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브랜드 컨설팅 일을 하는 비버커뮤니케이션즈의 박요철 대표라고 합니다. 얼마 전 대표님께 의뢰를 받고 간단한 제안서를 보내드린 적이 있어요. 그리고 그 내용이 조금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딱딱한 제안서 대신에 한 통의 편지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모든 직원이 제안서를 돌려 읽고 그 느낌을 말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사실 제안서는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런 경험과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 중 하나거든요. 그걸 모든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동의를 구하는 경우는 많이 없죠.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회사는 이미 나름의 문화를 가진 훌륭한 팀, 혹 회사이구나. 그래서 여러분들을 위해 아주 쉬운 브랜드 제안서를 편지 형태로 한 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게 잘 될지는 글을 쓰기 시작하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브랜드란 무엇일까요? 그게 왜 필요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고 회사가 커지면 그 다음에 '브랜딩'을 고민해보겠다고 많이들 얘기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달라요. 아무리 작은 카페나 정육점, 과일가게, 치킨집을 한다 해도 그냥 시작하면 망하기 십상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냉정하게 생각해 보세요. 과연 듣보잡인 카페나 치킨 브랜드를 찾아가 일부러 매출을 올려줄 의사가 있으신가요? 친척이나 지인이 아닌 다음에야 어림도 없죠. 남에게 쓰는 돈은 100원도 그 이유가 납득이 되어야 쓰는게 인간입니다. 오늘날의 브랜딩은 바로 이런 '생존'을 위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즉 남들처럼 팔지 않고 '남다르게' 팔아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시험지를 모든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받아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팀**트란 이름으로 일하는 여러분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최근 건강을 위해 동네 헬스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네이버로 검색해보니 도보 10분 거리에 헬스장이 대여섯 개 이상 검색되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 와이프가 고른 헬스장 한 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만족합니다. 그런데 딱 세 가지가 걸리는게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세탁된 수건에서 나는 냄새입니다. 4층에 있어서 시야도 넓고 밝아서 저는 이 헬스장이 좋습니다. 귀사 대표님이 사진만 보고도 비싼 기구라고 할만큼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매번 기분 좋게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마다 이런 좋지 않은 경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냄새 없이 세탁할 방법이 과연 없어서일까요? 게다가 샤워장 벽에는 광화문점의 안내판이 붙어 있어요. 저런 이런 작은 배려 없음이 이 브랜드의 경쟁력이라고 감히 단언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들이 매주 한 번씩 모여서 미팅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과연 이런 고객들의 마음을 알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건 아주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는 재계약에 임박했을 때의 트레이너의 태도입니다. 분명 시작은 월 10만 원 정도로 싸게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비싼 개인 운동으로의 연결임을 너무 자주 이야기합니다. 아마 내부적으로 압박을 느껴서겠지요. 저는 웃으면서 그러겠다고 말했지만 와이프 핑계를 대고 트레이너가 원하는 150만 원짜리 재계약을 하지 않았습니다. 부당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트레이너에게 푹 빠진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저라면 그 30분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서 서비스했을 겁니다. 재계약 얘기는 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정말 필요를 느낀 고객이 찾아오게끔 하는게 진짜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은 헬스장만 다니지 않아요. 이런 선택의 순간을 아주 자주 경험하거든요. 그러기엔 저를 가르친 트레이너의 특장점이 솔직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돈이 아까워 트레이너의 교육 시간만큼은 나간다였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는 혼자 운동하는게 훨씬 더 마음이 편하고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팀**트는 어떤가요? 과연 여타의 헬스장을 다니지 않고 이 곳을 선택할 만한 '분명한' 이유를 세 가지 이상 말할 수 있나요? 적어도 대표님은 그 부분에 대해서 아직 고민 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굳이 브랜딩을 해야 한다면 그 부분을 정리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군대를 가서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 한 달 동안 내내 교육만 받았습니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교육 자료를 암기하는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나중에는 옆구리만 찔러도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 내용을 줄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위급한 상황에서도 매뉴얼대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지요. 