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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당신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찾아라

어느 여행 작가가 있다. 무려 4권의 책을 펴냈다. 지금은 책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수업도 한다. 물론 탄탄대로의 즐거운 인생만은 아니었다. 10년 전 발병한 유방암 때문에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의 강의는 무리일 정도로 몸도 약해졌다. 이 작가가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고 있다며 컨설팅을 의뢰해왔다. 나는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 미팅에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작가가 '여행'을 너무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점이었다. 여행을 이야기할 때면 반짝하고 눈이 빛났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여행이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신가요? 뜻밖의 질문이었는지 그녀는 한동안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윽고 꺼내놓은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여행을 가면 한없이 자유로와져요.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죠. 저는 음식이나 풍경 때문에 여행을 가는게 아니에요. 세계 어디를 가든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때문이에요."


그렇다. 이 분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남들과는 달랐다. 어쩌면 그녀는 여행 뒤에 숨은 '자유'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조금 다른 글을 써볼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하자 작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조언을 이어갔다. 여행과 글쓰기 같은 작은 원을 두어 개 더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세상에는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글 잘 쓰는 사람도 많다. 이 교집합에 여행 작가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관심과 흥미와 재능의 원을 두어 개 더 만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그림을 배운다면 이 작가의 책엔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그림이 들어갈 것이다. 역사를 공부한다면 어떨까. 여행 가서 보고 듣는 것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이야기할 수 있다면 또 한 번 뾰족해질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은 이 가이드를 통해서 글감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당신이 쌓은 지식과 경험, 나름의 가치관을 정리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를 하나의 '가치 키워드'로 묶어내지 못한다면 그런 소재도 서말의 구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를 꿰는 작업이 글쓰기이고 책쓰기이다. 그러나 당신이 수집한 키워드들을 종류별로 묶어 보자. 아래의 그림이 그 작업에 도움을 줄 것이다. 당신을 대표하는 키워드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앞서 소개한 여행 작가의 키워드는 여행, 글쓰기였다. 나는 여기에 그림과 역사를 키워드를 추가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네 개의 원에 어떤 키워들을 적을 수 있을까? 당신 인생을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들은 무엇일까? 그것은 앞선 글에서 제시한 추상적인 가치일 수도 있고, 여행 작가의 그것처럼 구체적인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키워들의 교집합이다. 이 교집합에 당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의 주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리고 이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한 가이드 역할도 함께 해줄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글을 쓸 수 있게 된 여행 작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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