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한다. '라이프' 지에 이어 '내셔널지오그라픽'도 더 이상 종이잡지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세상이 서로 소통하는 방법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알고자 하는 욕망은 여전하다. 오히려 더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그 통로 역할을 지금은 신문이나 잡지가 아닌 SNS가 한다. 페이스북과 블로그 조차도 올드한 미디어가 되어 버렸다. 요즘 사람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앞으로는 챗GPT나 바드, 빙 같은 AI 서비스가 그 역할을 대신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나 중요한 것은 그것의 '본질'이다. 어떤 채널에 무슨 메시지를 실을지에 앞서 그것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 보자. 나는 어느 성공한 사업가가 길거리에서 스카프를 팔던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그는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선 항상 손님이 끊이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스카프를 보려면 일일이 포장을 뜯게끔 일부러 비닐에 담아 두었다고 한다. 그렇게 포장을 열다 보면 자연히 시간이 걸리게 되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렇게 손님이 몰리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 이 매대를 궁금해서 찾아오는 방식이다.
한 번은 동네 앞에 조그만 식빵 전문 가게 하나가 오픈을 했다. 그런데 내 눈길을 끈 것은 이 가게에 항상 서너 명이 줄을 선다는 사실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집이길래... 하면 찾아가길 여러 번. 그리고 알게 되었다. 손님이 두명 만 들어가도 이 가게는 줄을 설 수 밖에 없었다.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의 '블랭크 스트리트'라는 커피 브랜드도 비슷한 전략을 썼다. 푸드 트럭에서 커피를 파는 이 가게는 맛을 위해 23초나 걸리는 커피 머신을 썼다.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이렇게 인사를 주고 받은 고객들은 단골이 되었다. 이렇듯 채널의 본질은 '소통'이다. 그렇다면 스몰 브랜드는 고객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친밀함은 거대한 브랜드에게서 기대하기 어려운 '가치'이다. 기계적인 친절한 프랜차이즈는 있어도 인간적인 '친밀한' 프랜차이즈는 스몰 브랜드만 가능하다. SNS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거대 기업의 SNS는 광고로 인식한다. 오랜 경험 때문이다. 그러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작은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발견'으로 여긴다. 적어도 이 세계에서 소비자들은 주도권을 가진다. 수동적으로 메시지를 수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능동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철학'이 중요해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말이 통하는 사람과 소통하기 원한다. 브랜드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것을, 즉 가치를 담은 브랜드에 열광하게 된다. 기업의 규모와 명성과 평판이라는 계급장을 뗀 SNS에서는 진정성과 친밀함에 기초한 선명한 철학이 무기가 된다. 그러니 어떤 채널을 개설할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나만의 메시지를 고민해 보자. 철학이라고 해서 대단한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암에 걸린 소방관을 돕는 레오119, 못생긴 농산물만 판매하는 어글리 어스, 플라스틱 병을 쓰지 않는 열매 상점... 이들은 자신들이 제품이 아닌 '가치'를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브랜드들이다. 이런 브랜드에 채널의 종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보고 수다를 떨게 하자. 끊임없이 얘깃거리를 만들어내자. 내가 아닌 고객들이 메시지의 주인공이 되게 하자. 그들에게 '발견'의 기쁨을 주자. 물건을 사는게 아니라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고 느끼게끔 만들자. 블로그나 인사타그램에 직접 글을 쓰고 사진을 올려보자. 바쁘고 힘들다고 대행을 맡기지 말자. 매일 매일 일기 쓰듯 사람들과 소통하자. 그러다보면 언젠가 인플루언서가, 잡지사가, 방송국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항상 눈에 불을 켜고 '뜨는' 브랜드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