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로 배우는 사람과 세상 - 시즌 1, 1/12부
* 아래의 내용은 세바시와 함께 진행한 '브랜드로 배우는 사람과 세상'의 시즌1의 12강 중 첫 번째 시간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브랜드와 마케팅에 관한 필독서 6권을 정해 600여 분과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 내용을 아래와 같이 텍스트로 다시 한 번 정리해보려 합니다.
"왜 이렇게 비싸요?"
"티파니입니다."
언제나 첫 기억은 강렬한 법이다. 브랜드의 B자도 모르는 이 짧은 대화 한 마디로 브랜드가 가진 '힘'을 배웠다. 그렇다. 티파니에, 구찌에, 샤넬에, 에르메스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아무리 완벽하게 복제를 해도, 아니 그보다 더 좋은 품질로 제품을 만들어도 진짜가 아닌 그 무엇은 다 가짜다. 브랜드란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란 무엇일까? 15년 이상 브랜드를 배우고 경험해오는 동안 나는 다음과 같은 나만의 정의를 완성했다.
"브랜드란 제품과 서비스에 '가치'를 더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렇다.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가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티파니가 비싼 이유는 간단하다.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치란 무엇일까?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면 가치는 몇 가지의 각기 다른 정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압축하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가치란 쓸모, 관계에서 오는 중요성 그리고 진,선,미와 같은 인간의 욕구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정의를 가지고 티파니를 설명해 볼 수 있을까? 가능하다. 티파니는 반지라는 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약속, 헌신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프로포즈를 할 때 사람들은 그냥 반지가 아닌 티파니를 산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브랜드를, 쓸모를 넘어선 욕구로 설명하면 많은 의문들이 해소된다. 왜 사람들이 명품백을, 명품 시계를 살까? 그것은 바로 쓸모를 넘어선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라는 책에서 홍성태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좋은 품질은 오늘날 당연히 갖춰야 할 필요조건이다.글로벌한 경쟁이 치열한 지금, 품질이 우수하지 않으면 예선조차 통과할 수 없다.하지만 품질이 좋다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그에 상응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가꿔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마케팅은단순한 ‘제품(product)’의 경쟁이 아니라, ‘인식(percep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이 책이 말하는 제품 이상의 인식, 그리고 이미지가 바로 쓸모를 넘어선 인간의 욕구인 셈이다. 그리고 그 욕구는 일찌기 매슬로우가 정의했듯이 다양한 프리즘을 가진다. 먹고 자는 생리적 요구에서부터, 소속에 대한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인정과 자아실현의 욕구로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이런 추상적인 욕구는 사람들이 인지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다름아닌 '컨셉'이다.
"침대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에이스침대"
"자연을 담은 그릇, 풀무원"
"오리온 초코파이, 정"
컨셉은 수없이 많은 제품과 서비스의 특장점을 압축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니스프리 하면 제주를, 풀무원 하면 자연을, 볼보 하면 안전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이런 컨셉은 어떻게 도출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몇몇 뛰어난 사업가와 전략가, 카피라이터들이 그 역할을 도맡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아주 작은 카페나 식당도 컨셉을 고민한다. 몇몇 브랜드는 MBA를 밟지 않고도 정말 멋진 컨셉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개인의 역량이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컨셉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여기엔 원칙과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바 있듯 브랜드는 쓸모를 넘어선 가치의 영역을 다룬다. 그래서 미국의 신생 브랜드 글로시에는 자신들이 화장품이 아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판다고 이야기한다. 발뮤다는 선풍기 아닌 '자연의 바람'을 판다고 이야기한다. 화장품의 본질, 선풍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아름답고자 하는 욕구, 시원함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즉 이 두 브랜드는 인간의 숨은 욕구를 채워준다는 공통점을 있다. 즉 그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을 깊이 고민해야만 강력한, 차별화된 컨셉을 도출할 수 있다. 그래서 하버드의 테오도르 래빗 교수는‘마케팅의 근시안적 관점’에서 벗어나라고 경고한 것이다.
“업의 개념을 기업의 관점에서만 규정하면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초점을 기업이 무엇을(what) 파느냐에만 둘 것이 아니라고객들이 왜(why) 사느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이 마케팅의 구루가 말하는 근시안적 관점이 바로 쓸모의 영역이다. 기업이 무엇을 파느냐만 고민하면 제품과 서비스, 그 이상의 무엇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러나 고객들이 그 제품과 서비스를 왜 사는지를 고민하면 고객들의 내면에 숨은 욕망을 읽어낼 수 있다. 무엇을 파느냐가 쓸모의 영역이라면, 고객들이 왜 사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가치의 영역이다. 즉 욕망의 영역이다. 우리는 디즈니의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라는 쓸모를 넘어선,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만들어낼 때 디즈니는 다시 한 번 우뚝 일어설 수 있었다. (물론 요즘은 다른 이유로 헤매고 있는 듯 하지만...)
"(디즈니가 기존의 영화 산업이라는) 관점을 바꾸자영화와 관련된 테마파크 공연, 영화를 소재로 한놀이기구, 영화음악 판매, 디즈니 TV채널에서의 자료 활용, 캐릭터나 출판 비즈니스, 식품이나 음료수의 브랜드 사용 허가, 게임업체의 캐릭터 이용에 대한 로열티 등,사람들을 ‘즐겁게’ 만들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해졌다."
홍성태 교수는 이 책에서 말한다. 브랜드란 한 마디로 컨셉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이 때의 컨셉이란 고객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채워지는 욕구를 압축해 비주얼과 텍스트로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과거와 다른 형태의 욕구를 갈망한다. 그래서 그 전달 과정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필립 코틀러가 말하는 마케팅 3.0, 4.0, 5.0은 바로 이에 대한 고민의 결과인 셈이다.
그는 말한다. ‘마케팅 1.0’ 시대에는 사람들을 이성적으로 설득시키려 했다, ‘마케팅 2.0’ 시대에는 감성을 움직여 행동을 유발하고자 했다, 그러나 ‘마케팅 3.0’ 시대에는 영혼의 교감이 있어야 한다고. 아울러 마케팅 과잉 시대에 기업이 생존하려면, 단순히 소비자의 감성에 다가가는 수준이 아니라‘영혼에까지 도달해야 한다 (reach consummers' soul)’고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나이키, 애플, 파타고니아 같은 브랜드를 통해 그 실체를 눈으로 목도하고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그러니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세상에 질문을 던지자. 쓸모를 넘어선 인간의 욕구에 천착해보자. 내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을 고민해보자. 그리고 이를 압축한 컨셉을 도출해보자. 이렇게 도출한 컨셉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비주얼과 스토리를 고민해보자. 이러한 컨셉을 담은 이벤트와 프로모션, 콜라보를 기획하고 진행해보자. 이러한 일련의 재미있고 유익하고 보람있는 과정이 내가 배운 브랜드, 그리고 브랜딩의 모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