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73.
1. 추상미 대표는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10년 전 ‘박가네빈대떡’ 매장 경영을 부모님으로부터 이어받았다. 그는 성장 과정을 광장시장의 역사와 함께해 온 상인 ‘3세’이다. 60년 전부터 그의 할머니는 노점에서 나물 등 각종 식재료를 팔았고, 부모님도 노점에서 빈대떡 장사를 시작해 매장으로 장사를 확대했다. (서울신문, 2021.11)
2. 추 대표는 할머니, 어머니에 이어 3대째 광장시장에서 빈대떡 집을 하고 있다. 그는 “1905년 광장시장이 문을 연 이래 먹자골목에 있는 가게 중 3대 경영은 처음 같다”고 했다. 60~70대 터줏대감 사장님이 즐비한 이 구역의 최연소 사장이기도 하다. 이 ‘막내 사장’이 올 추석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우울한 시장통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름하여 ‘차례상 새벽 배송’. 전, 과일, 한과 등 제수를 추석 전날이나 이틀 전 새벽 7시에 배송하는 서비스였다. (조선일보, 2020.11)
3. “최신 유행인 새벽 배송이 재래시장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재래시장에서 장 보기를 꺼리는 분들에게 ‘우리가 찾아가겠습니다’라는 적극적인 메시지도 보내고요. 이왕이면 ‘광장시장과 함께한다’는 우리 가게 취지를 살려 이웃 가게와 같이하는 게 좋겠다 싶었죠. 주변 상인분들께 물건만 내주시면 제가 열심히 팔아보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동참해 주셨어요.” (조선일보, 2020.11)
4. 부모님의 ‘빈대떡 장사’의 규모가 커지자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나선 그는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박가네빈대떡’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매장의 상품들을 가정간편식(HMR)으로 제작해 판매 활로를 온라인으로 넓혔죠. 이 과정 속에서 그는 자연스레 경영·브랜드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 광장시장 내 ‘생존 법칙’을 발견하죠. 박가네, 순희네, 육회집 등 잘되는 가게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브랜드’화가 돼 있었지만 운영이 힘든 가게들은 ‘시장 내 생선가게, 시장에 있는 포목집’ 등으로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서울신문, 2021.11)
5. “6개월 정도 회계 정리를 하면서 애써 외면했던 할머니와 부모님의 지난 삶을 마주했어요. 어렸을 땐 빈대떡 집 자식이라는 게 창피해 친구들한테도 말을 안 했거든요. 막연하게 그분들 삶을 부정하고 똑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요. 희생으로 빚은 그분들의 시간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제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알겠더군요. 제가 하지 않으면 50년 넘게 해온 일이 의미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조선일보, 2020.11)
6. 막상 들어온 시장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종일 사무실에 박혀 있던 연구원이 기름 범벅으로 온종일 서 있어야 했다. ‘연중무휴’라는 부모님 철칙을 이어받아 1년 365일 꼬박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한다. 지난 추석 닷새 연휴 때도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했다. (조선일보, 2020.11)
7. 그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국내 방문객에게 광장시장은 단순히 음식을 싸게 먹으러 오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상품들은 음식뿐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 의류, 천, 식재료 등으로 구색이 다양하고 품질도 뛰어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광장시장은 과거 특급호텔이나 청와대 등에 식재료를 납품했던 터라 식재료의 품질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고 하네요. 광장시장은 그의 가족이 평생 함께 해 온 삶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이 ‘상인 3세’는 “광장시장에서 힘들게 장사하는 각 상인들의 상품력을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결국 ‘브랜드’를 입혀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서울신문, 2021.11)
8. “사실 대를 잇는 게 쉬워 보이지만 망할 확률도 높아요.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위 세대가 쌓아온 것까지 무너뜨릴 수도 있거든요. 저도 몇 해 전 쌀 베이커리를 겸하는 쌀가게를 열었다가 실패했어요. 그때 수업료 치르고 얻은 교훈이 큰 변화를 주기보단 해오던 것을 지키며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지금 추 대표는 박가네 빈대떡 1, 2호점과 청과 가게 ‘상미원’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은 40여 명. 시장에선 큰 규모다. (조선일보, 2020.11)
9. 그는 “시장은 ‘살아가다’ ‘살아내다’ 두 말이 펄떡이는 곳”이라 했다. “제겐 시장 어르신들의 휜 손가락, 동상으로 새까매진 발톱이 발레리나 강수진의 상처투성이 발가락 같아 보여요. 살아내기 위해 온몸을 쏟아 바친 그분들의 인생이 오롯이 느껴져 숙연하기까지 합니다. 이분들의 숭고한 삶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게 하는 것, 그게 할머니 때부터 광장시장에서 우리 가족이 받은 것을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조선일보, 2020.11)
10. 그는 지난해부터 ‘광장시장 브랜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시장 내 3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1층에는 전국 소규모 로컬 브랜드의 식료품과 와인, 전통주, 맥주 등의 주류,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파는 그로서리숍으로 꾸몄다. 2~3층엔 시장 특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반대되는 고급 와인바 ‘히든 아워’를 차려 다양한 고객층의 발길을 이끌고자 했다. 우선 맥주를 만들어 ‘광장시장’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그는 추후 시장 내 각 상점들의 물품을 ‘made in 365’라는 이름으로 브랜딩해 365매장과 온라인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서울신문, 2021.11)
11. “55년간 광장시장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박가네빈대떡이 바깥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입니다.” 대한민국 전통시장 1번지 서울 광장시장에서도 가장 오래된 매장으로 꼽히는 ‘박가네빈대떡’. 3대를 이어 빈대떡 매장을 경영하고 있는 추상미 대표(42·사진)는 최근 현대백화점과 계약을 맺었다. 내년 2월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의 식품관 한쪽에 박가네빈대떡 매장을 열기로 한 것. 박가네빈대떡이 광장시장을 벗어난 곳에 신규 매장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경제, 2020.12)
12. 최근에는 광장시장에 MZ세대가 좋아하는 ‘힙’한 먹거리와 공간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오픈한 카페 ‘어니언 광장시장’이 대표적이다. 서울 성수동의 금속공장, 미아동의 우체국, 안국동의 한옥을 개조한 카페로 명성을 얻은 어니언이 광장시장 남문 초입에 새로 둥지를 텄다. 60년 간 금은방으로 운영됐던 곳을 개조했는데 공간 크기는 10평이 채 안 될 만큼 작지만 옛날 목재를 활용해 테이블을 만들고 박스 테이프를 감은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장식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중앙일보, 202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