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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수제 디저트 카페, 로야디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74.

떡을 모티브로 한 수제 디저트를 만드는 작은 가게가 있었다. 맛있고 예쁘기까지 한 디저트 가게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차별화 요소였다. 하지만 가게 오픈 2년 차, 떡을 찌는 찜기가 있는 주방이 불법 건축물로 밝혀지면서 더 이상 떡을 찔 수 없는 상황을 맞딱뜨린다. 모든 디저트가 떡으로 만들어지던 상황에서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한 달 동안 가게 문을 닫고 새로운 가게를 알아보았으니 갑자기 좋은 장소를 찾는 일은 요원하기만 했다. 그 때 남편이 이런 제안을 한다. 떡을 찔 수 없으면 쌀가루로 베이킹을 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1년의 연구 뒤에 나온 제품이 '찰떡 브라우니'였다. 이 제품은 출시 3년 만에 10만 개를 파는 베스트셀러이자 효자 상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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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디저트 카페는 김은송 대표가 운영하는 오픈 6년 차의 '로야디'라는 곳이다. 독립 후 강연에서 만난 로야디의 모습은 그 시작부터 함께했기에 각별한 곳이다. 하지만 서로 먹고 살기 바빠 한동안 잊고 있다가 유튜브 촬영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유튜브 촬영 말미에 울먹이는 대표를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렇게 뜻밖의 상황을 만나 인생을 건 모험이 실패로 끝난 스몰 브랜드드링 어디 한두 곳일까?


모든 동물의 새끼는 귀엽지만 연약하다. 새싹은 쉽게 밟힌다. 스몰 브랜드도 그 자신의 열심과 상관없는 어려운 상황들을 숱하게 만난다. 건물주에게 내쫓기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코로나 같은 위기나 트렌드와 유행의 변화, 하다못해 거대 프랜차이즈가 가게 옆에 들어서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꿋꿋이 사업을 진행해야만 하는 Why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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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템과 입지와 투자금을 고려해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이건 마치 점수에 맞춰 대학을 진학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일을 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이는 사람은, 그걸 굳이 미션과 비전, 핵심 가치 같은 어려운 말을 쓰지 않더라도 5년, 10년의 어려움을 헤치고 답을 찾아갈 수 있다. 로야디는 분명 그런 스몰 브랜드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브랜드였다.


아무튼 이 로야디 대표님이 내 말이 맞다며 자신이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는 물론 강점에 기반한 스토리텔링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질문을 던져본다. 디저트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새로운 한식 디저트보다 약간의 변화를 준 '찰떡 브라우니'에 그렇게 열광했을까? 디저트의 본질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 브랜드를 한 번 바꿔보려고 한다. 아마도 아주 아주 재밌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다.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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