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운영을 위한 실무 가이드 #2.
지난 2년 간,
지금까지 올린 약 2,400여 개의 컨텐츠에 대한 기록을
나름 모두 정리해서 데이터로 가지고 있다.
한 두달 올린 컨텐츠는 의미가 없을지 모르겠으나,
1년, 2년이 지나면서
그 컨텐츠들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나는 페북에 컨텐츠를 올릴 때
각각의 컨텐츠를 카테고라이징할 코너명을 붙였다.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소개하는 ‘자기다움 sayings’
다양한 마케팅, 브랜딩 전략을 소개하는 ‘Case by Case, 전략의 발견’
창의성의 본질과 실무를 추적한 ‘크리에이티브를 찾아서’…
그리고 관련된 좋은 내용들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넘버링을 했다.
자연스럽게 반응을 얻은 코너들만 살아남았다.
앞서 말한 이 시대의 ‘메시지’들은
바로 이런 단순한 과정을 반복해 캐낸(?) 것들이다.
절대 대단한 그 무엇이 아니다.
하지만 페북의 타임라인을 스크롤 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이
가장 원하고, 가장 목말라 하는 ‘그 무엇’임에 분명하다고는 말할 수 있다.
여러분들도 같은 생각일지는
감히 짐작할 수 없지만.
그 3가지 메시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자기다움 sayings’와 ‘사람이 브랜드다’
페이스북에 매일 소개된 이 두 코너의 취지는 간단하다.
제품과 서비스 뿐 아니라 ‘사람’도 브랜드라는 생각에서 만든 코너다.
그래서 단순히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나름의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찾아 매일매일 소개해왔다.
그 중 가장 많은 이들이 반응했던 사람은 바로 푸른 눈의 외국인,
이코노미스트 특파원 출신의 ‘더 부스’ 대표
다니엘 튜더의 인터뷰였다.
‘한국’에 관한 책을 쓰기도 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서울대를 나와 삼성전자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아나운서 관두고 여행 다니는 사람, 홍대 앞 인디 뮤지션,
경리단길에 타이 음식점 차려서 ‘맛집’ 소리 듣는 사람이었다고.
남들이 가라는 길로 안 가고 역주행한 사람들이었다고.
공교롭게도 두 번째로 많은 ‘좋아요’를 얻었던 사람은
다니엘 튜더가 말했던 홍대 앞 인디 뮤지션, 가수 요조였다.
그녀 역시이렇게 말한다.
남이 한다고, 안정적이라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대기업 입사에 목 메고 그러지 말라고.
그들의 의견에 맹목적으로 동의해 소개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들의 생각에 반대하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떤 삶에 목말라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남의 기대와 생각대로 살지 않고,
자신이 행복한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길 갈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 많은 이들에겐 아직 그럴만한 용기가 없다는 것 역시
우리가 마주한 엄연한 현실이란 것도 알았다.
그러나 점점 더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이것이 이 나라가 가지고 있는
작지만 가장 큰 희망의 메시지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갈망하는 또 한 쪽은 매우 현실적이다.
그들은 일을 잘 하고 싶어하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어할 뿐더러
창의적으로 일하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그렇다.
사람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대단한 무언가를 바란 건 아니었다.
늘 대하지만, 미처 몰랐던 파워포인터의 Tip에 열광한 것이다.
이들이 유치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의 핵심적인 의미 역시 다름아닌 ‘문제해결능력’이다.
같은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해가는 능력이 ‘창의력’의 기본이자 핵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좀 더 묵직한 고민도 있었다.
위의 글은 ‘기획’에 관련된 일을 하는 실무자들이라면 한 번쯤 깊이 고민해보았던 문제를 다룬 글이다.
이 글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실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역량’임을 말했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량,
이것이 사람들이 그토록 해결하고 싶어하는 현실적인 고민임을 알 수 있었다.
혹 의심스럽다면 지금 당장 서점에 나가보라.
얼마나 많은 책들이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고 외치고 있는지,
하지만 서점에 나가지 않고 팬들의 반응에만 초점을 맞추어도
그러한 아우성을 충분히 캐치할 수 있음을
나는 페이스북 운영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어려운 무엇으로 생각치 않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동물 사이,
때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대상과의 생생한 교감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니 수 많은 뉴스들의 범람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커뮤니케이션의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 색안경은 벗고 보자.
이 대자보가 위조된 거란 의견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첨예한 정치적 대립, 생계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 속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히 데울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깨달음이다.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대자보 한 장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 시대에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바로 진정을 담은 한 마디의 말, 말없이 부둥켜 안고 울어줄 누군가의 품이라는 걸.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오늘날의 기업에도 가장 절실한 무엇이다.
그렇다면 디즈니랜드는 고객들과 어떠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을까?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미국 디즈니랜드에서의 경험을 ‘특별한 무엇’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을까?
디즈니랜드의 식당을 찾은 중년의 부부가
어떤 이유에선지 3인 분의 음식을 주문한다.
그리고 이유를 묻는 직원에게 담담하게 말한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아이가 이곳의 음식을 맛있게 먹었었다고.
그러자 직원은 어린이용 의자를 들고 와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죄송합니다. 자녀분이 여기 있으신데 어린이용 의자를 이제야 가져왔네요.’ 라고.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디즈니랜드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대했고,
그 결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브랜드 경험,
브랜드 가치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그리고 이같은 스토리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반응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에 목말라 있다는 증거 아닐까?
어떤 이는 말한다.
이것은 ‘유니타스브랜드’ 페이스북이었기에 가능한 운영 아니냐고.
그러면 나는 답한다.
매우 정확하게 보셨노라고.
만약 내가 다른 어떤 브랜드의 페이스북을 운영한다면
지금까지 운영했던 모든 지식을 리셋하고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60억 이상의 사람이 각각의 생각과 스타일대로 살아가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또 어떤 면에선 비슷하다.
남과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기 원하며,
자신의 삶과 일에 닥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싶어하고,
가족과 이웃과 친구, 세상과 소통하며 살기를 누구보다도 바란다.
페이스북 운영도 마찬가지다.
그 곳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만 전제된다면
특별한 기술이나 프로모션 없이도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그 브랜드만의 ‘차별화’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페이스북은 관리와 운영의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의 숨은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메시지다.
거짓없이, 진정성 있게 소통하라.
비록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