엇인가?


나는 스위트리의 핵심적인 컨셉이 '동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보마켓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들이 파는 아이템이 특별해서만은 아니다. 눈만 뜨면 슬리퍼를 신고도 들를 수 있는 친밀함을 가게에 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옛날 동네 교회가 그랬다. 신앙심이 없어도 교회 목사님은 때로는 아저씨, 때로는 선생님, 때로는 마음의 의사 같은 역할로 내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이 동네 교회라는 컨셉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마트와 대형 매장이 가진 효율과 서비스가 가진 강점을 상쇄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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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ogo & Slogan & Interior - 이런 차별화 요소를 어떤 비주얼과 카피로 알릴 것인가?


이런 컨셉을 한 마디로 정리한 슬로건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소 거칠고 투박해도 상관없다. 동네 과일 가게 아저씨가 할 법한 친근하고 따뜻한 한 마디 말을 가게 이름 아래 적어둔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에 알게 된 치과의 슬로건은 '내 인생 가장 만족한 치과를 만납니다'였다. '내인생치과'라는 이름에 걸맞는 쉽고도 친근하고 매력있는 카피였다. 이런 가게의 카피가 꼭 기발하고 튀는 것일 필요는 없다.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가 할 법한 그 한 마디를 뽑아낸다면 사람들은 이 가게를 더욱 더 편하고 친근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컨셉만 선명하다면 '남다른' 인테리어를 위한 시도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11. Event - 어떤 톤앤매너로 소비자들과 소통할 것인가?


동네 과일 가게라고 이벤트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 옛날 동네 수퍼나 만물상에서 했을 법한 이벤트를 연상해 보자. 아이들과 주부들을 상대로 돌림판을 돌리고 뽑기를 하고 가벼운 선물들을 나눠줬으면 좋겠다. 놀라운 점은 이미 이 가게 주인이 그런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로컬이, 골목길이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골목과 가게에 대한 로망과 추억이 있다. 요즘 세대들에겐 그런 정서 자체가 새롭게 매력적일 것이다. 큰 돈 들이지 않되 꾸준한 소통을 위한 이벤트는 어쩌면 이 가게의 가장 큰 매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2. Channel - 어떤 채널을 통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것인가?


동네 과일 가게가 가진 채널은 바로 매장 그 자체이다. 그말인즉슨 대형 마트와 온라인 마트가 줄 수 없는 '소소하고 즐거운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런던 베이글'처럼 이국적인 인테리어를 과감하게 시도해봐도 되지 않을까? 지금 가게의 모습은 너무 전형적인 한국 동네의 비주얼이다. 전 세계 각지의 시장과 가게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색적인 인테리어는 불가능할까? 유럽의 어느 조그만 교회를 컨셉으로 가져와도 재미있지 않을까? 복음과 사랑이라는 이름의 과일을 팔아도 되지 않을까? 결국 소비자가 만나는 접점에서 이 브랜드는 완성된다. 이 가게게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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