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 D+Day로 글을 써봅시다

당신이 회사를 은퇴할 날은 언제일까요. 100일일까요. 1000일까요. 일단 아무도 모른다고 가정을 하겠습니다. 그 날이 언젠가는 반드시 올테니까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D+Day를 기록하는 겁니다. 오늘부터 1일입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메모해 봅시다. 일기를 쓰라는게 아닙니다. 그냥 팩트만 적어둡니다. 나만 알 수 있는 메모 정도면 충분합니다. 대략 이런 식으로 써볼 수 있겠네요. '김기엽 이사, 고깃집 창업 준비 중, 스토리를 정리해 달라 함, 글로벌 진출까지 고려...'


막상 책을 쓰려고 할 때면 가장 아쉬운 것이 기억력입니다. 뭔가를 생생해 써보려고 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쓰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러나 이 정도의 메모라면 그날의 일이 분명히 떠오를겁니다. 그러니 '언젠가' 다가올 은퇴일을 기다리지 말고 오늘부터 글을 써보는 겁니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소재는 구체적인 팩트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가 생생한 글의 가장 큰 자산이 됩니다. 거기에 나의 생각을 더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구체적인 데이터는 우리가 쓰는 글에 큰 힘이 되어주지요.


그러니 수첩이 됐든, 노트가 됐든, 스마트폰이 되었든 종군 기자가 된 기분으로 메모를 남기는 훈련을 해봅시다. 처음부터 300페이지짜리 책을 쓰는 일은 누구나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산을 가진 사람은 '컨셉'만 명확하면 남보다 쉽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대필을 맡기려 해도 모호한 기억이 발목을 잡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D+Day로 내 책의 첫 페이지를 기록해 봅시다. 만일 당신이 547일 뒤에 은퇴를 한다면 그때부터 진짜 글을 써보는 겁니다. D-547일의 기록을 말이지요. 이런 책쓰기 프로젝트, 근사하지 않나요?



* 당장 '몰스킨'과 같은 수첩 한 권을 사봅시다. 그리고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메모로 남겨봅시다. 괜히 신이 나서 10개씩 쓰면 곤란합니다. 이 메모는 오래도록 계속 써야 하니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7. 숫자는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