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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연 7월 최장순 대표 초청 특강을 마치고...

1.


내가 최장순 대표를 처음 만난 건 브랜드 전문지 에디터로 일할 때였다. 당시 내가 직접 운영하던 페이스북에 인터뷰를 싣기 위해 만났었다. 그리고 두어 시간 남짓 그의 '어려운' 브랜드 특강을 들었다. 언어학과 출신인 그는 언어 사용에 특히 민감한 사람이었다. 녹취를 하면서 진땀을 뺐다.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무식한 내가 이런 일을 해도 되나 하는 자괴심도 들었었다.


2.


두 번째로 그를 만난 건 신사동인지, 학동인지, 압구정인지 모를 도로변에서였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어떤 키 크고 멋들어진 턱수염 기른 사람 하나가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끌고 도로변을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었다. 저 사람은 누구길래 저렇게 스타일리쉬하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최장순 대표였다. 적어도 내게는 최장순 대표가 멋지면서도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그런 브랜드로 '인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3.


그런 그를 스브연 초청 특강으로 다시 만났다. 나는 그의 강의가 스브연 멤버들에게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15년을 브랜드 관련된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컨설팅을 해온 내가 어렵다면 그들은 오죽할까. 나는 그가 쓴 '본질의 발견'과 '기획자의 습관'을 읽고 초반부를 넘어가기가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기우였다. 사람들은 그를, 그리고 그의 책을 좋아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래서 나는 스브연 회원들에게도 브랜드에 관한 한 정석을 추구하는 '진짜'의 모습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4.


브랜드란 무엇일까? 작은 브랜드에도 과연 필요할까? 회사에서 독립 후 지난 7년 가까이 매달려온 하나의 질문이다. 나는 데이비드 아커의 책을 항상 가까이 둔다. 그가 말하는 브랜드 에쿼티(자산)이라는 지식을 이해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걸 이해하는게 동네 과일 가게가 행복해지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커의 책 한 번 안 읽고 브랜딩을 논한다고 꾸짖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도 정작 수십 억 짜리 카페를 지으면서 택한 방법은 인플루언서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었다. 나는 의아했다. 지식과 현장의 차이는 원래 그렇게 큰 것일까? 좁힐 수는 없는 것일까?


5.


그러나 최장순 대표는 똑같이 아커의 이야기를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가 겸손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소심하고 예민한 나지만 이상하게 최장순 대표를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가 교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상대방을 존중한다. 그것이 그를 '남다르게' 인식하게 한다. 적어도 내가 돈이 있어 브랜딩을 해야 한다면 브랜딩의 정석과도 같은 그에게 내 일을 맡길 것이다.


6.


브랜딩은 인식의 싸움이다. 그냥 아파트 이름을 말하세요, 할 때 가장 처음 나오는 '레미안'과 '자이'는 강력한 브랜드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없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반복해서 소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몰 브랜드는 그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그것도 창업자의 아주 작은 이야기로 브랜딩하는 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게 스몰 브랜드의 브랜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그 자신이 매력적인 상품이 되어야 한다. 그가 만든 제품을 사고 싶도록, 그가 만든 서비스를 경험하고 싶도록 말이다.


8.


그는 한 마디로 조용한 혁명가이다. 나는 그가 브랜더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세상의 반골인 셈이다. 그는 매슬로우가 죽기 전에 자신이 만든 5단계의 욕구 피라미드를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했음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오로지 많이 '파는' 것에만 골몰하는 작금의 브랜딩과 마케팅 업계의 현실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아실현과 자존으로서의 브랜딩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게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7.


여기에 오로지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과일을 많이 파는 데에만 골몰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교회 목사 출신으로 과일을 팔면서 그들에게 복음(기쁜 소식), 즉 행복을 팔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실제로 있다). 그 차이는 단순히 벽돌을 다듬는 사람과 성당을 짓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만큼 크다. 당장은 작지만 그 끝은 창대하게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만일 최장순 대표의 강연과 내 생각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면 아마 바로 그곳일 것이다.


8.


나는 브랜딩을 대중화하는데 내 삶을 걸고 싶다. 브랜드 에쿼티와 보조 인지도를 이해하지 못해도 브랜딩을 잘 할 수 있음을 온 세상에 전파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미 동네에서 우동과 김밥을 팔면서도 25년 된 단골들이 빼곡한 가게가 있다. 참기름이 아닌 양심을 팔면서 하나의 브랜드로 우뚝 선 사람을 만난 적도 있다. 그들은 아마 단 한 번도 MBA 과정을 들을까 말까를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그 어떤 브랜드 이론가들 보다도 브랜딩의 기본과 정석을 잘 구사하는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9.


그러니 지금, 다시, 브랜드를 이야기해보자.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때로는 최장순 대표가 이야기하는 '본질'에 집중해 보자. 결국 브랜딩이란 것이 '인간에 대한 이해' 이고 '가치를 전파하는 과정'임을 이해하려고 애를 써보자.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내가 만든 디저트 하나로 온 가족이 행복해지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그렇게 나의 브랜드에 이론을 넘어선 진짜 가치를 담기 위해 애를 써보자. 그리고 그건 이미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필요충분조건이다. 이제 사람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효용을 넘어선 '그 무엇'을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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