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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시계의 유산, 해리엇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72.

1. 사업의 첫 시작은 시계가 아닌 패션이었다. 패션마케팅을 전공하고 랄프로렌 코리아에서 일하다가 회사에서 나와 패션 사업을 시작했다. 랄프로렌에서 본 게 있어서 그런지 패션 사업을 하더라도 옷뿐만 아니라 다른 패션 아이템도 함께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과 어울릴 만한 패션 아이템을 찾아보던 중 우연히 다니엘 웰링턴이란 시계 브랜드를 접하게 됐다. 당시 국내에선 다니엘 웰링턴에 대한 인지도가 전혀 없었고, 구글에 검색하면 블로거들이 올린 이미지만 몇 개 볼 수 있던 상황이었다. 다니엘 웰링턴의 콘셉트가 마음에 들어 연락을 하고 시계를 조금씩 구입해 국내에서 팔기 시작했다. 시계와 인연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이코노믹 리뷰, 2018.10)


2. 다니엘 웰링턴 이후 여러 해외 브랜드 시계를 수입유통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었다. 시계 제조 역사도 짧고 실제 시계는 중국에서 만들면서, 브랜딩을 잘해 성공한 해외 시계 브랜드가 꽤 많은 것이다. ‘얘네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거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왕년에 세계 3대 시계 제조국에 꼽힐 정도로 시계 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국가 아닌가. 이런 훌륭한 역사가 있음에도 현재 한국을 대표할 만한 시계 브랜드가 없다는 게 아쉬웠고 이 모든 게 해리엇 론칭의 발화선이 되었다. (이코노믹 리뷰, 2018.10)


3. 국내 시계산업은 1980년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대우받으며 호황기를 누렸다. 삼성시계, 오리엔트, 아남 등 국내 대기업이 내수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삼성돌체’, ‘오리엔트 갤럭시’ 등 자체 브랜드를 내세워 국내외 시장을 공략했다. 대기업들은 주로 시계 케이스를 만들고 수백 개 중소 협력사들이 대기업에 용두, 밴드, 핸드 등 부품을 공급하는 생태계가 유지됐다. 삼성시계는 일본 세이코, 스위스 론진 등에 라이선스 방식으로 완제품을 납품하는 등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국경제, 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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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990년대 들어 해외 명품 수입이 허용되면서부터 스위스제 고가 제품이 국내 시장에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대기업들부터 하나둘 시계 사업에서 손을 뗐다. 국내 시계산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운 해외 업체에 고가 시장을 내주며 중소기업 위주의 생태계로 재편됐다. 김대붕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조합에 등록된 시계 관련 업체 70곳을 포함해 전체 시계 회사 중 10인 미만 업체 비중이 6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 2020.10)


5. 감히 판단하자면 브랜딩에 약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1970~1980년대는 브랜딩이 중요하지 않던 시기였다. 당시엔 해외 시계 브랜드가 국내에 많이 들어온 상황도 아니었고 정보도 한정적이니 ‘좋다’ 하면 잘 팔렸다. 게다가 인건비도 저렴했으니 경쟁력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인건비도 올랐고 정보도 넘친다. 이제는 브랜딩이 관건이다. 그런데 현재 몇 남은 국산 시계 브랜드를 보면 연예인 협찬에만 관심 있지 브랜딩은 잘 못하고 있는 거 같다. 뭔가 다르게 접근하면 잘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게 시작했지만 꾸준히 브랜딩을 잘 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 (이코노믹 리뷰, 2018.10)


6. "시계는 시간을 볼 수 있는 팔찌라고 생각한다. 패션 감각과 제품 개발에 대한 열정, 여기에 가격 거품을 빼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가 과거 시계 3대 제조국 중에 하나였다는 점이다. 그만큼 기본기는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스웨덴 시계 브랜드가 스위스·일본 등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스웨덴도 세계 메이저 자리에 올라섰다. 높은 기술력을 가진 우리나라도 충분히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도 면밀한 브랜드 전략을 통해 메이드 인 코리아 시계 브랜드 해리엇을 해외 시장에서 성공시킬 것이다." (이데일리, 2017.08)


7. 판매와 마케팅 역시 쉽지 않았다. 한국산 시계라고 대놓고 파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해리엇 시계가 왜 가치 있고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설명하는 데 힘을 다했다. 마케팅 초반에 ‘멋’, ‘가성비’, ‘한국산’ 크게 세 가지 콘셉트로 해리엇을 홍보하고 1년 정도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봤다. 그 결과 가장 반응이 좋은 콘셉트가 ‘메이드 인 코리아’였다. 한국산 시계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 같다. (이코노믹 리뷰,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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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시계를 시간을 보는 기계라고 생각하면 시계 시장이 위기지만, 시계를 자신의 개성을 한 것 드러내는 액세서리라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앞으로 시계산업을 뒤엎을 만한 기술 개발을 더 이상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조그마한 시계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어서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시계 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데일리, 2017.08)


9. "해리엇 자체에는 사실 특별한 의미가 없다. 하지만 해리엇 브랜드명을 만든 배경은 있다. 나에게 있어 H는 의미가 크다. 처음 시작한 회사 이름인 해버데셔스도 H로 시작하고, 햅스토어도 H로 시작하고, 내 이름(홍성조)의 성도 H로 시작한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에 H를 꼭 넣고 싶었다. 외국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영화 '빌리엘리어트'를 봤다. 영화를 보고 감명 받아 H와 '빌리엘리어트'를 어떻게 합성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탄생한 것이 해리엇이다." (이데일리, 2017.08)


10. 다리는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한 시설이다. 떨어진 두 곳을 이어준다는 좋은 의미도 품고 있다. 다리와 시계는 이런 면에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의 다리를 컬렉션 이름으로 하고 다리 고유의 느낌을 시계에 담기로 결정했다. 국내에 수없이 많은 다리 중 인지도 있는 다리와 외국인이 발음하기 어렵지 않은 다리로 후보를 추린 후 다리 각각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해 컬렉션을 꾸렸다. 예를 들어 부산의 상징 ‘광안대교’는 자연스럽게 바다와 이미지가 이어지므로 ‘광안’ 컬렉션은 바다를 비롯한 아웃도어와 어울리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품고 있다. ‘서해’ 컬렉션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다리 ‘서해대교’를 모티브로 한 만큼 좀 더 화려한 멋이 있다. (이코노믹 리뷰, 2018.10)


11. "지난해 9월 해리엇을 론칭하고 가능성을 봤다. 해리엇 웹사이트도 한국어고, 광고도 한국에서만 진행했는데, 외국 분들이 어설픈 한국어나 한국인 지인을 통해 시계를 구매하고 싶다고 꾸준히 연락을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내수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무리 동남아에서 한류가 인기라지만, 그들도 한국에서 인기 좋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이지, 무조건 한국 것이라고 좋아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먼저 국내에서 입지를 다지고 홍콩 쇼에 나가 브랜드를 소개하고 판매할 계획이 있다." (이데일리, 2017.08)




* 내용 출처

- https://bit.ly/3Jv1nmN (이코노믹 리뷰, 2018.10)

- https://bit.ly/3CL9jg1 (한국경제, 2020.10)

- https://bit.ly/3CHP573 (이데일리, 2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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