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수들의 실전 스몰 브랜딩 #02. Strength

그냥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과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외식업, 그 중에서도 식당은 그 수가 70만 개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레드오션입니다. 그래서 폐업률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죠. 창업 후 5년 안에 80%는 문을 닫습니다. 그러니 어떤 가게가 살아남고 또 어떤 가게 사라지는지에 대한 감을 배우는 일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여기 외식업만 10년, 특히 매장 오픈을 위해 전국을 다닌 한 사람이 있습니다. 창업자의 눈으로 바라본 그가 꼽은 스무 개의 매장에 대한 정보를 샅샅히 훑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들이 어떤 강점으로 살아남는데 성공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차별화된 메뉴


식당에서 맛을 가지고 논하는 건 아마추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기본입니다. 이른바 맛집으로 이름을 올린 가게들의 특징은 뻔한 메뉴도 특별하게, 색다른 메뉴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제소바 탑2로 불리는 '칸다소바'는 남들이 안하는 메뉴를 가지고 탑티어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계정횟집'은 송어 단일 메뉴만 취급합니다. 그것도 양식장 운영으로 생산에서 판매까지 수직 계열화 하는데 성공했죠. '두리기갈매기' 역시 갈매기살 하나로 30년 업력을 만들어냈습니다. 송계옥은 닭 특수부위라는 차별화된 아이템을 대중화 시켰죠. '강민주의들밥'은 이천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쌀밥이 기본인 한정식으로 승부했습니다. 음식점의 기본인 '메뉴'가 가진 강점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가게들입니다.


DSKTPT-05268.jpg '칸다소바'


2. 히스토리


오리 고기를 파는 '약수촌'은 오래된 외관과 찐노포 분위기로 승부하는 곳입니다. 그들만의 독특한 대리석 불판은 그 존재만으로도 남다른 포스를 풍기죠. 토속촌 삼계탕은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 찾았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팬덤이 있는 유명 정치인의 그림자는 이 가게가 가진 가장 큰 무기입니다. 청파동 상록수도 찐노포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를테면 만들어진 역사로 승부를 건 가게입니다.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하나의 메뉴만을 취급한 곳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경험 말이죠. 사실 외국에서는 30년이라는 역사가 길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치룬 우리에게는 그 정도의 역사만으로도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습니다. 만일 그런 역사가 없다면 노포의 분위기를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3. 대체불가한 자원과 독보적인 시스템


원주에 있는 '스톤크릭'은 와우 소리가 절로 나는 멋진 절벽의 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흔해져버린 바다 뷰나 한강 뷰와는 딱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남들이 흉내내기 힘들다는 점이죠. 카페 감자밭은 박스 포장이 가능한 특유의 Grab & Go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티드 같은 도넛, 빵집들에게 적합한 모델입니다. 속초의 '키친 온유'는 동해바다 오징어 리조또, 전복 알리오올리오 같은 소초의 색깔을 잘 살린 메뉴들을 만들어냈습니다. 하루 11팀, 그것도 당일 10시 예약만을 받는 명월집은 어떤가요? '강민주의들밥'은 기본 메뉴에 합리적인 가격을 매기고 추가 메뉴를 유도하는 현명한 전략을 썼습니다. 손님들의 가격에 대한 저항감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죠.


img.jpg 원주의 '스톤크릭'


이렇게 정리하고 보면 그 숱한 '맛집'들을 바라보는 분명한 기준 하나가 생깁니다. 어떤 가게가 평범함을 넘어 비범함에 이르는 과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메뉴이고, 그 다음이 역사이며, 마지막으로 시스템을 들 수 있습니다. 만일 남들이 안하는 메뉴를 한다면 반드시 초반부터 탑 티어에 들어야 합니다. 반대로 흔한 메뉴라면 지역적 특성이나 단일 메뉴 취급 등으로 오래도록 견디는 전략을 써야 하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실제로 노포이거나 노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전략이 중요해집니다. 그게 바로 히스토리입니다. 일단 30년 정도를 견뎌내면 그 자체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죠. 절대로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 요소를 가지는 셈이니까요.


메뉴도 역사도 평범하다면 대체불가한 자원과 시스템을 개발해야만 합니다. 남다른 뷰를 가지고 있다거나, 음식을 만들고 판매하는 방식이 남다르다거나, 지역적 특색을 충분히 살리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도 저도 아니라면 춤이라도 춰야 하죠. 실제로 명월집의 주인은 하루 11팀만 받으면서도 춤을 추며 고기를 굽죠. 송계옥처럼 철저히 직원을 관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무나 뽑아서 일을 시키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편의점은 철저한 인수인계 과정을 거칩니다. 일할만 하면 나가는 바람에 서비스 개선이 어려운 우리나라 편의점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요소입니다.


img.jpg '약수촌'


음식점 장사를 무시하지 마세요. 단일 메뉴의 식당 하나로도 빌딩 한 채는 쉽게 올리는게 우리나라 자영업 식당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맛만 좋으면 됐지, 입지나 아이템만 좋으면 됐지, 하는 알량한 생각으로는 5년은 커녕 1년도 견디기 어려운 레드 오션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창업을 하기 전에 철저히 연구하세요. 나만의 차별화된 원킥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것이 메뉴이든 노포스러운 분위기든 시스템이든 한 가지 이상의 차별화 요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일 식당을 준비한다면 당신, 혹은 당신의 메뉴, 당신의 가게가 가진 강점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스스로도 자신이 없는 가게를 손님들은 절대 두 번 방문하진 않을테니까요. 그러니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다음의 질문에 꼭 답해 보세요. 당신의 가게만이 가진 '강점' 하나는 무엇인가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