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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왜 회사 이름에서 '컴퓨터'를 빼버렸을까?

얼마 전 만난 한 치과 원장님은 언젠가 병원 이름에서 치과를 빼겠다고 말씀하셨다. 왜냐고 물어보니 치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많아서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선택을 한 브랜드가 적지 않다. 일단 애플 컴퓨터가 이름에서 컴퓨터를 빼버렸다. 스타벅스 커피가 커피를 빼버렸다. 시현하다는 사진관인데 사진관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이건 아마도 자신의 '업'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스티브 잡스는 자신들이 컴퓨터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세상을 바꿀만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를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했다. 이 위대한 생각의 전환은 'Think Different'라는 광고를 만드는 배경이 되었다. 따라서 애플은 컴퓨터 뿐 아니라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를 만드는데도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어떻게 확장 가능한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름에서 커피를 빼고 Tea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고 술과 음식도 함께 팔기 시작했다. 그 변화가 꼭 성공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 우리들의 인식 속에 커피 전문점 중 하나라고 기억되지 않는다. 그냥 스타벅스는 별다방, 스벅일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앞서 말한 치과는 시대를 앞서는 병원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병원 내부도 치과에서 자유로운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다. 함께 작업 중인 브랜드북도 전형적인 회사 소개서 형태를 벗어나 에세이 집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드렸다.


사실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떠오르는 얘기가 여러 있다. 자신이 벽돌을 다듬고 있다고 대답하는 석공과 아름다운 궁전을 만들고 있다는 석공, 자신이 청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 정복을 위한 일조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청소부, 그리고 우리는 결국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신의 '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카페 하나를 해도 커피를 파는 것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제안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나는 이것이 작지만 인생을 건 모험을 하는 스몰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확신한다.


미션이니 비전이니 가치이니 하는 말은 던져 버리자. 어차피 콧물과 재채기를 라틴어로 말하는 병원의 의사들과 별로 다를게 없는 권위적인 단어들일 뿐이다. (물론 플라시보 효과는 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해도 다르게 일한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손님을 만들어내고 팬덤을 만들어내고 매출을 만들어 낸다. 지금도 나는 단순히 페북 글 하나를 쓰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와 행복을 주는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 그것은 늦은 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가슴 벅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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