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소리치지 않는다. 속삭인다."
내가 일하던 브랜드 전문지의 뒷 페이지에서 자주 보았던 문구다. 좋은 카피, 슬로건이라고 생각한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나라에서 살다 보니 이런 문구가 마음에 더 와닿는다. 하루 종일 수천 개의 광고를 듣고 만나지만 막상 귀에 들어오는 문장은 몇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된 애플의 'Think Different'나 에이스 침대의 '침대는 과학'이라는 카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건 이처럼 선택지를 주지 않고도 해당 카테고리에서 바로 떠오르는 이름이 있을 때를 의미한다. 보조 인지도란 '혹시 이런 브랜드 아세요?'라고 물었을 때 고객을 끄덕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이런 위치를 차지하는 브랜드들을 몇 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면서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 슬로건이나 카피를 생각해 보았다. 한참을 생각한 후에야 '고향의 맛 다시다'가 떠오른다. 대체 언젯적 광고란 말인가.
그러니 작은 브랜드가, 이제 막 시작한 브랜드가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란 얼마나 어렵겠는가. 1등만 기억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도 있다. 하지만 그건 세상이 각박해서만은 아니다. 인간의 뇌는 담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다. 만약 세상이 쏟아내는 그 모든 뉴스와 광고를 다 받아들였다가는, 말 그대로 폭발할지도 모른다. 매일 매일 TV와 라디오로 융단 폭격을 한다 해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 외치지 않고 속삭이는 것이다. 야구장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수줍은 연인의 모습을 한 번 떠올려 보라. 남자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속삭인다. 여자가 미소를 띄며 큰 소리로 되묻는다. "뭐라고?"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 남자가 그 여자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말이다.
그렇다면 외치지 않고 속삭인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중요한 것은 메시지가 아니다.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만한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나는 지금까지 브런치를 통해 1500여 개의 글을 썼다. 메시지는 한결 같았다. '작은 회사에도 브랜딩이 필요할까요?'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지겹도록 같은 주제로 매일 매일 다른 글을 썼다. 그러자 세상에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내 브런치의 누적 조회수는 166만 정도다. 걔중 만 명 이상에게 전달된 글만 24개다. 3만 명 이상이 읽은 글은 9개다. 걔중 4개의 글은 5만 명 이상에게 전달되었다. 네이버 블로그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면 많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브런치를 통해 정독하는 독자들을 생각하면 결코 작지 않은 숫자다. 나는 브런치를 통해 3권의 책을 냈다. 현재 3권의 책을 동시에 쓰고 있다. 브런치에서 주는 상을 두 번이나 탔다. 지금까지 브런치를 통해 수십 번의 다양한 제안을 받았다. 나는 세상에 큰 소리로 외치지 않았다. 속삭였다. 그럼에도 세상은 내게 다양한 방법으로 화답해주었다.
어디 브런치 뿐인가. 브런치가 글을 저장해두는 공간이라면 페이스북은 바이럴하는 툴이다. 나는 단행본의 한 꼭지 되는 분량의 글을 서슴없이 페이스북에 올린다.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 조그만 화면으로 어떻게 읽을까 싶지만, 나는 안다. 어차피 모바일 환경에서 접할 수 있는 화면이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없이 많은 뉴스와 SNS의 포스트들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얼마나 공감할 수 있고 필요한 메시지를 내보낼 것인가 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세상이 듣고 싶은 이야기의 교집합, 그것이야말로 홍보와 마케팅, 브랜딩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나의 욕망이 그들의 욕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다. 그 메시지가 강력하다면, 즉 세상 사람들의 욕망과 결핍을 채우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메시지라면, 외치지 않고 속삭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MZ세대가 그 숫자에 비해 더 큰 영향력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그들은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기호와 취향과 개성을 드러낸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SNS를 통해서, 먹고 자고 입는 소비 생활을 통해서, 그들이 지향하는 다양한 가치를 마음껏 표출한다. 정작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실제로 쓰고 있을 5,60대의 목소리가 작은 이유 역시 명확하다. 뻔하기 때문이다. 쓰던 대로 쓰고, 입던 대로 입고, 살던 곳에서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MZ 세대는 다르다. 자신들의 소비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일을 목숨처럼 열심히 한다. 그래서 프라이탁이나 레오 119 같은 가방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버려진 방수천, 방재복으로 가방을 만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소비가 MZ 세대들에게 의미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밤 9시면 TV에 둘러 앉아 뉴스를 시청하던 시절의 마케팅을 버리자. 어차피 우리처럼 작은 브랜드들은 그럴만한 돈도 없다. 그것이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유튜브든 일단 시작하자. 그리고 세상을 향해 지치지 않고 전달할 '메시지'를 만들어 보자. 왜 내가 만드는 제품,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세상에 필요한지를 조근 조근 속삭여 보자. 그 대상이 세상 모든 사람일 필요는 전혀 없다. 아니 그 대상은 어쩌면 당신의 브랜드를 필요로 하는 단 '한 사람'이어야 한다. 마치 야구장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수줍은 젊은 커플과 같은 관계라야 한다. 내가 스몰 스텝이란 책을 쓰고 맨 먼저 한 행동은 5명의 독자를 앉혀 두고 강연을 한 일이었다. 그 5명이 10명이 되고 1000명이 되고 급기야 60만 명의 사람이 유튜브를 통해 귀를 기울이는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 듣지도 않을 세상이 외치기를 멈추고 단 한 사람의 고객에게 속삭여 보자. 세상에 왜 나의 브랜드가 필요한지를 설득해보자. 그런 메시지를 우리는 바로 '슬로건'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