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년 간 브랜드 전문지의 에디터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글쓰기에 관한 많은 노하우를 배웠다. 격월로 나오는 책의 출간을 위해 우리가 맨 먼저 하는 일은 이른바 '아이템'을 찾는 일이었다. 그 호의 주제에 맞는 브랜드들을 찾아 내부 편집 회의의 심사를 거쳤다. 에디터는 왜 그 브랜드가 그 호의 주제에 맞는지 설득해야 했다. 그런데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 브랜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주제에 맞다 하더라도 그 브랜드가 매력적이지 않으면 통과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브랜드가 가진 차별화 요소들을 낱낱이 조사해야만 했다. 그 브랜드가 왜 이번 호에 실려야 하는지에 대해 모두를 납득시킬만한 이유를 찾아야 했다.
나만의 책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앞서 여러 개의 글을 써두었다. 사람에 대한 것, 사건에 대한 것, 그리고 내가 해온 생각들에 관한 것이다. 당신이 이 이야기들을 엮어 한 권의 책을 만들이 위해 할 일은 그 경험들을 '키워드'로 압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그 이유를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연결되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만으로는 이야기와 이야기를 연결할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작업이 '키워드'를 도출하는 것이다. 당신이 이 친구를 좋아한 진짜 이유는 어쩌면 다른 친구들과 당신을 이어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친구와의 이야기에서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낼 수 있다.
한 번은 무려 네 권의 책을 써낸 작가가 나를 찾아왔다. 책을 쓰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을 해왔는데 한 마디로 돈벌이가 잘 안된다는 거였다. 게다가 10년 째 암투병을 해온 지라 일주일에 사흘 나가는 강의도 힘이 든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문득 이 분이 '여행'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할 때면 얼굴에 생기가 도는 걸 보았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작가님은 여행이 왜 그렇게 좋으시죠? 그러자 그 분이 대답했다. 어딜 가든 새롭고, 거기서 만나는 인연들이 반갑고, 우리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는 되물었다. 그러니까 작가님은 여행, 그 자체가 아닌 여행을 통해 얻는 '새로움', '자유' 같은 것들이 좋으신 거군요. 그러자 이 작가님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놀랍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여행이라는 키워드에서 벗어나 '자유'에 대한 글을 써보라고 조언을 드렸다. 이 분이 얼마나 행복해했는지는 여러분으 상상에 맡기겠다.
만일 이런 과정조차 어렵다면 예시를 통해 작성하는 방법도 있다. 위에 나열한 '가치 키워드'들에서 적절한 단어들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다. 이 키워드들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60여 개의 단어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이미 써둔 이야기들과 가장 어울리는 단어들을 찾을 수 있는 데까지 찾아보자. 당신이 만일 스티브 잡스를 좋아했다면 그 이유는 '창조' '열정' '도전' 등의 키워드를 고를 가능성이 높다. 만일 당신이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을 존경한다면 '감사'와 '섬김' 나눔' 등의 단어를 고를 것이다. 물론 반드시 이 단어들 중에서 키워드를 찾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박진영은 미래의 아이돌을 선발할 오디션에서 노래와 춤, 스타성, 인성 등의 4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가치들을 합격의 기준으로 선택한 것이다. 박진영은 이 네 가지 주제를 가지고도 충분히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내가 쓰고 싶은 책의 기준이 모호하다면 이 방법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나만의 가치 키워드 수집하기>
* 이렇게 찾은 보석같은 키워드들을 정리해 보자. 열 개도 좋고 서른 개도 좋다. 이것이 당신의 삶을 빛나게 해준 별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