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와인은 그렇게 엄숙해야만 하나요? 위키드와이프

1. 이영지 대표가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을 때 그 2막이 훅 찾아왔다. 자신의 삶이 타인에 의해 혹사당하는 것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퇴사를 선언하고 10년 넘게 운영하던 블로그에 와인 수업을 공지한 것이 불씨가 됐다. “두 개의 세션이 15분 만에 마감되는 것을 보고 두 가지 생각을 했어요. 아, 먹고살 수 있겠구나. 그리고 누군가는 이토록 와인에 목말라 있구나.” (여성동아, 2020.04)


2. 2016년 8월 이 대표는 와인 전문 기자로 일하던 일간지를 나왔어요. 그러곤 10년 넘게 운영해 온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려요. ‘와인 클래스 수강생 모집’. 클래스 이름은 소셜와인클럽. 장소는 이 대표의 집. 수강생은 한 회에 딱 네 명만. 댓글로 신청받았는데 첫 수업부터 200개 넘는 댓글이 달렸어요. 내친 김에 한 달 치 수업을 짜서 올렸더니, 30분 만에 완판됐죠. (롱블랙, 2023.07)


3. 2019년 9월엔 가로수길에 같은 이름으로 매장을 냈어요. 첫 달부터 예약자 수가 심상치 않았어요. 3개월 만에 하루 최고 매출 300만원을 기록했죠. 2019년 위키드와이프 와인샵의 첫해 매출은 10억원. 2019년 9월 오픈했는데 2020년 1월, 2월 점차 매출이 상승세를 탔죠. 400만원, 500만원씩 일매출이 찍혔어요. (롱블랙, 2023.07)



4. “‘이게 괜찮은 아이템이니까 한 번 해봐야지’하면 대부분 망하더라고요. 잘될 땐 괜찮아요. 그런데 힘든 시기는 순식간에 들이닥치죠. 그때 마음이 꺾이지 않으려면, 딱 한 가지뿐이에요. ‘내가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가?’에 ‘예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에겐 제가 이 일을 30년 이상 할 거란 확신이 있어요. 위키드와이프식 큐레이션은 파리에도, 두바이에도, 교토에도 없으니까요.” (롱블랙, 2023.07)


5. 보통 와인샵에선 가격대별로, 와인 품종 또는 국가별로 와인을 진열하잖아요? 이영지 대표는 과감히 음식을 앞세웠어요. ‘전주비빔밥 페어링’, ‘양꼬치 페어링’. 음식도 배달 음식 위주로 선정해요. 치킨을 페어링할 땐 아예 브랜드별 메뉴를 꼽아 어울리는 와인을 조합해 추천해요. 후라이드치킨 페어링, 양념치킨 페어링, 지코바숯불치킨 페어링, 푸라닭치킨마요 페어링처럼 말이에요. (롱블랙, 2023.07)


6. 위키드와이프의 와인 솔루션은 ‘하늘의 별처럼 많은 와인, 꼭 취향이 필요할까?’란 질문으로 출발했어요. 세상에 마셔보고 경험할 수 있는 와인이 이렇게 많은데 좋아하는 와인만 한정 지어 취향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위키드와이프는 와인의 취향을 제안하는 대신 경험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자는 목표를 가졌어요. (헤이팝, 2022.12)



7. “와인 엄숙주의를 깨고 싶었어요. 와인을 마시는 행위를 우아하거나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게 너무 싫었어요. 와인은 그냥 일상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음료예요. 그러니 제가 먹는 일상 음식, 한국인의 음식을 페어링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죠.” (롱블랙, 2023.07)


8.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메뉴가 탄생했고 이에 어울리는 와인을 큐레이션하며 소개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방문 고객에게는 직관적인 음식 이름만 보아도 ‘아, 이 음식에 이런 와인이 어울리는구나’를 느끼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위키드와이프가 와인을 소개하는 방식 중 하나이기도 한데 와인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했던 불필요한 두려움, 걱정, 의문 등을 접어두고 아주 단순하게 접근하고 정의할 수 있도록 택한 방법이에요. (헤이팝, 2022.12)


9. 이후 프라이빗 와인 클래스를 지속하며 브랜드와 협업해 상품 기획, 기업 출강, 크고 작은 행사에 인플루언서로 참여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2년 후 신사동 가로수길에 20가지 남짓의 와인을 소개하는 와인숍을 열었고,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페어링 바를 겸비한 지금의 위키드와이프로 성장했다. 와인 매장 아르바이트를 했던 20대 중반부터 1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에디터, 홍보 담당자, 강사, 와인숍 대표까지 그가 어떤 명함을 갖고 있든 곁에는 언제나 와인이 있었다. (여성동아, 2020.04)



10. 다양한 분들을 취재하고 만나면서 살아남는 브랜드와 사랑받는 브랜드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것은 창업자의 핵심가치가 ‘진짜’라는 진심이 있기에 구성원, 나아가 고객에게 전달되면서 브랜드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쉬워 보였지만 막상 브랜드를 운영하니 매번 흔들리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핵심 가치보다 더 중요한 테크닉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다잡았던 진짜라는 핵심 가치, 위키드와이프가 중요하게 여기는 ‘와인은 즐거운 놀이, 페어링은 마법’이라는 생각을 항상 되새기곤 한답니다. (헤이팝, 2022.12)


11. 브랜딩이란 처음부터 역산해서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중심이 아니라 10년 후 완성된 그림을 먼저 상상하고 거기서부터 역으로 지금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순차적으로 정하는 것이죠. 브랜드는 결코 개인의 목소리, 한 사람의 목소리로만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부터 손님에게까지 나의 가치를 100배 수, 1만 배수로 알리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마음의 충동심보다 세세한 플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브랜드가 지향하고 제안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진실하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헤이팝, 2022.12)


12. 날씨, 기분, 계절은 물론 떡볶이나 자장면 등 우리가 흔히 즐기는 음식과 와인을 페어링할 수 있는 ‘우주 최고의 와인 큐레이션 브랜드’로 남고 싶습니다. 정해진 공식이 아닌 와인으로 즐거운 일상을 물들이고 유쾌한 놀이를 하듯 와인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계속해서 전하고 싶어요. (헤이팝, 2022.12)


***


https://bit.ly/3XNVFCz (여성동아, 2020.04)

https://bit.ly/44zxJoF (헤이팝, 2022.12)

https://bit.ly/3PON6p4 (롱블랙, 2023.0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