적어도 팀**트가 브랜딩을 고민한다면 이런 매뉴얼에 차별화된 장점이 빼곡이 적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손님들이 다른 곳에 가지 않고 팀**트를 찾지 않을까요? 그런데 대표님도 모르는 매뉴얼을 여러분이 안다고 보긴 힘들잖아요.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팀**트의 장점을 세 가지 이상 선명하게 말할 수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굳이 제게 컨설팅을 요청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두 번째로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요? 제가 어제 다녀온 고등학교 직업 체험 프로그램에 나온 18개의 직업 중에는 헬스 트레이너도 있었습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그 분은 어떤 이유로 이런 직업을 택한 것일까?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냥 돈을 벌기 위해 이 길을 선택했다는 답은 하지 마십시요.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합니다. 그러나 그 일을 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일단 그 일을 오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 할 수 있습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손님들의 선택을 받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 트레이너만 찾을 테니까요. 제가 만난 트레이너는 기계적으로 기구를 다루는 방법만 알려주었습니다. 무려 석 달씩이나. 저라면 왜 그 시간 틈틈히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얼마나 운동을 좋아하는지, 자신만의 노하우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했을 겁니다. 그게 없으니 재계약을 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설마 달리 할게 없어서 이 일을 하고 계신 건 아니지요? 그래서 만일 컨설팅을 시작하게 된다면 그 이유를 여러분께 꼼꼼히 물어보고 팀**트만의 스토리를 써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여러분께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시현하다는 스스로를 단순한 사진작가가 아닌, 타인의 인생을 기록하는 '기록가'로 업의 정의를 새롭게 하면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바싸다, 콸러티가 기대 이하다, 라는 말도 듣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비싼 값을 치루고서라도 시현하다를 찾아갑니다. 고등학교 특강을 갔는데도 1/3 정도는 시현하다를 알고 있더라구요. 왜냐하면 사진을 찍고 그것을 나눠가지는 문화가 이미 10대들에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가요? 단순히 헬스 트레이너,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고 있다면 그건 50점 짜리 대답입니다. 그런 사람은 전국에 수도 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리더는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청사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더해 필요한 것은 팀**트가 단순한 헬스장이 아닌, 외적인 건강 뿐만이 아니라 내적인 건강까지 케어하는 곳임을 세상에 전파하는 일입니다. 저처럼 배 나온 아저씨가 왜 이를 악물고 헬스장을 찾는지를 아셔야 합니다. 저는 단순히 근육을 키우기 위해 헬스장을 찾지 않습니다. 7,80대에도 건강하게 일하고 싶어서 헬스장을 찾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한 사람의 인생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라이프 플래너가 되어야 합니다.
일단 편지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많습니다. 굳이 지방까지 내려가서 일 할 이유가 제게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의 리더가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만든 회사, 조직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가 매우 궁금합니다. 어떤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알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잘하는 방식으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려분에게 새로운 이름과 슬로건과 스토리텔링을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필요하다면 팀**트를 소개하는 책도 만들고, 매뉴얼도 만들고, 좀 더 많은 회원을 모객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세워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난 15년 동안 그 일만 고민하고 실행하면서 100여 개 가까운 회사를 만나왔거든요. 저는 대표님께 시현하다 보다 더 나은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는 제안을 드렸습니다. 그것은 진심입니다. 하지만 만일 여러분에게 그런 역량과 스토리가 없다면 저는 이 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없는 무엇을 만들어내는 창조자가 아니라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발견가'이기 때문입니다. 어떠신가요? 여러분은 과연 여타의 헬스장과 다른 팀**트만의 브랜드를 만들 욕심과 자신감이 있으신가요? 만일 그게 있다면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여러분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더 자세한 얘기를 직접 만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편지가 그런 아름다운 여정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요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