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하던 날, 뮌헨으로 이적한 케인은 수비수로 교체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단언컨대 토트넘 시절의 케인에게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만일 케인이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면 손흥민의 숨어 있던 잠재력은 결코 발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 토트넘의 주장이다) 만에 하나 토트넘이 우승이라도 한다면, 무관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 뮌헨으로 이적한 케인은 대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진다.
나 역시 한 때는 스스로를 글쓰기 좋아하는, 수줍음 많은, 나서기 싫어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글쓰는 것 만큼이나 강연을 즐긴다. 이제는 강연을 앞두고 긴장하는 일도 없다. 어디 그 뿐인가. 회사 다니던 시절의 상사는 내 글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하곤 했다. 완곡한 평가 절하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글을 쉽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 시절의 나는 나를 몰랐다.
어쩌면 우리는 '작은 실패'가 두려워 큰 성공의 경험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스스로를 한계 짓는 이상 우리는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핵심은 '스몰 스텝'이다. 작은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건 손흥민이니까, 라고 제한하지 말자. 우리 중 누구도 손흥민의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러나 '더 나은 나'로서의 삶은 얼마든지 꿈 꿀 수 있다. 우리에게 있어 케인은 누구인가. 손흥민은 누구인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좋은 경기였다.
p.s. 감독 하나만 바꿔도 이렇게 팀이 달라지다니...